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SeMA GOLD - X: 1990년대 한국미술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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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SeMA GOLD - X: 1990년대 한국미술



늘 전시회에 가면 말없이 혼자 작품을 감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전시회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 이번엔 어떤 전시를 누구와 같이 갈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식지를 읽게 되었다. 1990년대의 한국미술전이 열리고 있다는 글과 함께 같이 갈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엄마였다. 엄마가 결혼하고 나를 낳고 키웠던 시대가 바로 1990년대이다. 그래서 전시회에 가면 나에게는 낯선 1990년대를 엄마에게 물어보면서 오순도순 관람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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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90년대는 풍요롭지만 빈곤했으며, 전통적이지만 급변했던 시기이다. 해외와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새로운 것들이 들이닥쳤으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한국화 시킨 젊음들이 90년대를 대표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90년대 한국미술을 재조명하기 위한 기획전을 격년제로 개최하고 있으며 청년작가의 '블루', 중견 작가의 '골드' 그리고 원로 작가의 '그린'으로 구성했다. 이번 전시는 당시 신세대였지만 현재는 중견 작가인 '골드'전이었다. 당시 X세대라고 일컬어졌던 젊은 작가들이 표현한 시대상과 주요한 사건들을 아카이빙과 작품으로 보여 지고 있었다.

전시는 ‘90S 신세대 소그룹’, ‘전시의 전시’, ‘작품 재제작’, ‘90S 카페의 재구성’ 4가지의 키워드로 이루어져있는데 사진 촬영이 제한적이라 사진으로는 일부밖에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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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키워드인 '90S 신세대 소그룹' 은 90년대 신세대 작가들이 단발적 프로젝트를 위해 임시적이고 일시적으로 만든 작품 활동 그룹들이다. 90년대를 대표했던 ‘뮤지엄’, ‘서브클럽’, ‘30캐러트’, ‘진달래’의 작품이 전시되어져 있다. 4개의 소그룹들은 공통적으로는 극단적인 실험주의 와 탈장르를 지향했지만 각자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해서 작품만 봐도 어느 그룹의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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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전시’ 파트에서는 90년대 사회와 전시(미술)가 어떤 접점에서 만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90년대 후반에는 IMF위기로 자본 붕괴를 겪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빠른 경제 성장으로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 소비산업사회였다. 이러한 사회 문화를 비판했던 작품들을 이번 키워드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는 한국자본주의의 중심지인 압구정동 문화 현실을 다각도에서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문화 비평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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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의 문화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사실 90년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90년대의 대중가요이다. 무한도전의 '토토가'로 인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90년대는 대중가요의 르네상스인 만큼 명곡이 많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아래 사진 속 흰벽의 연도별 표시가 당시 대중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5주이상 한 곡들을 90연대생 일반인들이 무반주에 노래 부르는 것을 아카이빙한 작품이다. 일반인이고 무반주이다 보니 노래는 서툴렀지만 그 서툰 감정 속에서 느껴지는 친근감이 참 좋았다. 완벽하지 않은 노래여서 그런 건지 내가 노래를 못 불러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더 와 닿는 노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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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내가 ‘오~’라는 탄성이 나왔던 것은 네 번째 키워드인 '90년대 카페'였다. 당시 카페는 신세대 작가들의 주요한 활동 무대이자 미적 감수성이 형성되는 공간이었다. 90년대 카페를 담은 이형주 작가의 <기억채집>은 당시의 인기 있는 언더그라운드 카페였던 ‘일렉트로닉카페’, ‘올로올로’, ‘오존’, ‘발전소’, ‘곰팡이’를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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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페 안의 모습들이 오늘날의 카페 풍경과는 달랐는데 그렇다고 내부가 촌스럽거나 낡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 낯설지 않은 형태라 잘 생각해보니 현재의 이태원이나 홍대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스탠딩 바나 스몰비어의 형태였다.

재밌었던 점은 재구성하기 위해 이형주 작가가 언더그라운드 카페를 다녔던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한 녹취록을 작품 내부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술에 취해 카페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들 이었다. 역시 젊음은 예나 지금이나 술로 시작해서 술로 기억되어지는 것 같다.

90년대는 내가 태어난 시대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난 시대이기에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는 것이 없지만, 친근하기도 하고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보물처럼 궁금한 점이 많은 시대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이라는 멀면 멀고 가까우면 가까운 시간들인데 벌써 이렇게 역사의 한 편처럼 아카이빙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간이 흘러가고 시대가 바뀌면서 사회는 더욱 발전했는가.’, ‘우리 사회는 90년대보다 나아졌는가.’, ‘바른 지향점으로 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었다. 작품들이 비판하는 90년대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감되었다. 이번 전시 속에서 느낀 '공감'의 감정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SeMA GOLD 《X: 1990년대 한국미술》
2016.12.13 ~ 2017.02.19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관람시간※
동절기(12월~2월)
화 - 금 10am - 8pm
(토, 일, 공휴일 6pm까지)

※뮤지엄나이트 운영※
(10am - 10pm 연장 개관)
매월 둘째 주 수요일, 마지막 주 수요일

※도슨트운영※
-2017년 1-2월: 매일 오후2시/4시 (2회)

※전시 정보※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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