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작가의 '알려진' 이야기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 [시각예술]

전을 다녀온 후
글 입력 2017.02.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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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알려진' 이야기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 - <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을 다녀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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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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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칼로  [부상당한 사슴(나는 가련한 작은 사슴)],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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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테 콜비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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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황소>, 1953년 경


 빈센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케테 콜비츠, 그리고 이중섭. 제시한 거장들을 머릿속으로 찬찬히 나열해 보았을 때에 우리는 공통적으로 어떠한 생각을 하는가? 예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입을 모아 ‘그들의 슬픈 인생사’를 말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 한 점을 감상할 때에도 이 작품에 담긴 작가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혹은 알려진 인생사 중 어떤 시점에 제작되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다. 아마도 이는 위의 작가들이 인류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또는 비슷한 맥락에서 비롯된 고통을 일생동안 감당해 왔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결론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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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한 티켓을 손에 쥐고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을 다녀왔다. 잠깐 맥락을 벗어나보자면 나는 전시가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관을 참으로 좋아한다. 궁 안의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닐어 전시장으로 향할 때의 행복한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홀로 이중섭 전을 보러 왔을 때에는 해질녘 밝은 미소의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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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 (1916년 ~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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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 , 1967

 그 날은 여느 전시회나 수요가 가장 많을 일요일이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관람객이 적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참 좋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한국 근대미술 거장의 작품과 함께 덕수궁의 경치 또한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흔치는 않을 텐데, 스치는 생각과 함께 고개가 갸우뚱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해설을 듣게 된 중년의 여성분께서 조심스레 질문을 건네셨다.




“같은 장소에 이중섭 전을 보러 왔을 때에는 복잡하리만큼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회는 왜 이리 사람이 적지요? 유영국 또한 한국 미술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인데 말이지요.”




 도슨트 분의 해설은 참으로 간단명료했다. 그 이유인즉슨 가족과의 생이별, 아내와의 슬픈 사랑 등 이야기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심금을 울리는 아픈 인생사를 가진 이중섭과는 상반되게 유영국은 대중들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스토리가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화가 유영국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생업을 위해 잠깐 작품 활동을 그만두었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숭고미를 작품에 담아낸 기하학적 추상화를 통해 한국의 모더니즘을 리드하였다는 것 등이 전부일 것이다. 실제로 유족들은 유영국의 삶 이야기를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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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론도>,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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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여인과 소녀들>, 1964
 
 찬찬히 생각을 해 보니, 이중섭 뿐 아니라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한국미술 화가들 또한 그들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 사랑, 우정 등의 감정적인 요소들과 작가의 이름이 나란히 인식되곤 했다. 몇 달 전 전시회 속,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를 전시한 아카이브 관은 그의 은지화 만큼이나 인기가 많았고, ‘박수근’ 하면 한국전쟁과 밀레를 연결 지으며 김광섭의 노래를 들을 때에는 김환기의 그림을 떠올린다. 이렇게 ‘인간’과 관련된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함으로써 나의 발걸음은 저절로 그들의 작품 앞으로 당겨져 왔다.


 물론 유영국의 작품 또한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보물과도 같은 자산이다. 앞선 화가와의 차이점은 그저 가슴을 쿡 찌르는 그만의 인생사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공부를 해 온 나는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그의 색감과 터치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다른 스토리에 묻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거장을 조명한 전시 자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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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칼로 (1907~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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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칼로 <단지 몇 번 찔렸을 뿐 (몇 개의 상처)>, 1935




 예술은 소통과 치유의 과정이다. 작가가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감상한 타인이 그것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작가의 스토리는 감상자가 작품에 보다 큰 관심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에 도우미 그리고 길잡이 역할을 해 낸다. 우리가 프리다 칼로의 일생을 담은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그림을 찾아 감상하며, 그녀의 남편 디에고를 원망하기도 하면서 함께 아파하는 것처럼.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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