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나기 마차

끝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글 입력 2017.02.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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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창작산실 연극
<소나기 마차>
2017.02.10 ~ 02.26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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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제법 따스한 날

 연극 <소나기 마차>를 보러가던 날. 심술부리던 겨울이 파업 선언이라도 한 것처럼 따스한 날이었다. 소나기라도 내리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던 자그마한 기대는 맛보기 봄볕에 스러졌다. 덕분에 북적거리는 대학로 거리를 따라 동숭아트센터에 도착하였다. 아트센터 앞 익살스럽게 생긴 용과 호랑이 조각상 덕에 풋내 나는 웃음이 절로 터졌다.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모습이 묻어나는 아트센터의 내부 또한 감탄을 자아냈다. 표를 찾고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내리 뻗은 계단을 내려가며 이번 연극은 어떨까 괜찮을까 같은 잡념들이 꽁무니를 쫓아왔다.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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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좌석에 앉자 마자 웅장하게 드러나는 무대와 소품에 토끼 눈이 되었다. 마(馬)차로 추정되는 말머리를 단 자전거와 등장인물들이 나타날 법한 공중 다리. 미리 숙지했던 시놉시스에서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한 이야기를 외면하게 만드는 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사람과 시대를 구원한다고 믿는 것은 너무 낡고 진부한 미신일지 모르지만, 두려움을 딛고 이야기의 진정성과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 "소나기마차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즉 연극이 계속되어야만 하는 이유와 어떻게 연극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야기로써 마주하고 그 안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것, 혹은 말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라고 소개해두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까지 소나기마차 단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떤 '현실적인 비판' 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끝이 나기까지. 끝이 난 후, 현재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도 아직도 시놉시스나 소개에서 말한 '공감'을 찾기가 어렵다. 이해하기에 어려웠던 걸까? 아니면 난해한 걸까?



#성(性)적, 살해, 이야기,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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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무대에 비해 극 중간 주변을 둘러보자 잠에 든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일단, 초반부 부터 제인에 대한 성적 농담으로 극이 시작된다. "창년" "다리 벌리는" 꽤 자극적인 단어들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물론, 전개에 필요하다면 쓰여도 문제가 없지만 시놉시스나 포스터에서 봤던 분위기와 다른 극의 상황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곧 마차를 타고 소나기에 녹아버린 마을을 떠나는 극단의 모습이 보여졌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 마을에 도착하고 그들은 '소나기'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한다.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호응이 좋지 못하면 곧 소나기가 그 마을을 덮쳐 모두 녹여버린다. 집, 사람, 동물 무엇하나 구분 없이 사라진다. 얼추 전반적인 내용에서 '소나기'가 우리가 외면하는 진실적인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진실에 외면한 사람들. 그리고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진실을 외면함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황을 표현했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다만 극이 진행되는 동안 종종 자주, 눈을 어디다 둬야 좋을지 모를 장면들이 있어 놀랐다. 극단의 단원들이 얼기설기 싸우고, 기면증이 있는 (소나기에 대한 트라우마) 루비가 발작적으로 소나기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섹스를 택하는 장면에선 하나의 '작품'을 보고 있음에도 눈을 바로 무대로 두기가 애매했다. 그 와중에 마차 안에서 몸을 섞는 제인과 멸치까지. 주변에서도 웅성거림이 살짝 느껴졌다. 극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극적인 상황인 만큼 몸을 파는 여자, 나 몸매로 사람들을 이끄는 역이라는 게 이해가 가면서도. 과연 이렇게까지 극에 성(性)적인 내용을 넣어야만 이야기가 전달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쉬이 가시지를 않는다. 극을 보고 나면 보통 거기서 전달해주려는 내용을 깨닫고 그 후에 나에게 끼친 영향을 떠올리며 집으로 가는 편인데. 소나기마차 연극을 보고 나오는 내내 '자극적인' 장면과 욕설들만 머리를 자꾸 채워서 찬바람을 쐬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적기 이전까지도 극을 이해하려 계속해서 시놉시스를 읽고 장면들을 떠올려 봤지만 아직까지도 그러한 부분들만 부유하고 있어 곤란할 정도이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무대의 활용이나, 배우들의 연기에는 크게 이렇다 할 것이 없어 무난했다. 다만 역시 계속해서 아쉬운 점은 약간 포장지에 그려진 맛있는 과자 사진을 보고 샀다가 달라서 곤란한 듯한 극이었다. 설명으로 미리 비춰준 내용에 비해 극에 너무 과하게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을 넣다보니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네 사는 세상


 생각해보면 극의 내용처럼 우리는 늘 진실을 마주하기를 두려워한다. 그저 재밌는 논란거리, 쇼에만 눈을 두고 정말 관심이 필요한 이야기를 모른 척 하기 일수다.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기에 외압적인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필요한 진실을 가리는 미디어나, 실질적인 손해를 협박 삼아 입을 막으려 하는 세력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진실은 가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소나기마차처럼 누군가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듣는 사람이 생긴다. 그럼으로 세상은 움직이는 게 아닐까. 2016년 병신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사회적 문제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나 또한 광화문에 나갈 수 있을 때마다 나갔고,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 충격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중요한 게 아닐까. 극의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장점이라 한다면. 그런 자극적인 장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극을 보고난 후에 오래도록 생각할 시간과 여지를 준 것 같다.

 극 내용 속 외의 우리네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그 진실을 보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선택은 개개인의 문제지만 외면은 결국 크든 작든 파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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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HAYANG)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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