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함이 불러오는 궁극의 달달함

조셉 고든 레빗과 히스 레저의 조화
글 입력 2017.02.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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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도시화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금쯤 읽었을까 궁금해하며 답장을 기다리던 문자, 쉽게 쓰이는 문장 대신 사각사각 힘주며 써내려가던 손글씨, ‘혹시 이름이라도 불릴까’하는 마음에 기대하면서 들었던 라디오와 같은 것들. 그래서일까, 흔히 ‘촌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찾아보게 되던 요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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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90년대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학생 카메론은 학교의 퀸카라고 소문난 비앙카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지만, 보수적인 비앙카의 아버지는 그녀의 언니 캣이 이성과 데이트를 해야만 연애를 허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라면 거들떠보지 않고 오히려 적대감만 가지고 있다는 캣을 믿었기 때문일까. 독하고 오만하기까지 한 캣의 성격을 버틸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던 카메론은 소문만 무성한 전형적인 터프가이 패트릭을 물질로 매수하는 데 성공하고, 패트릭 역시 캣의 마음을 얻기 위해 활동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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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하이틴 로맨스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영화답게 하이틴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줄거리 자체가 특별한 편은 아니다. 단순히 목적을 이루기 위해 흑심 없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나쁜 남자의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듯한 이야기이기 때문. 게다가 까칠한 여자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자신 역시 상대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경험의 부족 탓인지 유치하게까지 느껴진다. 물론 실제로 존재했다면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었을 나쁜 남자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툭툭 내뱉듯 챙겨주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사람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노래도 부를 줄 아는 히스 레저의 ‘패트릭’이라는 캐릭터는 마성에 가깝다. 중반부까지 보게 되면, 처음에는 경악했던 그의 정돈되지 않은 파마머리까지도 사랑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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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자동차를 몰고 다니던 자유로운 미국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변성기가 지나기 전의 어린 조셉 고든 레빗의 모습과 지금의 세련된 팝송과는 다른 올드한 느낌의 OST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특히 작품 속에서 히스 레저가 불렀던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곡이자,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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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매력을 한껏 더 느낄 수 있던 NG 영상까지 보고 난 후, 만약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줄거리의 영화가 개봉한다면 과연 얼마나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풀어내기 나름이겠지만 아마 ‘이야기가 뻔하다.’ 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운 일이 사실일 터. 하지만 97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내 웃으면서 행복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오래된 하이틴 영화가 주는 힘이 아닐까.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때로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늘날의 세련미보다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영화였다.  
[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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