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켄즈 >, 날선 세상 앞에 연대를 노래하다

글 입력 2017.02.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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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약자가 되기 쉬운 사회다. 공동체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사회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 매우 서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 곳에서 '다른' 것은 종종 '틀린' 것이 되고 만다. 틀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평범해지고자 하며 침묵한다. 물론 우리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기에, 이러한 약술은 단언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누구도 이를 거짓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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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켄즈>는 성소수자들로 이루어진 어느 합창단, G-voice의 이야기이다. 성소수자와 노래가 무슨 상관일까 싶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노래를 불러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하는 노래는 부르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부르는 이와 듣는 이가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어쩌면 외면받을 지도 모르기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나 지보이스는 당당히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에 맞섰다. 성정체성만 같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이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그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떤 고통을 견디어 살아왔을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그들은 지보이스 속에서 진정으로 인정받고 치유받았으리라. <위켄즈>는 지보이스 식구들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진솔하게 담아냈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다시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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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예술은 고통 속에서 새로이 피어난다. 잔뜩 날이 선 세상에게 베여본 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음이 있는 것이다. 이 화음은 이 사회에서 약자가 되어버린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위로를 주었다. 그들은 성정체성을 이유로 외면받아야 했지만 그들의 노래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해직된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여타 부당하게 권리를 빼앗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각박한 이 사회에서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것, 그리고 나아가 모든 약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연대였다. 그들이 받은 무시, 억압 그리고 차별은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아 그들만이 자아낼 수 있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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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눈시울이 붉어지게 하다가도 크게 웃음이 터져나올 만큼 유쾌하게 흘러간다. 발랄한 멜로디에 입혀진 그들만의 목소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그들의 노래는 자꾸만 귀에 맴돈다. 거리낄 것 없이 아주 진솔하게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혹자는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제 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열리어 가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동성애 코드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젊은 세대는 기성보다 훨씬 더 그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켄즈>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충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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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우리 사회가 더 살기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모두가 더 좋은 사회는 분명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른 것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되어선 안된다. 우리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은 사람들이 단지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분을 뒤집어 쓰는 모욕을 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것인가. 비록 아직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중해주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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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oice, 숨겨져있던 이야기가 드러났을 뿐이다. 더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 곁의 사람들이라는 것, 나의 형이고 오빠이고 동생이라는 것.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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