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이 된다는 것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2.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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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나는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렇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조숙하다, 애 늙은이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는 곧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이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오는 경우도 많았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은 나를 ‘엄마’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남들도, 내 자신도 나를 ‘조숙하다’고 생각했던 청소년기가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겨울이 되면 추위에 못 이겨 옷을 꽁꽁 겹쳐 입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학생 때는 다리 살이 에는 듯한 그 추운 날씨에도 살색 스타킹 하나로 버텼었는데, 그 시절이 경이롭게만 느껴졌다. 멋 보다는 ‘건강이 최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핸드크림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의문을 가질 정도로 촉촉하고 고왔던 손은 나도 모르는 새 차가운 겨울철 바람에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주위에서는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그런 소리를 해’ 라고 한다. 물론 난 아직 젊은 나이이다. 하지만 난 내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기에,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무언가 큰 변화가 생긴 것만 같은 어색한 기분이 드는 것뿐이다.

 이러한 어색함은 새해를 맞으면서 더욱 커졌다. 어렸을 때는 새해가 되고,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한 학년이 올라가는 것, 더 어려운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그 정도였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자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은 이전까지 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4학년이 되면 취업을 준비해야 하고,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나이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신입생의 마음인데, 아직 사회에 나가기에는 미숙한 존재일 뿐인데, 벌써 미래를 생각해야 되는 시기가 눈 앞에 온 것만 같았다.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어렸을 적의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조숙한 아이였는데, 성인이 된 나는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그저 ‘미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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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 침착하고 늘 담담하게 해내고는 했었는데, 몇 년 새에 감정의 변화가 넓어지고, 마음도 여려졌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고, 더 단단해진다는데 나는 왜 그런 것일까?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겉만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삶의 의미도 찾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정해진 일들을 하며 그렇게 몇 개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쳇바퀴 돌듯 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뭐라도 해보고, 부딪혀봐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밥을 떠먹여주었기 때문에 잘 씹어서 삼키기만 하면 조숙한 아이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먹을 밥을 내가 지어서 직접 떠먹어야 하는 순간이다. 성인이 된 순간부터 누가 차려주지도, 떠 먹여주지도 않기에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로 진짜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목표가 생기니 삶의 의미가 생기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여전히 나는 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고, 여전히 미숙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한 발을 내딛었기에 요즘은 삶이 즐겁게 느껴진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천천히 한 발씩 내딛다 보면, 먼 훗날 내가 꿈꾸던 멋진 어른이 되어 이 글을 보고 흐뭇해 할 날이 오지 않을까.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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