[Opinion]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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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의 사계(The Seasons in Quincy: Four Portraits of John Berger), 다큐멘터리, 2016



존 버거

올해를 시작하는 첫 겨울에
시각예술에서의 큰 별이 그 빛을 잃었다.

이 분을 안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사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이 분은,
알아갈 수록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성찰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욕망의 기차는 폭주하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했던 사람.
너무나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



사진의 이해

이분의 많은 책 중 정독한 책은 단 한 권,
사진의 이해라는 책이다.

사진가의 사진집을 보고 쓴 짤막한 글이나
사진가와 대화한 내용을 엮은 책.
에세이라서 쉽게 읽히고,
존 버거의 사유라 빛나는 내용들이 참 많다.

읽다가 좋은 내용들으 밑줄을 쳐서 읽었는데,
그 밑줄들이 절반 이상이다.
나는 종종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곤
존 버거가 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와 찍힌 사진이
많은 통찰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책.
이 많은 이야기들 중 몇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 글이 존 버거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 읽는다는 것

보통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양손으로 들고 읽는다.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그것이 기사든, 시든, 철학적 명제든 상관없이 우리의 관심을 차지하고, 우리의 상상력의 일부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게 한다. 무언가를 읽고 있는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다음번 수수께끼를 향해 달린다. 노인은 회상한다. 하지만 둘 다 여행 중이다.
'위험'이나 '출구'같은 간단한 단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이동은 시작된다. 그 순간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고 출구 표시를 따라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만들어지고, 문장들이 한 쪽을 채우고, 그 쪽들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 이동은 하나의 여정이되고 책의 쪽들은 탈 것, 즉 이동수단이 된다. 그럼에도, 읽는 동안 우리는 그 쪽들을 가만히 꼭 쥐고있다 . 그렇게 손동작과 여행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오래 전부터, 이 여정은 하늘을 나는 것과 비슷했다. 맨 처음 호머를 읽었던 사람들은 트로이로 날아갔다.
(149p)

이들은 모두 그 순간 자신들을 지상에 묶어두는 건 그 페이지들밖에 없다는 듯이 그것들을 꼭 쥐고 있다. 마치 막 중력을 벗어났거나, 곧 벗어나려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150p)


#마르틴과의 서신

저희 할아버지가 오스탕드에서 제 사촌 둘의 사진을 찍으시다 제방에서 떨어져서 돌아가셨거든요. 렌즈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죠. 그 짧은 시간 동안 프레임 바깥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정확한 프레임을 잡기 위해서는 앞뒤로,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니까요 ...사진은 어떤 대안으로 다가왔어요. 저는 끔찍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죠.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제게 할일이 있었던 거에요. 어딘가에 있어야 할 이유가 되었어요.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증인이 되는거였죠.
사진이 꼭 거짓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늘 진실인 것도 아니에요. 그저 한 순간의, 주관적 인상이라고 해야겠죠. 사진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건 바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이에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상치 못했던 것을 포착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죠. -마르틴-
(162p)

마르틴,
내가 행복하냐고요? 사실 나는 행복이 어떤 상태일 거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불행은 상태일 수 있지만 행복은, 그 본성상, 하나의 순간이지요. 그 순간은 몇 초 동안 지속될 수도 있고, 일 분, 한 시간, 한 번의 낮과 밤 동안 지속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태로 일주일이나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존-
(165p)


#세계화에 대하여

지금 우리가 세계화라고 부르는 경제 체제가 지닌 광기의 일부는, 그 완고한 편협함의 일부는, 모든 편협함이 그렇듯이 그것이 마치 다른 대안은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는-이것은 거짓말입니다-점입니다. 그것은 진실이 아닐뿐더러, 인류 역사 전체가 그렇지 않았다는 반증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해지고 있습니다 -존-
(183p)


[박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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