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과 나의, 어쩌면 우리의 연애를 위한 : 연애;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글 입력 2017.02.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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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는당분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미성숙한 시기에 만나 성숙한 사람이 되어갈 즈음 이별한 사람이다. 그가 웃을 때면 세상에 있는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와의 순간들이 소설의 한 구절 같았다. 어느 이름 모를 소설가가 쓰는 연애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와의 마지막은 내게 종말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그와의 연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었다. 숨기려 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그는 내 보석함에 있는 가장 예쁘고 가장 예민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보석함에서 꺼내 손에 쥐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그런 보석.

 우리는 3개월을 만났고, 3개월 중 단 일곱 번 만났으며 그 중에 두 번은 각자의 책을 읽느라 제대로 된 이야기 조차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렀지만 번호는 몰랐고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은 모르면서도 서로의 이메일 주소는 알았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이상한 관계였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놓인 가면을 쓰다듬으며 사랑을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가끔은 내가 그를 정말 사랑했던가? 하는 물음이 피어나니 말이다. 그가 만든, 어쩌면 내가 시작한 종말로 인해 나는 연애를 포기한 삶을 살았다. 누구를 만나도 불쑥 끼어드는 그의 잔상에 새로운 만남을 지속할 수 없었다. 하루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다가도 또 하루는 그의 잔상 때문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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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지음 | 펴낸곳 나무발전소 | 공동기획제작 (사)빅이슈코리아 


 이 책은 좀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박현민 형은, 연애에 관해서만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내니깐. -권해봄 PD(<마리텔> 모르모트PD)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닌 이 추천사 때문이었다. 현명한 선택. 내게는 이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언제까지고 “당분간”이라는 변명아래 그의 잔상과 함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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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프다. 이별을 맞닥뜨린 당사자도, 이별의 말을 먼저 건넨 이도 강약과 시기가 다를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고통이 따른다. 물론 사랑했다는 전제 하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내가 늘 입버릇처럼 읊어주는 소설 구절이 있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별에는 원래 이유가 없다> 중에서

 책을 기다리며 기대하는 구절은 바로 이 지점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난 것이라면, 이제는 나도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까? 불쑥 끼어드는 그의 잔상에게 충분한안녕을 말하고 헤어질 수 있을까?

 주변 지인들이 내게 "왜 연애를 하지 않지 않느냐" 물으면 나는 입버릇 처럼 이리 답했다. "당분간은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라고. 당분간이란 그를 위한 변명이었다. 내게는 이제 연애가 필요하다. 2년이면 그의 잔상에 대한 충분한 인사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목처럼 연애는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다. 별 거 아닌 연애가 나의 2년을 망쳤 듯 연애는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 묻는다. "정말 내가 별 거 아니었어?" 하고. 나는 그 건방진 자식에게 지금껏 한번도 대답을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별 거는 아니지만 전부이자 모든 것이기는 했다"고. 그러니 "이제는 좀 떠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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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가 사라진 2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게 이 책은 연인의 입술만큼이나 간절하다.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랄까. 개인적으로 연애나 인생에 대한 수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연예"와 "연애"를 쓴다는 박현민 작가를 믿어볼까 한다.

 아, 곧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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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홈리스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사)빅이슈코리아와 공동기획제작하였습니다.
전국 빅이슈 판매원들의 자립을 응원합니다."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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