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가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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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을 하고 있는 중이라 연극이나 전시, 공연등을 가지 못하고 있다가, 설 연휴라는 기회를 틈타 <헬로, 미켈란젤로>전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위로'라는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좀 쌩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과연 어떤 전시길래 위로를 전한다는건지, 무척 궁금했다.

 

 

 

 

전시가 열리는 헬로 뮤지엄은 능동 어린이회관 특별전시관이다. 어린이대공원역에 내리면 바로 갈 수 있다. 연휴라 그런지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실제로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전시다. 이 전시의 관람포인트는 크게 세가지인데, 첫째는 '미켈란젤로와 시대를 마주한다'는 것. 둘째는 감각적인 조명, 영상 테크놀로지와 HD프로젝터를 결합한 '컨버전스 아트전시'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터랙티브 전시'라는 것이다. 전시장 내부에는 인터랙티브존이라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 관람이 끝난 후 놀이공간을 통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조각가이자 건축가이며, 화가이자 시인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지창조’ 벽화를 비롯해 조각상 ‘다비드’, ‘피에타’ 등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고집스러움이 조각과 그림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표현되었는지 그의 작품과 명언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감각적인 조명과 영상 기술, 각종 모션 그래픽이 활용된 작품을 선보였다.

 

  

 

몇 번 관람해 본 컨버전스 아트의 가장 큰 장점은 '생동감'과 '웅장함'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 어느것보다도 뛰어난 '웅장함'이 돋보였는데, 그건 단연 미켈란젤로의 이 놀라운 업적때문일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 최후의 심판 부분은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천장화)를 컨버전스 아트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마치 성당 안에 들어온 듯한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듯 했다. 또한,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원작과는 다른 느낌에 흥미로웠다.

 

또한 컨버전스 아트를 보면서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성 조각상이 너무나 완벽한 나머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조각상이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여신은 그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해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그 이야기말이다. 여신이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컨버전스 아트는 멈춰있는 예술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황홀하고 아름답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올 때쯤, 왜 이 전시의 주제가 '위로'인지 알 것 같았다. 예술가는 사라져도, 그가 남긴 위대한 예술품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사람에게 전해진다.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약 500여년 전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미켈란젤로가 남긴 예술은, 지치고 힘든 내 일상에서 경이로움이 되어 나를 깨운다. 온 나라가 변혁의 시간 속에 몸살을 앓고 있던 순간에도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내며 그 어느 것보다 고결한 완전체인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를 충실히 완성시킨, 한 남자로부터의 '위로'를 꼭 한번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