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와 '나' [문화 전반]

당신은 '나'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글 입력 2017.02.22 22: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내가 살아온 시간들때문에, 그 가운데 있는 나라는 사람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에 친구가 책을 선물했다.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묵묵히 들어주는 친구가 권해주는 책이라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 시기에 손에 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읽기 전이라면 자기계발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나에게 또 무슨 가치를 종용하려는 걸까' 책을 펴기전에 오해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명확히 이야기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
당신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작가는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그리고 공정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연인관계부터 친구관계,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줄곧 '태도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자신의 상처를 소중히 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은 그 상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외에 소중히 할 만한게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상 그쯤 되면 그건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인 것이다."  -67p

부모자식관계에서 부모로 인해 상처를 받고, 그럼에도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당신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작가는 담담하지만 쓰리게 이야기한다.

 
부모자식과의 관계만이 그럴까. 우리는 수많은 관계속에서 뒤늦게 터져버린 진심에 힘들어하고,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상대방을 마음 속에서 몰아낸다.
때로는 다 털어내지 못한 그 사람이 마음 한 구석을 콕콕콕  찌르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여전히 내쫓지 못한 자기자신을 탓하고, 나가지 않는 상대방을 원망한다.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 말할 수 없었어.' 라고 답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 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라 말할 기회를 만들지 않았을 뿐이라는.
나는 그저 말 할 용기가 없었음을, 그리고 용기 없음을 고백하지 못해서
애꿏게 나를 또 괴롭히고, 상대방을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모든 관계는 '너'와 '나'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내게 일어나는 문제는 결국,'나'의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 것은 사실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치열하게 고민해보았다고 자부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나'이지 못했구나. 내 마음 한 구석을 콕콕 찌르는 녀석은 다름아닌 나였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우리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대화를 나누고, 눈인사를 건네고, 밥을 먹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나의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를 미워하거나, 나를 불쌍해하며
 '나'에게 유리한 순간에만 '나'를 끄집어 내는 건 아닌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아니 내가 가지고 싶은 태도는 무엇인가.
나를 살게 하는 것은 , 살아가게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나로 살아가지만 '나'를 고민하고, '내'가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원하는 당신의 태도를 향해가는 용기를 갖기를,
당신의 태도를 향해가는 그 아름답고 위태로운 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비록 좌절하더라도, 당신의 그 순간이 앞으로에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해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