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낯설게 보기엔, 작위적인 [시각예술]

영화 가 던지는 이중적 메세지
글 입력 2017.02.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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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게 보기 
: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행위 


  영화 <반두비>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부딪히는 차별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다룬다. 외국인 노동자와 비행 청소년이라는 두 주인공의 설정에서부터 이 영화가 소수자를 둘러싼 기존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이 상당히 잘 드러난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카림’(이마붑 분)은 보통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생각하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는, 초반에 왠지 거부감이 들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매달 육체노동을 하며 번 돈을 모두 고향에 보내는, 임금체불에 고통을 받고 불법 체류자로 도망 다니는, 불쌍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폭력적일 것 같은 ‘복잡하게 뒤얽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민서’(백진희 분)는 ‘바르지 못한’ 여고생으로 성에 대해 너무나도 개방적이며(혹자는 난잡하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스스로 돈을 벌기도 하며,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다. 부모님들이 본다면 아마, 한숨을 푹 내쉬게 만드는 소위 ‘노는 아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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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카림’과 ‘민서’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아가면서 서로의 이해해나가는 과정 또한 보여준다. 여기서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은, 단순히 ‘비행 청소년’이나 ‘외국인 노동자’로 치부될 수 있는 두 주인공에 대한 세세한 사정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을 한 개인으로 이해시킨다. 관객들은 민서의 이야기를 통해 민서가 성에 윤리적으로 구속받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카림이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모습을 통해 끝내 그가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민서가 스포츠 마사지 업소에서 유사 성행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면과 카림에게 마사지 업소에서 하던 일을 해주려고 했던 장면이다. 이 두 장면만을 떼어놓고 보면 민서는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없는 당돌하고 모난 여고생이다. 하지만 딸 앞에서 스스럼없이 애인과 정사를 즐기는 민서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정이 된다. 가정에서 굳이 ‘성’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민서는 오히려 ‘성’에 대해 무지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거리낌없이 호기심에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자신보다 애인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엄마에 대한 일종의 반항으로써도 해석될 수 있다. 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스포츠 마사지 업소에서 일을 하는 건, 자신을 망침으로서 부모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자식’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다. 비록 영화 속에서 민서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선생님과 손님으로서 마주치게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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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서는 복잡한 캐릭터다. 그녀는 무작정 엇나가는 비행청소년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라는 또 다른 소수자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성행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시 서점의 아르바이트로 돌아오는 등 그녀의 일탈적인 행동은 일회성이 짙었고, 가정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결국 이는, 개인에 대한 이해를 배제한 채 기존의 일반화된 편견만으로는 절대로 개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즉, 영화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편견을 없애는 전달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민서가 약간이나마 공부에 의지를 내비치는 장면이나, 카림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장면, 남들이면 꺼려할 외국인 노동자를 선뜻 한 명의 인간으로 온전히 인정하는 모습 등은 비행 청소년이라는 한 단어로 일반화 될 수 없는 ‘민서’라는 인물의 개별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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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서에 비하면 덜 하지만, 카림의 이야기 역시 개별성이 부각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한 개인의 카림을 접하게 만든다. 타향에서 고생을 하면서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같은 외국인이지만 백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살아가는 ‘하인즈’에게 화가 나고, 바다에가서 억울함을 토하는 카림의 모습은 관객들이 가진 일차원적인 거부감을 없애고, 이들이 그에게 공감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 <반두비>는 편견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사회를 재현하고 그 속에서 편견의 대상인 비행 여고생과 외국인 노동자의 개인적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해체시킨다. 아마 이것이 영화 <반두비>가 던지는 주요한 메세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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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편견을 해체시키는 동시에 또 다른 편견을 재생산한다. 영화가 너무나 작위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작위성은 위에서 언급한 편견을 해체시키기 위한 장치들이다. 비행 청소년인 민서는 사실 긍정적이지 못한 가정의 사정이 있으며, 힘겨운 카림의 처지가 비교적 풍족한 백인 하인즈의 그것과 대비되고, 소수자인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나름의 위로를 건네준다는 설정 등은 사실 민서와 카림의 입장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두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 이런 식의 과한 설정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Korean girls are so sweet’라는 대사를 ‘한국여자들은 쉽다’는 내용의 자막으로 내보낸다라던가,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선생님을 만난다던가 하는 설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카림의 심술에 의해 민서가 하인즈를 오해했다고 해도 굳이 관객들에게까지 자막을 틀리게 보여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또한 굳이 스포츠 마사지 업소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나야했을까? 이러한 의문이 들기에 충분한 과한 설정이다.


  또한 민서의 어머니 역시 의문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가 민서의 입장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는 딸보다 남자를 더 신경 쓰는 ‘좋지 못한 어머니’로 묘사되는데, 이는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편견이 된다. 어머니는 늘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하는가, 어머니는 여자로서 사랑을 할 수 없는가 등의 문제의식이 여기서 나타날 수 있다. 더불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편견은 사실 영화의 설정 자체다. 사회에서 ‘바르다’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민서와 카림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소수자는 소수자에 의해서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포맷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의 끝 부분을 보면, 민서의 어머니와 그녀의 애인은 카림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그를 위험하다고 간주한다. 이는 곧 카림의 체포로 이어지게 되고 민서와 카림의 이별로 끝이 난다. 이는 곧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소수자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의적으로 판단해버린 결과이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결국 ‘소수자는 소수자에 의해서만’ 이해되고, (스스로)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이들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메세지로 왜곡될 수 있다. 기존의 편견을 해체하기 위한 설정이 오히려 새로운 편견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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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두비>는 이중적이다. ‘편견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통해 낯설게 보기를 실현하는 동시에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또 다른 편견을 공고히 한다. <반두비>를 둘러싼 논쟁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반두비>는 낯설게 보기엔 작위적인, 작위적이지만 새로운, 편견의 해체와 공고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그런 영화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반두비.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0581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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