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컬트 마니아의 웰메이드 한국형 오컬트 무비 [시각예술]

영화 검은 사제들
글 입력 2017.02.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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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강동원, 신부복, 김윤석

네 가지 키워드가 만났는데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을까- 당연하다싶이 개봉하자마자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는 인디영화가 아닌 첫 정식 엑소시즘 영화라며, 혹은 강동원의 신부모습이 끝내준다며 수많은 사람을 영화관으로 이끌었고 박소담이라는 신예 여배우를 띄워냈다. 블록버스터. 3D영화가 아닌 이상은 집에서 프로젝터를 키고 혼자 조용히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갖가지 스포일러들을 피해가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또 밀려둔 영화들을 보고 ‘오늘은 검은 사제들을 볼 날이야!’라는 필(feel)이 잡힐때까지 수일. 드디어. 드디어 봤다. 그리고 사서 한 고민은 실망을 낳는 것처럼. 아주 찜찜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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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이비에 꽤나 예민하다. ‘사이비 종교’라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 외의 모든 종교를 배척 한다-는 개념의 사이비. 국교나 일방적으로 대다수가 믿고 있는 종교가 딱히 없어 그런지 혹은 자유로움보단 예의와 배려에 더 무게를 두는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아무튼 영화, 음악, 책 등 다양한 부분에서 유명세를 타기 위해선 소비자를 위한 배려로 어느 정도 종교적 특성을 부드럽게 섞어 내야 하는 게 의무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검은 사제들은 참 머리가 좋았다. 무당과 신부를 어느 쪽도 불쾌하지 않게 잘 엮어 냈다. 돼지와 치약 등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들. 굳이 며칠씩 기승전결 따라 루즈해 질 필요 없이 ‘단 하루’를 잡아 1시간 48분을 급박하게 엮어 내 엑소시즘 영화 특성 상 약간의 루즈 해 질 여지마저 잘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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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로 딱 “웰메이드 한국형 오컬트 무비”에 적합했다. 하지만 한국형.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로서 타 엑소시즘 영화 <엑소시스트1><컨저링1,2>와 당연히 비교하게 되었다. 과연 해피엔딩은 꼭 필요 했을까? 영신이는 꼭 살아나야 했으며 최부제는 어떻게 그 높은 곳에서 강에 뛰어들었는데도 살아나올 수 있었던 걸까. 영신이는 죽고, 김신부는 미치광이 신부로 낙인찍히고, 최부제마저 강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끝났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급박한 이야기 흐름에 맞춰 같이 클라이막스로 향하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어리둥절 해 진 기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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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 출연한 <의형제>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물론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에서 송지원과 이한규를 비행기 속에서 마주치는 씬을 에필로그 맛으로 넣었던 것처럼.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여운을 남겼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워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검은사제들에서는 그보다 더욱 시나리오가 삐걱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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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헉’숨을 들이켰다는 최부제가 종을 울리며 걸어오는 씬에서 나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꼈다. 오히려 급박한 상황에서 뜬금없는 CG와 화면처리에 현실감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컬트 영화의 맛은 실제가 아님에도 ‘실제 일어났던 일’과 같은 공포감에 있다. 특히 귀신이나 좀비가 직접적으로 출현하지 않는 엑소시즘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 미묘한 현실감을 잃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 갑작스레 ‘영화’라는 가상 프레임을 제공하는 그 장면에서 서서히 돋아나던 공포감은 일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었지만, 그만큼 기대를 하고 있었고 썩 마음에 드는 영화였기에 들 수밖에 없던 다양한 요소들이였다. 그래도 한국대중영화계에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고, 신부복을 입은 김윤석과 강동원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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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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