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1.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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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덕행덕이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는 신조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는, ‘별걸 다 줄이네’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 말은 그저 웃어 넘길 젊은이들의 가벼운 신조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덕후에 대하여 : 어원과 변천사

  덕후라는 단어는 ‘오타쿠(おたく)’라는 일본어를 우리나라의 한자 독음식으로 읽은 것이다. 오타쿠라는 일본 단어는 타인의 집을 높여서 부르는 말인 ‘귀댁(お宅)’에서 유래한 것이다. 초기에는 어떠한 분야에 광적으로 빠져 외부세계와 단절되었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었지만, 최근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의미가 ‘특정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 의미가 많이 순화되었으며 ‘특정 분야에서의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확대되기도 했다. 오늘날 오타쿠라는 사회현상의 인식이 긍정적인 면모까지 확대되고 개선된 바탕으로는 문화의 다원화, 또한 이에 따른 하위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있겠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증대하면서, 각 개인이 밀고 나가는 문화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게 수면 위로 올라왔고, 때문에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라고 불리던 비주류문화, 서브컬쳐(sub-culture) 등에 대한 인식 등도 개선되었다.

 
 
  키덜트가 뭐에요?

  개인적으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된 이후 이런 덕후활동, 즉 ‘덕질’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큰 그룹은 바로 키덜트라고 생각한다. 키덜트란 kid(아이)와 adult(어른)를 합친 합성어로, ‘아이들과 같은 감성 혹은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한다. 포탈사이트의 지식백과에 따르면, 키덜트는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의 성인계층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키덜트족은, 유년시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역시 한 때는 정신적인 퇴행을 겪고있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키덜트족이 아이들과 같은 감성 혹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그러한 감성이 주는 판타지와 몰랑한 느낌들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와 같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을 쫓아 가는 일은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압박에 지쳐있는 어른들에게 힐링이 된다. 이러한 취향들은 오덕후처럼 현대에 와서 더욱 자신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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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키덜트 엑스포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나’의 덕질 History

  여전히 덕질이란 어렵고 먼 존재인 것만 같은 당신, 그리고 여전히 덕질은 사회를 벗어나고픈 이들의 도피처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나의 덕질의 역사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덕후 혹은 덕질이라는 말이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인생 최초의 덕질이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덕질의 영역은 바로 디즈니였다. 어렸을 때에는 막연히 예쁜 공주들이 나오고 형형색색의 색들이 나를 현혹시키고, 내가 몸을 맡겨버릴 수 있는 선율이 있었기 때문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심취했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더 멀리, 깊게 하게 된 지금, 내가 디즈니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을 더 하게 될수록, 곱씹을수록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의미와, 단지 선율뿐만이 아니라 가사 속의 교훈에서 배어나오는 아름다움이 있는 노래 등이 나에게 끊임없이 시각적, 청각적인 자극과 머리 속의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가 되어서는 동생과 집에서 편하게 누워 닥터후, 셜록홈즈, 마이매드팻다이어리 등의 영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영국 드라마는 소재가 다양하고, 우리나라에서 흔한 러브라인 등이 적어 색다르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 전에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공상을 가능하게 했고, (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모습을 한 우주 어딘가의 외계인이라던가, 20세기 초를 주름잡던 탐정을 현대에서 만난다던가) 또 함께 덕질을 하는 사람이 그저 지인 혹은 친구가 아닌 가족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 분야에서의 덕질을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 작은 공간을 내주었고, 많이 알지는 못해도 늘 애정어린 마음과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성인이 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새롭게 덕질에 뛰어든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야구다. 나는 스포츠를 잘 하지도 못할뿐더러 보는 것도 잘 못하고, (룰을 잘 이해하거나 외우지를 못한다) 좋아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사실 거의 모든 스포츠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야구장을 한번 다녀온 뒤, 나는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서 마음 졸이며 선수를 바라보는 응원의 묘미, 그리고 마치 한 마리의 치타처럼 내달리는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내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던 두뇌싸움. 이 모든 것들은 야구 시즌 내내 내가 매일 야구 경기 결과를 보게 하고,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번은 야구장 티케팅을 하게 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나의 사례에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나는 스스로를 이러이러한 분야의 덕후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칭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분야에 나의 모든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며, 그 분야 이외의 영역에 발도 들이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덕후는 이제 더 이상 비정상의 영역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든 모두 어떤 것을 열렬히, 온 마음을 다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만약 아직 당신이 그 마음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품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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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덕후들의 건강한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먼저 모든 덕질이 생겨난 바탕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나 이외의 타인의 덕질을 존중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좋아할 수도 없다는 것,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때문에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타인이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것을 까내리기보다는 그 좋아하는 마음을 존중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의견을 말할 때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며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이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예의가 덕질이라는 영역에까지 확대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선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비윤리적인 분야 (로리타콤플렉스, 쇼타콤플렉스 등의 소아성애를 생각해보라)에 대한 개인의 취향을 이것은 나의 덕질 분야라며 합리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은둔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덕후라는 단어가 초기의 부정적인 의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폐쇄적인 자신의 공간에서 두문불출하며 애정하기보다는 취향이 맞든 맞지 않든 나의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당당해지기를 권한다. 다시 한번,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업시키고 위로할 수 있는 대상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그를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덕질은 인생에 좋은 자양분이 된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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