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빛과 선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가진 우리 옷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2.19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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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땀한땀 생활한복)


  얼마 전 전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관광지로 유명한 전주이지만 SNS에서 볼 수 있는 딱 그만큼의 볼거리가 있다는 말에 실감하게 된, 즐거움 속에 조금은 김 빠지는 감이 있었던 여행이었다. 전주에서만 찾을 수 있는 무언가 특색 있는 소소한 볼거리보다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길거리음식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전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옥으로 빼곡한 거리와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한 기분을 주는 한복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한복은 확실히 나의 이 짧은 여행 가운데 가장 즐겁게 남은 기억이 되었다. 나는 전주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우리는 이 아름다운 복식을 일상 속에 남겨놓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걸까?
 
  우리가 ‘한복’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조선시대의 의복으로 굳혀져 있지만 사실 한복은 한민족의 고유한 의복을 전체적으로 지칭하는 말로서, 그 역사는 고조선시대까지 내려간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결혼식에서 기혼 여성들 혹은 명절 때 어린 아이들에게서나 한복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왜 이 아름답고 기능도 뛰어난 옷을 일상에서 입지 않는지 의문을 품은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하나 둘씩 평상시에, 또는 여행을 가서 생활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고궁, 혹은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에 가면 한복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복대여업체들이 많이 있고, 생활한복의 수요가 꽤 늘어나 이를 전문적으로 런칭하는 브랜드도 생겨났다.
 
  최근 사람들이 즐겨 입는 한복의 종류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일상복과 기능, 재질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한복의 형태는 남긴 생활한복, 또 드레스처럼 화려한 퓨전한복이다.

  생활한복 중에서 가장 현대와의 이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허리치마’이다. 허리치마는 허리에 둘둘 말아 끈을 묶거나 구멍사이로 통과해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사이즈가 정해져있지 않아 누구나 입을 수 있고, 굳이 저고리를 입지 않고도 니트나, 셔츠, 티셔츠 등과 매치하기도 쉽다. 때문에 생활한복을 처음 고를 때 허리치마부터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전적인 느낌 때문에 한복 하의에 접근하기 어려운 남자들을 겨냥해서 마고자처럼 긴 저고리를 자켓처럼 입을 수 있도록 한 한복이 등장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데님 재질로 된 저고리, 레이스 재질로 된 저고리, 안감이 기모인 저고리, 모직 재질의 허리치마 등, 천감 소재가 굉장히 현대스러워졌기 때문에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패셔너블해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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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땀한땀 생활한복)


  퓨전한복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드레스처럼 화려한데, 치마 라인을 둥글게 부풀리기 위해서 치마 속에 서양의 패티코트 같은 속치마를 입는다. 그리고 허리라인을 잘록하게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한복과는 달리 꽉 조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치마를 풍성하게 하긴 했지만, 철제로 된 패티코트 같은 속치마가 아니라 천으로 된 속치마를 많이 덧대 입은 것이라고 한다. 치맛자락과 저고리 앞, 뒷면에, 심지어는 남자 한복의 저고리에도, 자잘하게 반짝이는 장식들이 많이 달려있다. 한복대여업체들은 주로 퓨전한복을 입는 여성들에게 머리장식도 웨딩헤어처럼 진주, 프릴장식 등을 사용해서 반묶음머리를 해주곤 한다. 댕기를 드리고, 쪽지는 등 머리를 단정하게 묶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전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처럼 퓨전한복은 겉보기에는 더 화려하고 예쁘긴 하지만, 서양의 미적기준을 어느정도 따르고 있기도 하고, 전통적인 한복과 차이점이 많아, 퓨전한복보다 전통적인 한복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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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대여업체에서 해주는 웨딩헤어


  전통적인 한복을 생각해보면,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한 아름다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한복의 미를 이야기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나오는 요소 중 하나가 ‘선’이다. 한복의 선들은 흐르는 물처럼 유려하게 떨어지고, 그러면서도 빳빳한 동정의 직선과 잘 어우러진다. 나는 이러한 특성이 곡선으로 된 사람의 몸에 한복이 착 감기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득히 깊은 물빛인 쪽빛과 자연의 풀내를 담은 듯한 연두색, 기품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자색,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송화색 등 우리 고유의 천연염색 기법을 이용한 빛깔을 이르는 색들은 어쩜 이리 섬세한지.

  ‘깃과 섶의 날카로운 반전’, ‘옷고름의 흐르는 아름다움’ 등, 시인들은 한복의 미를 이다지도 아름답게 표현해 왔더란다. 원래도 아름다운 한복이지만, 알수록 보인다고, 이토록 수려한 표현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그 멋을 한 번 더 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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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부터 쪽물 염색장의 길을 걸어 온 정관채 염색장
(출처 : 월간 에세이)
 
 
  하지만 역시 한복의 미 중에 단연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요소는 ‘신체를 생각하는 옷’이라는 것이다. 한복은 살이 쪘건, 말랐건, 심지어 사이즈도 크게 상관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다. 몸에 조이지 않아 활동성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특히 하의가 넉넉하여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건강한 옷이다.
 
  여행을 통해서 머리속에 다시 떠오르게 된 한복이지만, 나는 평상시에도 한복이라는 문화에 낭만과 같은 설레이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성인이 되면 내 돈으로 생활한복을 장만하여 일상 속에서 한복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한 것이 벌써 2년 전, 올해에는 그 다짐을 꼭 이루어보겠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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