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Palette of Taipei, 타이페이의 색을 담다 [여행]

글 입력 2017.02.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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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봄, 잔잔히 물이 흐르는 옆에 곧게 뻗은 산책길을 걸으며 겨울에 대만으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나눈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비행기 티켓으로 나타날지 누가 예상했을까. 비행기 이륙 1시간 30분 전,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공항에 도착했고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얼굴을 가진 장소 한 가운데에 서있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마이너스의 날씨를 지속하던 한국과 달리 대만의 2월은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한 한국의 가을 날씨를 가진 나라였다. “날씨 너무 좋아!”라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대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마음 한가운데에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여름에 오지 않길 잘했어!’

  여행을 가기 전에는 언제나 걱정이 많다.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숙소까지 찾아가지? 혹시라도 소매치기를 당하면 어떡하지? 마지막에 돈이 부족하면 뭘 먹고 버텨야하지? 막상 도착하면 바보 같은 걱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공항에서 중심지까지 가는 길, 대중교통 이용법 등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다. 막상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소매치기를 할 만큼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알려줄 정도로 친절하다. 마지막 날에 돈이 부족하다면 현지에서 한국의 카드로 환전을 받을 수 있다.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에 ‘마라훠궈’가 너무도 먹고 싶었던 나는 한국의 체크카드로 현지 환전을 받아 2시간동안 자리를 잡고 고기를 흡입하다시피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물론 환율이 비싸긴 했지만, 먹는 순간 돈에 대한 생각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니 일단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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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만 여행에 대해 글로 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개의 글에 4일에 걸친 여행을 담아내기에는 특정한 주제를 잡아야했다. 계속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가 내가 보내준 대만의 사진을 보더니 “근데 사진에 다 노랑이 하나쯤은 있어ㅋㅋㅋㅋㅋㅋㅋ노랑노랑해!”라고 했다. 정말 사진을 보니 노란색이 한 가지씩 담겨있었다. 이거다! 나는 4일 동안의 대만 여행기를 색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Colors of Taipei.



노란색 : 따뜻함

  여행가기 몇 주 전 뉴스에 나온 사건으로 대만이라는 나라에 겁이 났다. 어머니는 대만여행을 앞둔 나에게 연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셨다. 잔뜩 겁먹은 나를 처음으로 반겨준 색은 바로 노란색. 유치원 병아리반을 생각나게 하는 노란색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운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 나에게 대만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노란색을 택할 것이다. 나의 무서움을 귀여움으로 변화시켜준 만큼 특별한 의미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타이페이의 곳곳에서 발견한 노란색 덕분에 여행을 즐겁게 마쳤다고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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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 강렬함

  대만이라는 나라는 중국의 통치를 받았던 역사가 존재해서 그런지 중국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붉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말이다. 대만의 국기에도 붉은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듯이 ‘대만’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색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온 대만의 붉은색은 노란색과 같은 따뜻한 느낌은 아니었다. 어딘가 흥분되는, 강렬한, 즐거움을 극대화시켜주는 색. 특히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던 지우펀의 붉은색은 ‘아, 여기가 대만이 맞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질 정도로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부르고 있는 마음의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마음이 두근거리는 꿈을 꾸고 싶다. 되풀이되는 실수를 할 때마다 사람은 그저 푸른 하늘의 푸름을 깨닫는다. 끝없이 길은 계속되어 보이지만 이 양손은 빛을 안을 수 있다. 부르고 있는 마음의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몇 번이라도 꿈을 그리자. 슬픔의 수를 다 말해 버리는 것보다 입맞춰 살짝 노래 부르자. 바다의 저편에는 이제 찾지 않는다.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마음속에 찾을 수 있기 때문에."
- 히사이시 조 <언제나 몇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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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 산뜻함

  타이페이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단수이를 꼽을 것이다. 타이페이의 중심지보다 북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바람에 따뜻한 햇빛을 갖고 있던 단수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단수이는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촬영지보다 단수이의 워런마터우(Tamshui Fisherman's Wharf)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인이 많이 없어 단수이의 바다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고 비리지 않은 바다냄새, 나도 같이 즐거워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앞머리가 헝클어지지 않을 정도의 바람은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서울의 삭막한 도시를 왔다갔다하며 지내온 나에게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를 만나게 해준 타이페이. 타이베이의 푸른색은 나에게 설렘이며 산뜻함이자 ‘힐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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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바람을 느끼며 광합성을 하고 있는 강아지입니다. )


  여행을 떠나는 데에 돈의 여부는 상관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다.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바로 돈이다. 돈이 없어도 몇 달만 벌면 떠날 수 있다. 나는 여행으로 인해 텅텅 빈 통장이 아쉽지 않다. 그만큼 값진 경험을, 돈으로 살 수 없는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또는 여행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장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짐을 싸서 공항으로 달려가라고. 여행은 중독이 되어도 좋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갈래 길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ㅡ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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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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