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런' 제주가 아닌 '이런' 제주를 알 수 있길 소망하며- 책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글 입력 2017.03.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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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주가 아닌
'이런' 제주를 알 수 있길
소망하며


나무발전소-제주 표지 평면.jpg
 

"휴학하고 1년동안 제주도에서 살았어요."

어떤 분과의 첫만남에서 어색함을 떨쳐내기 위해 이것저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정말 너무나 당연한듯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와~게스트하우스 같은 데서 지내신거예요?
1년동안 제주도라니 멋있어요."

알고보니 그 분은 본가가 제주도셨고, 제주도에 있었다는 말은 집에서 지냈다는 말이었습니다. 제주도도 사람 사는 곳이고, 당연히 그곳에 사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저는 당연하게도 제주도를 '여행지'로 생각하고 있던 것입니다.  옆에 있던 분이 그 분은 본가가 제주도시라고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죠. 그 당혹감을 무마하겠다고 꺼냈던 말이 두번째 실수였습니다.


"제주도에서 사신다니! 너무 낭만적인데요?"

제 말에 그 분은 난처한듯 웃으며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고 답해주셨습니다. 그냥, 집이라구요. 저는 제주도를 제 멋대로 '여행지'라 단정지은 것도 모자라, '낭만적인 곳'이라고 까지 규정지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대화를 겪으면서 저는 '제주도'에 대한 제 인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방학 중엔 다수, 학기 중에도 가끔. 인스타나 페북에 올라오는 수많은 '제주도 인증샷'들. 아름다운 풍광과 예쁜 카페, 한라봉. 제주도, 하면 순간적으로 제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었습니다. '휴양'의 공간이며, '아름답고''낭만적'인 '여행지'.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이 제주도에 대한 기억의 전부인 제게 제주도는 가깝고도 먼 국내이자 국외였으며, 철저하게 ‘여행’이란 의미를 띠고 있던 것입니다.


200p 포구 앞의 잠녀.jpg
 

이런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김형훈 작가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꼬집습니다. 멋대로  ‘여행지’로 규정해 머물다 떠날 곳으로 여기곤 하지만.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니며 누군가가 치열하게 지켜온 곳이자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제주도는 ‘여행지’가 아니며 ‘낭만적’이란 말로 다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섬이라고 말합니다. 지형적으로 고립된 탓에 언어나 신화 등의 학술적 보고이며, 특이한 지형 탓에 생물·지질적 학문의 연구대상이죠. 하지만 우리가 ‘학술적 보고’로, 혹은 ‘연구 대상’이라 여기는 것들은 ‘그냥 거기에’ 있던 것이 아닙니다. 제주도에 사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해왔고 알게 모르게 지켜왔던 것들이죠. 제주도는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바라보는 ‘여행지’와 ‘낭만’, ‘아름다움’의 틀은 정말이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감상’하고 ‘휴양’하고 사진으로 담아가기만 하기엔 제주도 본연의 가치가 너무도 아까울 정도죠. 

그렇기에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제주도를 멀리서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을 선포합니다. ‘그런 곳’이 아닌 ‘이런 곳’인 제주도에 대해 말하겠다는 거죠. 멀리서 바라보며 피상적으로 말하는 ‘그런’ 제주가 아닌, 그 안에서 들여다보며 그 본질을 말하는 ‘이런’ 제주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실 아직 책을 읽지 않았지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제목에서부터 벌써 제 안에 있던 ‘그런’ 모습이 약간은 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안에 있는 것을 ‘그런’으로 규정한다면, 그 밖의 ‘이런’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읽고 ‘그런’ 제주의 이미지에 갇혀있던 제가, 그에 벗어나 ‘이런’ 제주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금 제주에 갔을 때는 인스타용 사진 한 장이 아닌, 제 마음 속에 길이길이 남을 제주라는 섬을 남길 수 있기를. 짧게 다녀가는 여행 속에서도 잠시나마 그 안에 속해 ‘이런’ 제주를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다음 번에 ‘제주도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책 구매는 여기. 아래는 책의 차례 입니다!



<차례>


시작하는 말

1부 돌, 제주의 미
예술이 된 제주인의 죽음 #산담
지극히 현실적인 행동의 결과물 #밭담
열리면서도 닫힌 공간 건축의 백미 #올레
바다를 품에 안은 검은 돌의 매력 #포구
단순함의 극치, 돌 조각의 으뜸 #동자석
죽지 않기 위한 제주인의 몸부림 #환해장성
“내가 바로 지킴이지” #돌하르방·방사탑

2부 냅둬요, 지금 이대로
제주를 알고 싶을 때 들르는 곳  #신흥리 오탑
서불이 왔다는 설화를 간직한 땅 #대평리
해안에서 만난 용 한 마리 #질지슴
자갈과 제주 돌의 오묘한 조화 #신지방코지
모세의 기적이 하루 두 번 일어나는 곳 #썩은섬
은어의 숨소리를 들어보라 #강정동

3부 거기, 가봅디가?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용눈이오름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곳 #조개못
도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 #솜반내
버려진 민물의 놀라운 환생 #논짓물
마구잡이식 개발 바람에 운다 #조간대
마을사랑을 가르쳐준 곳 #금산공원
고통의 산물 ‘눈꽃’ 그야말로 일품이네 #한라산
생명의 보고 #곶자왈

4부 사람과 제주
제주여성의 시조가 도착한 곳 #온평리
자청비의 신화에 먼저 빠져보자 #물맞이
이중섭이 소의 이미지를 완성시킨 곳 #이중섭 문화의 거리
차로 시작된 초의선사와의 인연 #추사 유배지
제주의 어머니 #제주해녀
노동복에서 생활복으로 화려한 변신 #갈옷
제주에서 극진하게 대접받는 생선 #자리
세찬 바람을 이겨낸 집 #제주초가
제주사람들의 마음의 고향 #신당(神堂)
걷다 보면 시름 잊는 산사 가는 길 #석굴암
이방인의 의지가 만들어낸 역사(役事) #테시폰
까칠하고 투박한 제주인의 얼굴 #옹기
제주도 사람은 언어의 마술사 #제주어
제주도를 닮지 않은 또 다른 섬 #추자도

5부 하고 싶은 얘기들
역사란 이름으로 말하리 #제주4·3
원주민이 되려면 그 땅을 먼저 알아야 #이주민
제주도가 아닌 곳 #월정리
로마 ‘센트리코’는 제주에선 안 되나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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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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