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눈 앞에서 펼쳐지는 굿판의 향연, 연극 동이

글 입력 2017.02.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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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펼쳐지는
굿판의 향연

연극 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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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론가 로빈 우드는 “괴물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디선가 억압된 것들이 비틀린 형태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괴물’이란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스크림과 링, 여고괴담의 히트 이후 야심차게 나온 공포영화 4편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억압’된 이들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찍히면 죽는다, 해변으로 가다, 하비, 가위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4영화는 철저하게 스크림의 장르관습을 가져왔습니다. 모두 슬래셔무비였죠. 

하지만 모두 슬래셔 무비였음에도 불구하고, 4영화 중 3영화는 망하고 단 하나의 영화만 살아남습니다. 바로 “가위”입니다. 가위에서의 연쇄살인범은 다름 아닌 ‘무당의 딸‘이었죠. 억압 된 것, 잊혀진 것들이 ’괴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가위가 사람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던 이유는 ’무당‘과 ’여자‘ 모두가 억압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근대에선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것들은 모두 ‘전근대성’으로 치부됐습니다. 근대화를 추구하는 한국사회에서 전근대적인 것들은 모두 억압받아왔죠. 그 중에서도 특히 무속신앙은 ‘사이비’라고 폄하됐으며, 굿을 하면 경찰이 잡으러 오는 일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단군왕검, 무당이자 왕이었던 그의 후손인 것은 자랑스레 여기면서 ‘무당’은 부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 속 ‘무당’은 ‘이상한 것’, ‘무서운 것’, ‘꺼림직한 것’이란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토속신앙은 우리의 시작이자 근본이며, 한국 정서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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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오명을 벗기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연극 동이입니다. 동이는 무당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맞서기 위해 실제 무당인 임덕영이 5년여간 쓰고, 연출한 연극입니다. 동이의 어머니가 겪는 ‘신병’이나, ‘신내림’, 결국 동이가 받게 되는 ‘내림굿’…이 모든 것은 작가님께서 이미 겪었고, 또 계속해서 작가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죠. 

결국 연극 동이는 ‘자료조사’한 무당의 이야기, 혹은 ‘상상’한 무당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실제 무당의 이야기인 것이죠. 자전적이라 할 만큼 진솔하게 담아낸 ‘무당’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그 어떤 매체보다 무당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가져다 줄 것 같습니다.

뿐 아니라, ‘무당’과 ‘굿’을 이야기하는 형식이 연극입니다. 서양은 배우와 관객 사이에 제4의 벽이라 불리는 벽을 상정했지만, 우리나라는 달랐습니다. 판소리든 탈춤이든 관객들은 언제고 극에 개입할 수 있었죠. 무대와 관객사이의 벽은 없었습니다. 이는 굿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굿판’이 벌어질 때 주위 사람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잔치와도 같았던 굿판에서 사람들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즉 굿은 관객과 배우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시간인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선 어떻게해도 그 ‘벽’은 허물어질 수 없습니다. 브라운관, 스크린, 책. 무엇 하나는 관객과 배우 사이를 가로막는 절대적인 벽이 존재하니까요. 반면 연극은 다릅니다. 서로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기에 그 벽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언제고 허물수 있는 것이죠. 극에 개입이 가능했던 우리나라 정서 상, 이는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굿판을 실제 ‘잔치’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형식이 바로 연극이죠. 

무속인이 말하는 무당이야기, 연극으로 느끼는 굿판. 이 두 가지의 조화만 하더라도 연극 동이를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한번 신명나게 춤추다 가는 우리 인생처럼, 연극 동이의 굿판에서도 신명나게 울고 웃을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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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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