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에도 대화가 필요해 [문학]

신화 속 사랑이야기: 나르키소스와 에코
글 입력 2017.02.2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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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키소스는 너무 잘생겨서 소문난 청년이었다. 윤기 나는 머리칼, 빛나는 눈동자, 오똑한 코, 웃을 때 드러나는잘 정돈된 치아, 도톰한 입술, 날렵한 턱선, … 태어날 때부터 잘생겼던 이 아름다운 청년은 그를 낳은 어머니마저 그의 외모 때문에 사랑에 빠질 뻔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가 지나가면 뒤돌아보지 않는 자가 없었다. “저렇게 잘생긴 남자는 과연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여자들은 물론이고 님프들과 심지어 남자까지도 그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그가 누굴 좋아하게 될지는 당시의 이슈였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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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는 생기 있는 꽃과 같은 청춘의 모습에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님프였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예쁨을 받던 에코는 종종 숲과 산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고는 했다. 아름다운 그녀는 님프들 중에 제일 가는 수다쟁이였다. 그녀의 수다는 많은 님프들을 불러모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님프들도 많았다. 그녀의 말에는 무언가를 붙잡는 매력 같기도,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 같기도 했다.


    어느 날 숲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에코는 신이 나 그에게 대답한다. 수많은 님프들이 그랬듯이 에코 역시 나르키소스를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했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에코는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하고 나르키소스가 하는 말만 그대로 따라 하기만 했다. 그 이유는 헤라의 벌 때문이었다. 한 때 여신 헤라는 에코의 말에 현혹되어 자신의 본분을 까맣게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헤라는 에코에게 이런 벌을 내렸던 것이다.

“먼저 말을 하지 못하고다른 사람의 나중 말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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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키소스와 에코 사이에는 이상한 대화가 잠시 동안 오고 갔다. 나르키소스는 같이 사냥 나온 동료들을 찾고 있었다. 목소리의 출처가 동료인 줄 알고 그쪽을 쳐다본 나르키소스는 에코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온 힘을 다해 에코를 피해가려고 했다.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걸 단번에 눈치채고 부끄러워진 에코는 먼저 도망쳐버렸다. 그리고는 아픈 마음을 감싸 안으며 아무도 들리지 못하는 깊은 동굴로 숨어 들어갔다. 마음의 슬픔은 육체에 쇠약을 가져왔다. 그녀의 살은 사라지고 뼈는 바위로 변했다. 남은 거라곤 목소리뿐이었다.
시련 당한 자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나르키소스로부터 거절 당한 어떤 님프의 마음에는 슬픔 대신 복수가 차 올랐다. 나르키소스가 진정 사랑을 알고 있기는 한 걸까? 의분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님프의 눈물진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사랑이 무엇인지, 애정의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세요.”

     
    어느 날 사냥 중에 샘 곁을 지나가던 나르키소스는 물을 마시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 갈증을 풀어줘야 할 물 속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청년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물 속에 있는 청년은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고 키스를 하려고 할 때면 도망갔다. 가장 잘생긴 남자가 가장 잘생긴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것이다! 샘 곁을 지키며 자신과 사랑에 빠진 나르키소스는 늙을 때까지 가슴앓이를 하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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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수천년동안 변하지 않는 세간의 관심이 되어왔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런 사랑을 잘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내려볼까? 사랑의 결론은 대화의 방향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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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 애. Selfishness. 자기 자신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이들을 흔히 "자기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도 부른다. 네메시스가 나르키소스에게 내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벌'에서부터 나르시시즘이란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2015년에 발표된 저스틴 비버의 노래 < Love Yourself > 에서 화자는 헤어진 연인에게 이런 말을 툭 던진다.

"
Cause if you like the way you look that much
네 외모가 그렇게 마음에 들면
Oh baby you should go and love yourself
그냥 가서 너 혼자 사랑해
"

연인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충실한 연인에게,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네가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혼자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르키소스는 관심 받는 자였다. 모두의 관심은 그의 외모에 쏠려 있었다. 인간과 님프를 불문하고 그의 스타일은 취향저격이었다. 그런데 나르키소스 정작 본인은 사랑 받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고백을 수십번 거절해본 그가, 거절 계의 달인이라 부를 만큼 많은 이들을 울렸던 그가, 사랑 받는다는 것의 고마움을 알기나 할까? 나르키소스의 사랑은 자신만을 향한 사랑이었다. 사랑에도 기브앤테이크가 있다. 물질, 시간, 애정, 칭찬 등 표현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서로 주고 받으며 관계를 맺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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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했던 님프. 에코 또한 관심 받는 자였다. 입술로 세간의 관심을 얻어냈다. 그녀에게 수다스러움은 인생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에코는 수다스러움이 지나쳐 가십, 험담, 잡담, 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에코의 이야기 주제는 타자였다. 남을 헐뜯는 이러쿵저러쿵 입 방정 가십거리로 시간을 보냈다.


    에코. 반사되어 같은 소리가 연속적으로 재 전달 되는 현상. 헤라에게 벌을 받은 후에는 메아리가 되어 자신의 말은 전혀 내뱉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남의 이야기만 반복하고 자신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변인들과 대화가 불가능해지자 스스로 동굴로 숨어 들어가 죽을 때까지 메아리가 되어 살았다. 

    에코의 관심은 오직 남들뿐이었다. 군중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공감해주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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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르키소스와 군중의 모습을 그려내느라 바빴던 에코. 둘은 서로 대화의 방향이 달라 사랑하지 못했다. 나르키소스는 자기 자신에게로 에코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한 대화였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지인들을 향한 사랑에도 관련이 있다. 나는 타인에게 무감각한가 지나치게 신경쓰는가?

    혹시 에코가 자꾸 마음에도 없는 타인의 말들을 속삭이는 듯 하다면 생각에 집중하라. 나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내 진심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는지, 올바른 말을 하고 있는지.
    반대로 나르키소스가 잠시 왔다가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서 주변으로 눈을 돌려라. 어떤 상처받은 영혼이 당신을 혼내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Photos
1) Narcissus flower (revised) 
2) Echo and Narcissus (detail) 1903,John William
3) Echo et Narcisse,1630, Nicolas Poussin
참고 자료
1) 나르시스와 에코 신화 분석 - 신화와 역사 Prometheus (010530). 다음 블로그. 바나나어. 2002-03-01
[장예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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