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본 사진을 그 때도 봤더라면

시간은 흐르고 사진은 남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에 대한 환기
글 입력 2017.02.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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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뮤지엄 youth -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사진전을 다녀왔다.
사실 이전에는 전시회 중에서도 사진전은 잘 가지 않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문학이나 공연, 그림 같은 것들은 뭔가 가공을 하고 만든 거니까 그 안에서 의도한 것들과 내가 해석하는 바가 있을텐데, 사진은 그냥 실제의 것을 찍은 거니까 내가 해석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뭔가 실제로 1차적인 것은 사진작가들이 보고 그들이 뭔가 남긴 기록을 내가 2차적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흥미가 안 갔던 것 같다. 뒷북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꽃도 자세히 볼수록 아름답다고 하던가, 사진전도 보고 있으니 그 매력을 알 것만 같았다.

 전시장은 1층,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사실 1층을 볼 때만 해도 여전히 회의적이고 삐딱한 시선이었다. ‘그래.. 나는 사진은 아직 모르겠어. 그림 전시회나 갈껄..’ 내심 자책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그 때부터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층은 젊음이라는 주제를 ‘반항/일탈’ 에 초점을 맞추고 (일부로 작품들과 조명, 배치 등도 그런 식으로 했더랬다.) 퍼포먼스 위주였던 반면 2층은 ‘자유로움’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2층에 올라가 처음으로 본 사진이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바람이라곤 한 점 없던 그 곳에 바람이 분 듯한 착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 쪽 벽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나체 사진들, 나체라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인지 그 전에는 몰랐다. 선정적이라고 한 순간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기서 옷 입은 한명의 사진이 있었다면 그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ryan-mcginley_peepers-2015.jpg
 

그리고 눈에 띈 것이 파올로 라엘리의 작품들이었는데 누가 봐도 와 사진 예쁘다 싶은 작품들 이었다. 실제로 이 전시회를 치면 가장 바로 나오는 작품도 이 작품인 것을 보면 더더욱 다들 좋아하고 있구나 느껴진다. (그런데 이 작가, 1994년생으로 나와 동갑이었다는 사실...!?)
03.jpg
 

그 곳의 작품들은 사진은 어떻게 봐야 할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춤거리는 나에게 ‘뭘 그런 걱정을? 그냥 봐’ 라고 툭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진들의 매력을 느낄 찰나에 마지막 작품을 보고 나왔다.

 카페에서 나와 같이 간 친구에게 나의 주춤거렸음을 토로하며 이야기 하는데 그 친구 왈,
“사진은 사진만 찍는 게 작가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자연스러운 사진들은 아무리 모델이라고 해도 작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그들은 잘 포착해서 우리로 하여금 다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에 동의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래저래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처럼 사진 무지자가 되레 겁먹고 어떻게 봐야 하는 거냐며 주춤거릴 때 거침없이 다가와 신선함을 안겨준다. 지금 본 사진들을 이전에 봤더라면 사진들과 더 일찍 친해질 수 있었겠다 싶은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dslr카메라를 꺼내고 싶게 만든 전시회였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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