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말하는 것, 말해야 하는 것, 끊임없이 말하는 법을 이야기하다

글 입력 2017.02.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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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부터 시작할까?
세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왜 소나기가 내리는지.
왜 한 시대가 접혀 들어가는 지.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왜 여태 살아있는지.
언제 그게 우리를 덮칠 지.
왜 죽음을 앞두고
이런 저질쇼에 환장하는 지
너희 중에 누가 죽지 않고 버틸 지.
당신들 아이가 누구한테 붙잡혀있는지
궁금한 것부터 말해줄게.
하나하나 얘기해드리겠습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얼마 전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어둠의 힘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도 2017년 대한민국에서. 하지만 대중들은 역사 속에서 학습한 혹은 경험 한 독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대중들은 간혹 반정부적인 성향의 영화나 도서, 공연에 대해 은연중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곤 했다. 저러다 정권의 뭇매를 맞는 것은 아닐는지 하며. 하지만 이제 외압은 농담이 아닌 잔인한 ‘팩트’ 라는 게 밝혀졌다. 이와 같은 봉건적인 행태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감시의 대상이 되어온 문화예술에 그것이 갖는 역할과 힘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과연 문화예술이 힘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세차게 부는 바람에 기대어 이리 저리로 휘둘리는 존재는 아닌가? 이토록 약한 존재라면 문화예술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거리들을 가득 담고 있는 연극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소나기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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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정체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소나기’가 세상을 잠식해가는 시대.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 한 대가 마을에 도착한다.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끌던 퍼그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천막을 두드리며 공연을 준비하라고 외친다. 어기적거리며 마차에서 기어나오는 애꾸, 루비, 제인, 멸치, 다다는 모두 ‘소나기마차’의 단원들이다. 단원들은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단원들이 공연준비를 하는 동안, 퍼그는 자신이 사창가에서 데려온 여인 제인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공연을 홍보한다. 퍼그는 공연을 보면서 사람들이 내는 웃음소리가 위협적인 소나기를 멀리 쫓아버릴 거라고, 소나기마차는 마을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떠들어댄다. 그들이 마을에서 펼쳐놓는 첫 번째 레퍼토리가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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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소나기마차>는 극중극의 형태로 관객은 연극 <소나기마차>의 관객인 동시에 ‘소나기마차’의 관객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보는 이의 입장에서 소나기마차의 단원들의 이야기는 더욱 현장감 있게 다가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종래엔 극이 던지는 질문, ‘말한다는 것, 말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진다.


 문화예술은 개개인의 삶속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굉장한 파급력을 가진다. 우리는 몇 시간짜리 수업이나 몇 년에 걸친 경험에서도 얻지 못한 무언가를 한 권의 책, 한 번의 연극, 한 편의 영화에서 깨닫기도 한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반드시 진실한 목소리를 내야하며 대중들은 비판적인 시선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만약 문화예술이 진정성에 다가가려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권력의 시녀가 된다면, 그리고 대중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문화예술은 예측 가능한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

 이렇듯 문화예술이 갖는 엄청난 힘과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연극 <소나기마차>의 이야기는 문화예술의 생산자에게나 관객에게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진실한가? 그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떤 상황에서도 문화예술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특히 <소나기마차>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고 믿기에, 말해야하는 것의 의미와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법을 연극 <소나기마차>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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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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