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hanoi)의 아름다운 도피처: 갤러리와 오페라 하우스

글 입력 2017.02.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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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동시에 느끼는 설렘과 혼란스러움. 논(non: 뜨거운 햇빛을 막기 위한 삼각형 모양의 모자)을 쓴 거리의 상인들과 형형색색의 열대과일은 베트남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킨다. 하지만, 끊임없는 경적소리를 내는 오토바이들과 길거리에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곧 지치고 만다. 이때, 우리가 찾는 곳은 바로 하노이의 예술 공간(Art space)들이다. 이러한 공간들은 그 목적, 취급하는 예술의 범위 등에 따라 다양하지만, 하노이의 예술을 보존하고 알린다는 데는 뜻을 함께한다. 베트남의 수도이자 전통과 현대 예술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하노이. 이 곳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피로를 느낄 때마다 달려갈 만한, 아름다우며 평화롭고, 동시에 하노이 그 자체인 도피처들을 가보았다. 

1) Apricot gallery - 그림 안과 밖, 어디가 진짜 하노이인가?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오자이(ao dai: 베트남 여성들의 대표적인 전통 의상)를 입은 아낙네들의 그림이 우리를 맞이한다. 혹은, 서부고원지대에 모여 사는 몽 족, 바나 족 등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담은 작품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흥미로운 건, 갤러리 내 대부분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논을 쓰거나,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작품 속에 사람만큼 소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렇듯 그림 속의 하노이는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상상했던 하노이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림 속의 하노이에 취해갈 무렵, 스스로가 반한 그림속의 하노이와 갤러리의 문 밖으로 한 발짝을 내딛으면 있는 하노이 중, 무엇이 진짜인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시골 마을로 가면 그림 속의 모습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하노이는 분명 베트남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이니까. 하노이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담은 그림들과 실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무렵, 우리의 갤러리 감상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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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현대 작가 Quack Dong Phuo(1962~)의 작품 (출처: Apricot Gallery)

 그리고 우리는 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실제의 하노이가 앞에 있었다. 이 하노이는 다소 시끄러웠고, 그림 속의 화려한 빛깔이 아니라 회색 빛깔의 오토바이, 퀘퀘한 매연,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로 메워져있었다. 우리 앞의 펼쳐진 하노이는 관광객들과 함께 현대사회에서 요동치며 그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오자이와 조용함은 버린 것이다. 길거리에서 소는 한번 씩 있지만, 풀을 뜯는 소 옆에는 차와 오토바이들이 요란하게 달린다. 하지만, 이런 하노이이기에 하노이의 구시가지(old quarter: 상점 및 시장이 밀집한 하노이의 가장 번화한 곳)에는 끝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동네 마실을 나온 젊은이도, 수업을 듣기 위해 달려가는 대학생들도, 반미(bahn mi)집 앞에 모이는 외국인들도, 과일을 팔기 위해 지게를 짊어지고 다니는 할머니들도, 그리고 시장을 지키며 생선을 파는 상인들도. 우리 밖에 없어서 평안했던 갤러리를 나와 마주한 하노이에는 그림 속의 아름다움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시끄러움과 혼란스러움 안에는 하노이의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었고, 이 것은 바로 작품과는 다른 이 하노이의 길거리에 우리가 서있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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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베트남에 대한 전시를 열었던 Thanh Chuong(1948~) (출처: Apricot Gallery)

2) Hanoi opera house - 하노이 전통 음악은 지루할까?

베트남의 전통 예술을 엿볼 수 있다는 평을 듣고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Hanoi opera house)에서 ‘랑 투이- 나의 마을(Lang toi- My village)’를 보았다. ‘랑 투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공연을 기획, 제작 및 연출한 룬 프로덕션(Lune production)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룬 프로덕션은 네 명의 베트남 사람이 모여 베트남의 전통적인 공연 예술을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룬 프로덕션은 ‘랑 투이’ 말고도 베트남의 음악과 춤을 이용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상을 드러내는 공연들을 제작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것은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등 전세계에서 3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친 ‘랑 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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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로 만든 조형물에 사람들이 올라가 서커스를 선보이며, 민속악기 연주와 노래가 이어진다. 


‘랑 투이’의 차별점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이다. 베트남의 한 마을에 사는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전통 음악에 맞춰 대나무를 이용한 서커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의 몸짓과 대나무를 이용한 고난이도의 기술들은 매우 현대적이지만, 이들은 20개 이상의 민족 악기로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들은 서커스 기술과 춤을 통해 베트남 전통 놀이나 노동 현장을 묘사한다. 완벽한 전통과 현대의 조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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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가 끝난후, 출연자들의 연주와 함께 관객들은 포토타임을 가진다. 


 이 공연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국악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송소희’이다. 송소희는 전통 국악원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국악을 배우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에 국악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녀는 현대 음악의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피아노 등의 서양 악기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그녀의 ‘일탈’은 현대와 전통 한국 음악을 조화시키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현재, 그녀는 한국의 다양한 민요를 브라운관을 통해 알리는 동시에, 현대 가요를 국악처럼 변형하여 부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필자의 경우, 그녀가 프로그램에서 가요를 부르는 모습을 본 후, 국악의 발성과 창법이 슬픈 감정을 극대화 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민요인 ‘아리랑’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의 기본정서인 ‘한’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가 부른 민요를 찾아보고, 이를 넘어 가야금, 해금 등 우리네 전통 악기로 만들어진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필자에게만 한정된 변화는 아닐 것이다. 송소희가 경연 프로그램에 등장하면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함께 표를 던지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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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소희가 '예능'복면 가왕'에서 가요를 부르는 모습 

송소희와 ‘랑 투이’공연의 사례 모두 전통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향유될 수 있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현대와의 조화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통 예술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 ‘국악은 지루하다’는 오명 또한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유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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