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의 길을 가는 한 남자, 연극 < 동이 >

글 입력 2017.02.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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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길을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연극 <동이> by. 임덕영
 

출 연 
  황원규 ㅣ 오민휘 ㅣ 구용완 ㅣ 김자미 ㅣ 김윤미 ㅣ 권준영 ㅣ 매 화 ㅣ 김 필 ㅣ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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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연극 <동이>를 보고 왔다.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러 찾아온 관람객들은 많았다. 저마다 어떤 기대를 안고, 어떤 호기심을 품은 채로 자리에 착석했을지 궁금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찾아 볼 콘텐츠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당 임덕영 씨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는 점이 차별성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전문 연출자가 아니라는 것이 또 한편으로는 작품 완성도에 관련하여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염려되었는데. 어쨌든 난 실제 무당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들의 진솔한 심정과 사연을 들어보고 싶었다. 토속신앙에 관해 오늘날의 무속인들이 갖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극을 보기 전에 가졌던 기대감과 의문점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고 개탄스러운 마음만 가득 남을 뿐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동이의 어머니 역으로 나온 분과 이모 역할의 열연은 눈길을 끌고도 남는다. 오히려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쪽은 산만한 연출과 신파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억지스러운 감정선이었다. 신의 길을 가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한 인간의 삶을 그릴 작정이었다면 더 신중해야 했다. 비이성의 영역을 양지로 끌어올려 감정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성적이어야 한다. 냉철하고 첨예한 연출이 필요한 부분이다. 
  ‘봐봐요,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나 아팠어요, 우리가 이렇게 외로워요, 우리는 정말 힘들어요’와 같은 감정적 호소가 주가 되어버린다면 누군가의 사연은 끝까지 ‘누군가의 사연’으로 남을 뿐, 절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운과 질문, 해답을 구하고 싶은 욕구가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그래, 저들은 정말 힘들구나’로 끝날 뿐인 것이다. 그것은 그들과 우리 사이의 거리감과 이질감을 다시 재확인시키는 일 밖에는 되지 않는다.

  프리뷰에서 표현한 바 있듯, 비과학이라는 이유로 민간신앙이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야만적인 인습, 미신 따위로 전락해버린 오늘날이다. 이 사회는 여전히 존재하는 이 땅의 무당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지워버리고 현대가 아닌 낡은 시간과 인식 속에서나 사는 먼 타자로 남긴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문화적 약자, 사회적 타자들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이>와 같은 연극은 단순히 구구절절 허심탄회한 하소연을 하는 쇼가 될 수 없다. 약자의 문제를 다루는 문제다. 연출자로서의 강한 책임 의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 인간의 섬세한 감정선 뿐 아니라 소외된 인간이 겉돌며 배회하는 우리 사회의 전경과 뿌리 깊은 편견들을 기술적으로 비추고 다뤄야 한다. 토속신앙과 현대사회를 화해시킬 수는 없다하더라도 토속신앙이 딛고 일어서 또렷한 목소리를 낼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연극 <동이>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을 무대 위로 올리기만 했을 뿐 그 작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말 할지에 관해선 성찰이 부족한 작품이었다. 공감도 놓치고, 의미전달도 놓치고 연민만 있을 뿐이다. 굿판은 있었으나 치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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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동이.
고약한 신의 부름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신을 모시는 할머니를 둔 동이.
대물림 되는 무당의 팔자를 거부한 동이의 엄마 미란은 신병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그 탓에 동이의 가족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동이의 아버지 철구가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단 한번 사랑했던 여인 선영의 죽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동이.
결국 신의 부름에 답하기로 결심하고, 내림굿을 받기로 한다.

박수무당 박선생을 중심으로 거나한 굿판이 벌어지고,
누구보다 무거운 삶을 살았던 동이는 서슬 퍼런 작두날 위에 발을 올린다.

“서러움 속에 피는 꽃이 무당의 팔자거늘...
이왕 피는 거 원 없이 피우다 가자꾸나!”



<크리에이티브팀>

제작 : 극단 영감
원작·연출 : 임덕영 
예술감독 : 장재권 
공동각색·조연출 : 김연빈
제작 PD : 방윤정 
제작 매니저 : 박 훈 
조명 : 임효섭
의상 : 신재원
분장 : 김민정
영상 : 서경국
영상 조연출 : 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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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연명 : 연극 ‘동이’
기 간 : 2017년 2월 9일(목) ~ 28일(화)
장 소 :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
시 간 : 월~금 8시 / 토~일 5시 / 22일 수요일 휴관
후 원 : (주)AFO&TRADE, (주)정든닭발, (주)만성스텐, 글로비성형외과, 원더월프렌즈 
예 매 :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관람료 : 전석균일 3만원
문 의 : 02-3676-3676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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