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자전거로 전하는 예술, '자전거문화살롱'의 하은혜 대표

글 입력 2017.03.0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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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 ‘예술’ 세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것이 있나요? 클래식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나눠주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자전거문화살롱의 하은혜 대표입니다. 자전거문화살롱은 자전거를 매개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거리예술마켓>, <복작복작예술로(路)페스티벌>, <과천축제> 등 여러 지역의 축제를 돌아다니며 관객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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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문화살롱의 대표 창작활동으로는 나만의 공간에 손님이 오면 맞이하고,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주방’이라는 공간을 자전거에 담은 <자전거식당>과 아이들에게 버려진 자전거 부품으로 대안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자전거놀이터>, 작은 골목까지 음악 소리를 전달하는 <자전거음악배달부>가 있습니다.

하은혜 대표는 스무 살 때, 생애 첫 해외여행지로 도쿄를 가게 되었고, 단순히 ‘교통비를 아껴보자’라는 마음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면서 자전거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창작활동을 하며 ‘작업실을 갖고 싶다’라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여행객으로서의 추억과 현재의 소망이 만나 자전거도 타고, 창작활동도 할 수 있는 자전거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문화살롱은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라는 일반적인 틀을 깨며 이것을 넘어선 ‘예술 공간으로서의 자전거’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20살 때 상경을 한 하은혜 대표. 현재 ‘리싼’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학 동기들이 지리산에서 왔다며 지어준 닉네임 ‘리싼’입니다. 독특한 닉네임뿐 아니라 자전거에 담긴 이야기, 유쾌한 말투와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매력적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하은혜 대표님 인터뷰


Q. 자전거와 문화를 결합하신 것이 독특하게 느껴져요. 자전거문화살롱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사업체가 아니라 작은 동네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자전거로 도시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는데 지역 문화와 자전거가 결합한 것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돌아와서 생각해보니깐 이게 소위 공공기관이나 몇몇 예술가들이 주도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단위에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험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연남동에서 첫 모임을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살롱’이라는 것이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랑방’이잖아요. 경험을 가진 사람이 먼저 사랑방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뭔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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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전거문화살롱을 하면서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A. 활동하면서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처음 갔던 곳이 충청도에 있는 ‘서산’이에요. 서산시 부석면에 있는 ‘부석초등학교’라는 곳인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50명이 안 되는 아주 작은 학교였어요. 그곳에 파견되어 예술 강사 활동을 하는 친구의 소개로 저도 마을회관에서 며칠 머물면서 아이들과 함께 워크숍도 하고 그랬는데, 마지막에 ‘자전거 식당’에서 요리를 해줬거든요. ‘자전거 식당’은 자전거에 연결된 이동식 주방인데 안에서 요리가 가능한 일종의 팝업 레스토랑 같은 무대예요.

그곳이 떡볶이집 한 곳 없는 시골인데 아이들이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멕시코 요리 중에 비슷한 게 ‘퀘사디아’가 있어서 그걸 만들어줬던 기억이 있어요. 그 흔한 분식집 하나 없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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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전거식당) ‘자전거’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요리를 해주시잖아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아직 해보지 않은 요리 중에 관객들에게 꼭 만들어주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A. 사실 ‘요리’가 가장 중요하진 않아요. 좁은 공간이니깐 서로 가깝게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마주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자전거 식당’ 말하고 싶은 부분이거든요. 요리하는 행위나 완성된 요리는 일종의 ‘과정’인 셈이죠.
가령, 스페인 마드리드를 여행할 때 어느 츄러스 가게를 우연히 들어갔는데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커피도 내리고 서빙도 하시는데 하얀 셔츠에 나비넥타이 매고 엄청 유쾌하게 일하시는 거예요. 오래된 공간과 맛있는 츄러스 그리고 유쾌한 할아버지, 그 삼박자가 만들어 내는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자전거 식당’도 그런 특유의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주고 싶어요. 다음엔 ‘츄러스’를 도전해볼까요?


Q. 자전거식당 외에 자전거문화살롱의 여러 콘텐츠가 흥미로워요.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있을까요?

A. 자전거문화살롱 대표 프로그램이 ‘자전거 식당’인데 이것의 확장판인 ‘자전거 마켓을 준비하고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요즘 ‘푸드트럭’이 모여 야시장을 여는데 그런 것의 자전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신, 태양광을 사용해서 조리 기구를 사용한다든가, 도시 텃밭에서 재배되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한다는 식의 ‘자전거 마켓’만의 실험과 색깔들이 입혀질 거예요.


Q.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자전거와 관련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니면, 기억에 남는 도시가 있을까요?

A. 사하라 사막이요. 모로코 중심지에서 1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사하라가 있는 ‘메르주가’ 라는 마을이 나와요. 왠지 사막 마을이라니까 자전거를 탈 수 없을 것 같아서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던 접이식 자전거를 도시의 게스트하우스에 놔두고 사하라로 출발했는데, 웬걸요. 사막 마을만큼 자전거 타고 다니기 좋은 곳이 없겠더라고요. 자동차가 드문 끝없이 펼쳐진 평지에서 사하라를 곁에 두고 달릴 기회를 놓쳐 버린 거죠. 여행할 때 미리 속단하면 안 되더라고요.
참고로,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는 곳이라 그 동네 아이들은 오래된 자전거를 온종일 타고 놀더라고요. 부러워서 보고 있으니깐 한번 타보라고 빌려주더라고요.


Q. 자전거문화살롱을 하시며 친환경, 도시재생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여러 활동 속에 이러한 의미가 숨어져 있는 건가요?

A. ‘자전거’라는 게 도시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복잡하고 빠른 현대의 도시일수록 반작용처럼 다양한 자전거문화가 생겨나고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직 우리나라는 그 다양성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자전거정책이나 문화가 계속 논의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 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환경에 대한 것, 도심 속 유휴공간 활성화나 지역공동체 회복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자전거’가 가진 감성적, 물리적 특성들 이 도시가 가진 다양한 문제와 한계들을 ‘전환’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게 표현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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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인 단체로 활동을 하는 것이 장단점이 많을 것 같아요. 1인 창작자 또는 문화단체의 대표로서 활동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A. 1인 단체이긴 하지만 다양한 전문분야의 단체나 예술가들과 협업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현재 제 위치에선 최선의 형태인 것 같아요. 다만 사업적으로 성장한 부분도 있어서 인력 보강을 할 필요는 느끼고 있는데, 기존 회사들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전거문화살롱의 작업 환경에 적합한 구조를 고민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자전거문화살롱처럼 자전거를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부탁해요.

A. 보통 자전거를 수리하거나 제작하는 걸 떠올리는데 사실 콘텐츠 측면에선 무궁무진한 상상이 가능한 매개체이거든요. 자전거로 이동식 거리극을 만들어서 세계를 투어 하는 공연팀도 있고, 다양한 거리문화와 연결한 자전거독립잡지들도 발행되고, 자전거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서 음악축제도 열리고 있어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을 할 창작자들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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