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대했던만큼 아쉽고, 아쉬운만큼 기대되는 전시- 헬로 미켈란젤로전.

글 입력 2017.02.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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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만큼 아쉽고
아쉬운만큼 기대되는
헬로 미켈란젤로전


헬로 미켈란젤로 (웹용).jpg
 

유난히도 추웠던 어느날, 친구와 헬로 미켈란젤로 전을 보러 갔습니다. 지금까지 용산 전쟁기념관, 세빛 섬 등의 이미 정형화 된 장소에서도 다채로운 공간활용을 보여줬던 본다빈치기에, 그들이 직접 꾸려나간 공간인 헬로 뮤지엄에서의 전시는 더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어떤 의미로는 충분히 충족되었고, 또 어떤 의미로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헬로 뮤지엄, 그 아름다운 공간

헬로뮤지엄은 정말이지 아름다웠습니다. 외관부터가 아름다웠는데요. 물론 겨울이라 어린이 대공원 자체가 황량해 그 아름다움이 덜하긴 했지만, 봄여름쯤엔 정말이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할 것 같았습니다. 

그 안은 외관보다 더더욱 아름다웠습니다. 몇몇 공간에선 정말 감탄밖에 할 수 없었는데요. 그간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 갇혀있던 본다빈치의 공간 활용 능력이 이렇게 발현되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챕터2와 챕터4가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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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챕터 1에서 2로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수많은 프레임에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띄워놓았는데요. 약간은 어두운 전시장에서, 빛을 내는 그림들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뿐 아니라 벽부분도 하나하나가 다 여러 명언들도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헬로 시리즈에서 말하는 ‘위로’라는 것이 이런거였나, 싶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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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을 지나면, 이제 챕터2. 미켈란젤로의 건축물을 설명하는 공간이 나오는 데요. 바닥에 우주처럼, 혹은 연못처럼 펼쳐지는 문양과 삼각형 모양의 조형물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꽃, 그리고 아름답게 빛을 내는 미켈란젤로의 건축물 사진까지. 사실 건축물의 경우는, 어떻게해도 직접 가서 보는 것 만큼의 임팩트를 줄 수 없습니다. 때문에 그저 사진만을 전시했다면 ‘미켈란젤로는 위대한 건축가였다’라는 사실만을 전달받았을 것 같은데요. 그 공간 자체를 아름답게 꾸밈으로써, 공간의 활용이 자아낼 수 있는 감명은 어떤 것이며 미켈란젤로가 왜 위대한지를 설명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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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명 깊었던 공간은, 역시나. 시스티나 성당이었습니다. ‘천장화’라는 특성을 살리듯 전시공간 천장에 펼쳐지는 그림이 주는 위압감은 대단했습니다. 공간 자체를 엄숙한 듯한, 성당과도 같이 꾸며놔서 그 위압감은 더 했는데요. 물론 그림을 보려면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90도 가까이 꺾거나, 벤치에 눕는 수밖에 없어서 감상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였지만. 그 공간 활용도만큼은 대단했습니다. 뿐 아니라 그 앞 바닥에도 마치 카페트처럼 깔리는 그림 또한 인상깊었구요. 

설명은 가장 인상깊었던 것 위주로 드렸지만, 헬로 미켈란젤로전은 이를 제외한 다른 공간도 무척이나 잘 꾸며놨습니다. 정말 본다빈치의 공간 구성력과 활용력이 빛을 발한 느낌이었습니다.



양날의 검과 같았던 컨버전스 아트

헬로 미켈란젤로 전의 공간 구성력이 돋보일 수 있던 것은, 이것이 ‘컨버전스 아트’이기 때문도 컸는데요. 정말로 한번에 단 한가지로밖에 그 공간을 꾸밀 수 없는 타 전시와 달리 ‘컨버전스 아트’는 하나의 공간에 수백 수천가지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저 하얀 벽도 컨버전스 아트와 함께라면 그 어느 벽보다 아름다운 벽화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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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미켈란젤로 전도 이 특성을 정말 잘 이용했는데요. 특히나 최후의 심판을 보여주는 챕터 3에서 이게 가장 돋보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색 벽에, 오로지 최후의 심판만이 그려졌으니까요. 마치 정말 하늘나라에서 최후의 심판을 보고있는 듯 구성한 그곳은 ‘컨버전스 아트’기에 가능했던 공간이었습니다. 뿐 아니라 최후의 심판 자체가 굉장히 세밀한 그림이라, 그저 그림만을 보라하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요. 컨버전스 아트로는 그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조명해 줄 수 있기에 더 최후의 심판을 제대로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의 재구성, 재발견. 이게 바로 컨버전스 아트의 최대 장점인데요.

모든 일엔 양면이 있듯 컨버전스 아트 또한 장점과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단점 또한 그 ‘재구성’인데요. 재구성으로써 그 의미가 창출되기 때문에, 재구성할 가치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가치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미켈란젤로 전에서도 이 치명적인 단점을 느꼈는데요. 

전의 모네전이나, 인상주의 전에서는 그림 자체가 그 순간의 장면을 그려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기에, 또 아름다웠기에 이 ‘재구성’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를 통해서 인상주의 작가들이 이런 풍경을 봤기에 저걸 그렸나, 싶기도 했고 그 아름다운 장면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했으니까요. 어떤 장면에선 언제까지고 하염없이 감상하고 싶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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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아닙니다. 특히나 초반부 소묘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 장면을 오래도록 보고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특히나 더 창출되는 의미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묘들은 미켈란젤로가 이렇게 인간을 탐구했으며, 근육을 그려내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제게 알려주었을 뿐. 그림 하나하나를 굳이 그렇게나 오랜 시간을 들여서 보고 있을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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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의 경우 소묘보다는 나았지만, 마찬가지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천지창조는 정말 수많은 그림들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그 한 장면 장면을 보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천지창조는 하나의 이야기와도 같기에 ‘하나’로 이뤄져야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야기에서 물론 각 부분부분이 다 의미가 있지만, 하나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장면을 길게 끌면 이야기는 루즈해집니다. 천지창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장면 장면을 너무 느릿하게 보여주니, 전 장면이 잘 기억도 나지 않게 될뿐더러 천지창조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일반 그림은 관람자가 어느 부분을 상세하게 보고, 어느 부분을 간단하게 볼지를 선택해서 정할 수 있습니다. 눈이 머무는 시간은 자유니까요. 반면 컨버전스 아트는 그 선택을 창작자에게 맡깁니다. 창작자의 재구성을 통해서 ‘나 혼자였으면’ 보지 못했을, 혹은 보지 않았을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되기에 새로운 창출되죠. 그렇기에 컨버전스 아트는, ‘재구성할 가치가 있는’ 것들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은 ‘가치있게’ 재구성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미켈란젤로’라는 소재는, 또 본 전시에서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컨버전스 아트와는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세한 차이로 ‘명품’이 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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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가 '잠가리'로 오타가 난 설명


제가 국문과라 더 잘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에 오타나 비문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글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좋아서 저는 그것들이 더 안타까웠는데요.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기본적인 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의미를 퇴색시키게 됩니다! 감명 깊게 읽던 글에서도 순간 멈칫, 하게 만들고 글에서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감동을 사라지게 만들죠. 감상자에서 평가자로 태세변환을 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각을 잡고 정독을 했던 것도 아닌 제가 발견한 것만 해도 꽤 됐으니, 전체적으로는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전시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를 한 번 더 검수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아직 개관 초기라 그런지 공사가 덜 끝났었는데요. 뮤지엄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새집냄새는 차치하고서라도 전시 관람 내내 이어지는 공사는 전시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음을 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셨겠지만, 감상적인 음악 뒤로 울리는 쾅쾅거리는 공사소리는 전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가만히 서서 감상하고 있자면 작업 내용을 말하며 지나다니시는 인부 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기도하고, 전시 자체가 미완성이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차라리 조금 휴관을 하고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기계 오작동인지 가끔씩 영상이 버벅 거린다거나 파란화면만이 떠 있을 때가 있었는데요. 특히나 초입부분에 그런 일이 잦았습니다. 그럴 때면 전시를 감상한다는 감상적인 마음에서, 이 또한 컴퓨터 작동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마음을 갖게 됐는데요. 이 또한 한번 정비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헬로 뮤지엄을 개관하고 첫 전시인지라 그만큼 많은 기대를 거시고, 열심히 만든 전시라는 게 눈에 보여서 위와 같은 점들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들 하죠, 이번 헬로 미켈란젤로점은 수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미세하고 기본적인 부분 때문에 평가절하 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면 훨씬 더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대 가득한 아쉬움

어쩌다 아쉬운 소리를 한가득 하게 됐지만, 전시 자체는 좋았습니다. 오히려 좋았기에 더욱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됐달까요?  항상 한가득 기대를 품게 되는 본다빈치의 전시라서, 더 발전했으면 좋겠기에 더 쓴소리를 아끼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전시였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충분히 수정보완이 가능한 것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제게 남아있던 수많은 아쉬움들을 지워내고나면 제가 아껴마지 않는 전시만이 남겠죠. 앞으로를, 그 다음을, 발전을 기대하기에 아쉬움이 마냥 싫지만은 않습니다. 다음 번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게 될 본다빈치의 전시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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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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