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 "파수꾼 : 2010" [시각예술]

우리는 모두 외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글 입력 2017.02.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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첬번째에 들어갈 사진.jpg
 
파수꾼 : Bleak Night 2010

혼자 앉아있는 제훈.jpg
 
 영화는 담배를 문 무리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무참히 구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생각보다 자극적인 장면에 이어, 한 아이의 아버지가 창밖을 바라보며 전화를 거는 모습이 비춰진다. 채도가 낮은 탓일까, 창밖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딘가 시리다.

 아버지가 전화를 건 곳은 아들의 친구들이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기태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좀 해줄 수 있니?”,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비슷했다. “아뇨, 기태는 학교에서 별 일 없었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OO이한테 연락해보실래요?”

 모두가 ‘기태’라는 소년에 대해 자세하게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다. 아버지는 결국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친구들의 대답 속에서 비춰지는 기태의 모습은 ‘활발한 아이, 아이들과 잘 어울려 지내던 아이, 친구들과 갈등관계가 없던 아이’였다. 하지만 기태는 항상 외로운 존재였다.

셋이 지하철에서 셀카찍는.jpg
 
 기태, 동윤, 희준. 셋은 가장 친한 친구사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위의 스틸컷은 기태와 동윤, 희준과 보경, 세정, 지원이 월미도로 놀러가는 지하철 안이다. 보경을 좋아하는 희준을 위해 친구들이 계획한 여행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보경은 희준이 아닌 기태에게 관심을 보인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들은 동윤의 집에서 함께 놀기도 하는데, 그 곳에서 기태와 보경 단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희준이 목격하게 된다. 기태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상황을 마무리 짓고, 희준은 오해를 하게 된다.

제훈이 베키 쳐다봄.jpg
 
 기태에게 단단히 오해를 하게 된 희준은 기태에게 거리를 두고, 기태가 아무리 소통하려고 해도 묵묵부답인 희준. 
기태는 ‘폭력’이라는 잘못된 방법으로 희준에게 다가간다. 희준 또한 폭력을 당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기태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뭘, 아니야, 됐어”라며.
그럴수록 기태의 행동은 심해진다.

싸우는데 이제훈 표정 ㄷ.jpg
 
미안하단 말 쉽게 나오네. 미안해할 필요 없어 사과 받고 싶지도 않고. 
난 너 친구로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어. 쟤네들도 너 친구로 생각할 것 같냐? 아니야. XX 같이 다니면 편하니까. XX 뭐나 되는 거 같으니까. 단 한 번이라도 날 친구라고 생각해본적 있어? 없잖아. 니 그 알량한 자존심..나도 한 번 부려봤다 왜 ? 안되냐?”
 기태는 자존심을 버리고 희준에게 사과를 한다. 마지막 자존심이다.
하지만 희준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기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내뱉는다.

너때문에 전학가.jpg
 
                        “나 다음주면 전학가, 네 덕분에. 
                   그래서 별로 사과 받고 싶지않다고 너한테.  
           전학 안갔으면 너한테 까이기 싫으니까 받아줬겠지만 
                  다음주면 우리 볼사이 아니잖아? 너 나볼거야? 
                아니잖아. 근데 내가 뭣하러 받아줘, 안그러냐?”

결국 희준은 전학을 가게 되고 기태의 행동에 실망한 동윤은 기태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또한 여자 친구인 세정이 자살을 한 이유가 기태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동윤은 학교를 그만두고 만다.

자신과 가장 친했던 친구 두 명을 잃은 기태는 동윤에게 찾아간다.
중학교 때 부터 친했던 그들 사이에 이런 일이 있을줄 알았을까,    

동윤: 나만큼? 나만큼이라니 내가 뭔데, 응? 착각하지마. 착각하지 말라고. 
너한테 기분 상해서 이러는거 아니니까 똑바로 들어. 
내가 네 진정한 친구다, 이해해줄 사람 나뿐이다 지껄일때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는지 알아? 
단 한번이라도, 내가 네 진정한 친구였다는 생각하지마라. 
생각만해도 역겨우니까.

기태: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동윤 : 아니, 처음부터 잘못 된 건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모든 상황의 종지부를 찍는 동윤의 한 마디.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

이제훈 자살.jpg
 
모든 상황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기태는 마지막 모습을 보인다.


"외로움"

동윤: 넌 짱이 좋냐? 왜그렇게 사냐?

기태: 야 내가 허세부리고 그래서 좋은 건줄 아냐 ,
이렇게 주목 받은 적이 없으니까

 외로움이란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다. 하지만 홀로되지 않아도 외로움은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외로움이란 감정을 평생 동안 느낀다. 태어나서 부모님과 떨어져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 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장 친한 친구가 결석했을 때, 강의 시간이 맞지 않아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듣지 못할 때, 나이가 들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을 때.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과 부합하는데, 이는 많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연락처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있어도 정작 연락할 사람은 얼마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나 역시 시시때때로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 있거나, 여러 사람과 있지만 진심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거나 동떨어진 느낌이 들 때 말이다. 결국, 영화에서의 모든 이야기도 기태가 희준과 소통하지 못했을 때 시작됐다. 또한 자존심에 미안하다고 하지 못하는 모습, 외로워하는 기태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우리는 소통에 미숙하다. 무엇이 ‘잘’하는 소통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존심을 세운다. “미안해.”라는 한마디가 하기 어렵듯이 우리는 평소에 제대로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서도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영화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존심을 세우고, 버리지 못한다.

결국 자존심은 관계의 종결을 이끌었다. 

 '파수꾼'은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나이와 상관 없이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란 '같이'하기에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철길 걷는 셋.jpg
 



[김경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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