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력을 꿈꾸는 이야기꾼들, 소나기마차

'소나기 마차' 이들이 몸이 썩어가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이유
글 입력 2017.02.14 17:4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fa2b1d6a01ae7e83482b9d78f4036edb_YHLmqID2doZW54eCa78Ov.jpg
 


 <시놉시스>

정체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소나기’가 세상을 잠식해가는 시대.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 한 대가 마을에 도착한다.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끌던 퍼그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천막을 두드리며 공연을 준비하라고 외친다. 어기적거리며 마차에서 기어나오는 애꾸, 루비, 제인, 멸치, 다다는 모두 ‘소나기마차’의 단원들이다. 단원들은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단원들이 공연준비를 하는 동안, 퍼그는 자신이 사창가에서 데려온 여인 제인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공연을 홍보한다. 퍼그는 공연을 보면서 사람들이 내는 웃음소리가 위협적인 소나기를 멀리 쫓아버릴 거라고, 소나기마차는 마을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떠들어댄다. 그들이 마을에서 펼쳐놓는 첫 번째 레퍼토리가 시작되는데…



  국문과에 재학중인 나는, 수업시간에 쉽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에는 마력이 있어서,
사람들이 말한 이야기는 믿음이 되고,
더 나아가 기적을 만든다."


  구비문학이 몇 천년동안이나 우리 삶에서 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야기의 마력 때문이다. 언어는 언어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삶의 기반이 된다. 이번에 국내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주인공 루이스가 언어학자인 이유도 위와 같다. 인류의 멸망이 다가왔을 때, 언어는 그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된다. '소나기 마차' 이들이 몸이 썩어가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 마을 사람들은 소나기를 잠재울 마력이 필요하고, 이들은 그 마력을 빌려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또 이들 중 몇몇은 그 마력을 실제로 본인들이 소나기에 행사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세상이 종말하고, 무너져 가는 때, 혐오와 분노와 슬픔만이 범럼하는 때. 소나기 마차가 다음 마을로 계속 질주하는 것은 혐오와 분노와 슬픔을, 그리고 종말을 이야기의 마력으로 잠재우고 싶은 여느 재주꾼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문삼화 연출가의 작품을 본 것은 지난 <블랙버드> 이후 두번째였다. 썩어가는 인간들의 내면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 새삼 연극이란 얼마나 솔직한 창작물인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넘쳐나는 혐오 속, 마주하게 된 결말은 우리에게 인류의 희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또 고민하게 만들었다. 소나기 마차는 오는 26일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관심이 있다면 아래 글과 사진을 참고하길 바란다.





소나기마차
- 2016 연극 창작산실 -

일자 : 2017.2.10(목) ~ 2.26(일)
시간 : 평일 8시/토요일 3시/일요일 4시/월요일 공연없음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티켓가격 : R석 4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제작 : 공상집단 뚱딴지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 90분
문의 : 공상집단 뚱딴지 070-8759-0730 


fa2b1d6a01ae7e83482b9d78f4036edb_3AFsI9LivooZicXc3rl.jpg
 

[이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