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記

#08
글 입력 2017.02.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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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 스태미나라든가 활동 등의 소침() 또는 부진 상태란 의미
- 연습 과정에서 어느 기간 동안 연습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의욕이나 성적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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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림을 그리는 일, 창작을 하다보면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만나게 된다. 읽는 소리마저 힘이 빠지는 '슬럼프'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래프로 예를 들자면 쭉쭉 그림 소재나 실력이 위로 올라가다 갑자기 평지가 길게 이어지는 구간이다. 문제는 그 구간이 언제 어디까지 일직선으로 뻗어나갈지 모른다는 점이다. 비단 그림을 그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운동, 공부, 일, 취미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팔방미인처럼 '슬럼프'가 제 능력을 뽐내곤 한다. 더욱 화가 나는 점은 시기도 뚜렷하지 않고 대게 갑작스럽게 떡 하니 나타나 제 존재를 너무 강렬하게 드러낸다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슬럼프'를 굉장히 두려워한다. 평소에도 강박증이 심해 하루에 하나 이상 그림 작업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게으르다' 는 틀에 갇혀 버린다. 뒤쳐질 거라는 공포감과 아직까지도 無名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거라는 무의식적인 자괴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심적인 이유들이 더해져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대체 왜 슬럼프가 왔지? 의문만 가득할 뿐 원인을 찾지 못했었다. 하지만 차차 갈수록 비교적 비슷한 이유에서 발현하는 '슬럼프' 덕에 크게 세 가지가 촉발제가 된다.

 첫째, 먹고 사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해서 회사를 다니면서 피로해진다.
 둘째, 연작 시리즈 주제와 소재가 떨어졌다.
 셋째, 심적으로 힘들어진다. (우울증 등등)

보통 첫번째 이유와 세번째 이유가 이어져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어 두번째 이유가 불을 지르는 식이다. 이럴 때면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일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 '괴롭고 해야할' 일로 변질된다. 슬럼프가 오면 책상에 앉아 그리고 싶은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꼬여버린다. 그려야 해! 뭘 그리지? 아, 큰일났다. 뭐라도 그려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이 판을 치고 슬럼프는 낄낄 웃으며 그 괴로움을 먹고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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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원인이 있으면 해결법도 존재하는 법. 다만 내 스스로가 '슬럼프' 임을 인정하고 강박에 빠지지 않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 특히나 그럴 때 그린 기록들은 정말 터무니 없이 내용도 질도 양도 형편이 없어진다. 정말 단순히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하얀 도화지에 그어진 선들과 색들일 뿐이다. 장수는 채울 수 있겠지만, 마음은 더욱 불편해진다. 해결법은 꽤 간단하다. 일단 '휴식'할 것. 영화도 보고 드라마나 보고 싶었던 걸 편히 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시 그림에 대한 것들을 미뤄두는 것. 그림을 그리지 않아 뒤따라 오는 '못 그리게 되면 어쩌지?' 라는 고민도 같이 묻어두기. 공부한 지식들이 며칠 뒤에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손에 익은 (그것도 하루 이틀 쌓아둔 것이 아닌) 감각은 휴식으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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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HAYANG)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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