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묘한 힘에 이끌려 그들의 여정을 함께하다 - 신서유기3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2.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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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요일을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였다면 요즘 내게 일요일의 끝을 선고하는 프로그램은 신서유기3이다. 자취방에 TV도 없는 내가 챙겨보는 손꼽는 프로그램이다. 대본이 있을지언정 어느 예능보다도 막장이고 엉망진창이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이 정체성 또한 모호하다. 여행예능인가 하면 서바이벌 예능 같기도 하다. 식사를 걸고 게임을 하긴 하지만 또 사이좋게 밥을 먹기도 한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신서유기3. 뿔뿔이 흩어진 드래곤볼을 찾으러 우루루 몰려 다니는 허점투성이 요괴들이 보여주는 모험에 나는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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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3는 여섯 명의 남자들이 중국대륙으로 여행을 떠나 각종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되어있다. 첫번째 여행으로 계림을 시작으로 지금 샤먼에서의 새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영석PD의 전작 예능들을 살펴보면 먹방 컨텐츠 또한 크게 자리 잡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신서유기에서는 먹방은 거들뿐 그들이 먹방을 찍기전후로의 모험 여정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또 제작진 대 출연진이라는 큰 대결구도보다는 출연진 대 출연진 으로 볼 수 있는 개인전으로 펼쳐지는 대결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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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서유기 전시리즈는 건너뛰고 시즌3부터 시작했다. 그 전 시리즈들은 종종 짧은 동영상 클립으로 봤었다. 처음 신서유기를 봤을때 뭔가 1박2일의 느낌도 나는것 같았지만 뭔가 더 엉망진창이고 막장이었다. 승패를 떠나서 미션에 매우 집착하고 누가 더 미쳐있는가를 증명한다. 상대방의 슬픔은 곧 나의 행복이었다. 단지 밥 한끼가 걸려있는 미션일뿐인데 누군가는 사활을 건다. 경치 구경이라도 편하게 하면 좋겠다만 그 마저도 팀을 나눠 힘듦의 경중을 따진다.


드래곤볼 7개를 모으면 어떠한 소원도 들어주는데 실질적으로 100만원 안에서만 가능하다. 누구하나 거절하는 사람 없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도 내에 꽉꽉 채워서 자신의 위시품목을 말해준다. 겸손과 배려 보다는 탐욕적이고 세속적인 요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즐거워졌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보다 치열하게 전투에 임하는 요괴들에게 제작진은 늘 해괴한 게임들 소개한다. 무난하게 넘기겠지 하면 꼭 큰 한방을 터트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늘 빅재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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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예능을 보고 있으면 절벽과 절벽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예인을 보는 것 같다. 방송용과 비방용을 아슬아슬 넘나드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한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끗차이인데 베테랑들은 줄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허를 찌르는 미친짓, 예상되는 인물들의 예상 밖의 행동, 한번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빅재미. 대인배 혹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척'하는 사람보다는 옹졸하고 협잡스런 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요괴들의 모습에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요괴들의 모습은 어쩌면 누군가는 숨기고 싶어하는 본성이기도 할텐데 과감없이 그런 점들을 뽐내는 걸 보니 사이다같이 속시원하기도 하다. 아직 위시리스트만 잔뜩 늘리고 일곱개의 드래곤볼을 다 모은 적이 없었지만 그들의 집념과 탐욕이라면 조만간 다 모을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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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보여주는 점진적진화형 예능 신서유기3. 오합지졸 요괴들의 앞으로의 여정이 매우 기대된다. 유식과 무식, 치밀함과 허점투성이의 모습들. 인간사 모든 것들이 짬뽕되어있는 요괴들이 오는 일요일을 기다리고 또 일요일이 가는 것을 아쉬워 할 것 같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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