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OUND OF SILENCE', 피아니스트 임현정 리사이틀.

글 입력 2017.02.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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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jpg
 


SOUND OF SILENCE  피아니스트 임현정 리사이틀


17.02.04 SAT 8PM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연주는 열정적이었다. 클래식 속에서 그녀는 열연하는 배우가 되기도 했고, 리듬을 타는 프로댄서가 되기도 했다. 이 모두 감정을 이끌어내는 일. 그녀는 이것에 탁월했다. 손가락으로부터 시작되는 음악의 감정에 맞춰 격분했다가, 한없이 우울해졌다가, 아이처럼 해맑아졌다. 웅장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안. 조명이 비추는 자리엔 오직 그랜드피아노만이 자리했고, 무대를 둘러싼 수많은 객석 중 하나에 앉은 나는 다수 중 평범하고 볼품없는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꽤 즐길만한 기분이었다. 나를 비롯한 모두도 같았을 것이다. 나는 그들 속에 숨어서 오롯이 '듣는이'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열 손가락이 내지르는 한 곡, 한 곡의 감정의 분출을 느끼며 그렇게 두 시간이라는 짧은 순간이 지나갔다. 그녀의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나는 그녀가 연주를 하는 내내 한번쯤 바라보기는 했을까 싶은 자리에 앉아있었다.(혹, 내 주변의 어떤 부분이라도 말이다.) 나는 그녀를 두 시간 내내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나를 한번이라도 보았을 확률은 거의 제로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와 충분히 가볍지않은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게 연주를 하고, 그것을 듣는 행위의 목적이자 의의 아닐까. 그녀가 가진 연주의 다발, 그리고 그것이 무척이나 풍성했다고 말하고 싶다.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아주고, 익숙해진 연인을 향해 불타는 욕망을 되찾아주는 '음악 비아그라' 같다." -제임스 로스, 텔레그라프

   "그녀의 파워풀한 연주는 제약을 받지 않으며 대단히 로맨틱하고 과거 피아니스트들의 환영을 불러 일으키는 듯하다." -제네바 트리뷴


  그녀의 연주가 기대되었던 이유는 그녀가 '최연소', '수석' 등의 타이틀을 달아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예술의 영역에 있어서는, 누구가 더 잘했느냐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얼마나 피아노를 잘 치는지보단, 그녀가 풀어내는 클래식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많은 피아니스트들과 다르게 '최고'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가지고 올 수 있었냐가 내가 그녀의 연주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연주는 최연소 천재 피아니스트다웠다. 피아노 전공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피아노를 오래 쳐왔고 또 듣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공연에 집중할수록 그녀의 실력만으로 수식어를 완성시킨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으로도 물론 완벽했지만, 본인이 연주하고 또 듣고있는 음악을 온 몸으로 표출해내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몸을 들썩이기도 하고 주먹을 꽉 쥐며 클라이막스를 표현하기도 했다. 표정이나 가끔 관객석을 바라보며 짓는 눈빛들은 본 연주가 듣기만 하는 공연이 아니라고 마구마구 주장했다. 그래서 나는 두 시간 내내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몸짓만으로도 한 편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본듯(연주회보다는 비교적 몸짓이나 행동이 활발한 공연이라는 의미로 빗댐.)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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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감사히 받아 관람했던 초대권.



  음악을 온 몸으로 느끼는 듯한 임현정의 모습. 그리고 그녀가 음악의 시작과 끝에 했던 싱그러운 미소로 나는 이 공연을 기억할 것 같다.
 




< PROGRAM >


슈만 | R. Schumann
사육제 Carnaval Op.9

브람스 | J. Brahms
8개의 피아노 소품
Klavierstücke Op.76

Intermission

라벨 | M. Ravel
거울 Miroirs

프랑크 | C. Franck
전주곡, 코랄과 푸가
Prélude, Choral et Fugue



  그녀가 연주했던 네 곡 중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과 라벨 거울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했던 곡이다. 실제로 누군가의 연주를 통해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듣게 되어 정말 좋았다. 공연 전부터 설레던 (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라벨 거울은 피아노를 두들기는 강약이 무척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손목은 내 기대어린 마음을 읽은 것 마냥 통통 피아노 위에서 튀었다. 


  앙코르 곡에서도 그녀의 배려와 센스는 빛이 났다. 다양한 곡을 본 연주곡처럼 정성들여 연주했다. 특히 들려주었던 아리랑은 그녀가 직접 클래식에 편곡한 곡이었는데, 클래식과 우리나라 아리랑의 음정이 오묘하게 섞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으로 재탄생했다!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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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 웹플라이어.jpg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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