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공주의 등장을 환영하며 - ‘모아나’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1.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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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는 바다의 사랑을 받은 아이였다. 아기 거북을 노리는 새들을 쫓아내는 착한 소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바다로 향하길 원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지켜야할 것이 있었다. 부족장의 딸로 태어난 그녀에게는 마을의 수호와 부흥, 부족민들의 안전이 중요했다. ‘암초 너머는 위험하다’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규칙은 그녀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 소녀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한다. 허황된 이야기로만 치부하던 할머니의 말이 무섭게 실현되기 전까지는.

 ‘테 피티’는 태초부터 존재하던 생명과 바다의 여신이자, 그녀 자체로 이루어진 섬이었다. 그녀의 힘의 근원이었던 심장을 반인반신(demigod) ‘마우이’가 훔쳤고, 그 순간 어둠이 생겨났다.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마우이’를 찾아 ‘테 피티’의 심장을 되돌려놔야 한다는 것이 전설의 내용이었다. 어둠이 확산되며 섬이 말라갔다. 코코넛 나무는 병들고, 물고기도 잡히지 않았다. 풍요로운 땅에 어둠의 뿌리가 내리자, 소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전설에 나오는 ‘마우이’를 찾아 그를 설득하고 어둠을 물리칠 생명의 근원지 ‘테 피티’로 향한다.


모아나 포스터.jpg
 


1. ‘마우이’ - 인간의 인정을 바랐던 가엾은 ‘모아나’의 조력자


 ‘마우이’는 폴리네시아 전설의 주인공이다. 섬을 바다에서 끌어올리고, 태양에 그물을 씌워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고, 불을 훔쳐오는 등의 업적은 전설에 등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어둠이 등장하는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자, 강력한 힘을 지닌 반인반신이지만 힘의 원천인 마법의 갈고리를 뺏기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한 섬에 1000년을 갇혀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자.


Okay, okay, I see what's happening here
(니 기분 뭔지 알아.)
You're face-to-face with greatness and it's strange
(눈 앞에 영웅이 있으니까.)
You don't even know how you feel, it's adorable
(참 혼란스러울거야.아주 귀여워!)
Well, it's nice to see that humans never change
(너희 인간들은 변한게 없어.)
Open your eyes, let's begin
(눈을 크게 잘 떠봐.)
Yes it's really me, It's Maui, breathe it in
(그래, 진짜 나야. 마우이.놀랐지?)
I know it's a lot: the hair, the bod
(완전 반했지? 머리, 알통.)
When you're staring at a demigod
(이런 반신반인 처음이지?)
What can I say except "you're welcome"?
(내가 준비했어. 고맙지?)
For the tides, the sun, the sky
(파도와 태양, 하늘.)
Hey, it's okay, it's okay, you're welcome
(고맙단 말 안 해도 괜찮아.)
I'm just an ordinary demi-guy!
(난 그냥 보통 영웅이니까.)

Dwayne Johnson - You're Welcome
이장원 - 괜찮아(한국가사)
* 더빙버전 가사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노래 가사라 의역이 많아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아나마우이 회유.jpg
 

 ‘모아나’와 ‘마우이’의 첫 만남에 그가 부르는 노래다. 직접 자기가 한 일들을 자랑스레 나열한다. “괜찮아”라며 자연스레 상대가(인간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자신감 넘치고 능청스러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할 줄만 아는 자기애 넘치는 철부지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자기가 먼저 “괜찮아”하는 모습이 어딘가 석연찮다. ‘모아나’가 그를 움직인 말은 ‘영웅’이었다. 지금의 인간들은 ‘마우이’를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사태를 해결하면 다시 영웅으로 인정해줄 거라는 말이 그를 움직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인정’이었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신들이 준 마법의 갈고리를 통해 반인반신으로 거듭난 그 출생부터 그는 인간으로부터의 인정을 바라는 존재에 멈춘다. 불과 땅의 악마 ‘테 카’와의 싸움에서 망가진 갈고리를 붙잡고 ‘갈고리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자신만만한 저 노래의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마우이’는 그저 인정이 필요했던 나약한 반인반신이다. 본래 디즈니의 전형적 서사는 공주와 왕자가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에 있다. 그러나 ‘마우이’는 ‘모아나’에게 연인으로서의 위치나, 영웅으로서의 위치를 갖지 않는다. ‘테 카’와 싸우는 것은 ‘마우이’지만 ‘모아나’로부터 동기를 부여고 실제로 결말에서 결정적 성취는 ‘모아나’를 통해 가능해진다. ‘마우이’는 기존의 왕자나 영웅으로서의 인물이 아니라 ‘모아나’와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이자, 항해자로서의 ‘모아나’를 성장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2. I am Moana - 새로운 공주의 등장을 환영하며.

모아나 바다.jpg

 
 ‘모아나’는 모투누이 부족장의 딸이다. 바다를 좋아해 언제나 바다로 나가길 소원하는 딸이 불안하던 부친은 ‘모아나’에게 지금 있는 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노력한다. ‘모아나’는 부족민들의 안정과 부흥이 자신에게 가져다 줄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어둠의 확산으로 섬이 병들자 ‘모아나’는 더 이상 섬에만 머물 수 없게 된다. 바다로부터 선택받은 ‘모아나’는 항해자였던 먼 선조들이 그러했듯, 바다를 나아간다.
 ‘마우이’를 만난 그녀는 영웅이 될 기회라는 말로 그를 설득한다. 괴물 게 ‘타마토아’로부터 마법의 갈고리를 회수하고, 마법의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마우이’의 각성을 돕는다. 서사의 중반이 ‘테 카’와 싸워야하는 ‘마우이’에 맞춰져있고, ‘모아나’가 그를 돕고 있기에 ‘모아나’를 ‘마우이’의 조력자로 볼 수도 있다.
 한 차례 ‘테 카’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실의에 빠진 ‘모아나’는 바다에게 왜 자신을 선택했냐며 원망한다. ‘테 피티’의 심장을 바다에 던져버린 그녀의 앞에 죽은 할머니의 영혼이 화신으로 나타나 묻는다. ‘Do you know who you are?’


모아나 할머니.jpg

 

I am a girl who loves my island And the girl who loves the sea, it calls me
(나는 바다와 내 섬을 사랑하는 소녀야. 날 불러.)
I am the daughter of the village chief
(나는야 자랑스러운 족장의 딸.)
We are descended from voyagers Who found their way across the world
They call me
(길 찾아 넓은 세상 누빈 항해자의 후손들이 날 불러.)
I've delivered us to where we are I have journeyed farther
(내가 이끌었어. 이 길로. 이미 먼 길 왔지.)
I am everything I've learned and more Still it calls me
(많이 배웠지만 아직도 나를 불러.)

And the call isn't out there at all It's inside me
It's like the tide Always falling and rising
(언제나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서
파도처럼 계속 출렁거리며)
I will carry you here in my heart You'll remind me
(나의 심장 속에서 살아서 나를 깨워)
That come what may I know the way I am Moana!
(나의 갈 길 알고 있어. 나는 모아나.)

Auli`i Cravalho, Rachel House - I am Moana
정영주, 소향 - 나는 모아나(한국가사)
* 더빙버전 가사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노래 가사라 의역이 많아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아나'는 ‘나는 모아나’라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바다로 직접 뛰어들어 자신이 던져버린 ‘테 피티’의 심장을 들고 다시 운명에 맞선다. 할머니 영혼의 물음이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녀 내면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성장의 계기를 스스로 마련하고, 좌절에 머물지 않고 다시 운명에 맞서는 그녀의 모습은 기존의 ‘공주’들의 모습들과는 사뭇 다르다.

 ‘모아나’는 애니메이션에서 여자 주인공이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녀는 책임질 의무가 있는 부족장의 딸이자, 거친 바다를 누비던 피 끓는 모험가의 후손이다. 그녀는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며 성장하는 개인이자, 전설 속 영웅을 각성시키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그녀의 정체성은 스스로의 운명에 맞서는 주체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디즈니의 공주는 더 이상 자신을 불행으로부터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왕자는 배워야 할 점이 있지만 때로는 찌질하기도 한 공주와 함께할 동반자로서의 위치를 갖는다.


모아나마우이.jpg
 

 새로운 공주의 등장을 환영한다. 매력적인 공주와 미워할 수 없는 영웅, 바다의 신비로운 빛깔을 때로는 시원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그려낸 디즈니의 영상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까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모아나’다.


Auli'i Cravalho - How Far I'll Go (모아나OST)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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