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記

#04
글 입력 2017.01.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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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空間 
: 1 . 아무것도 없는 빈 곳. /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 공간 속에 담다

 사전적 의미로 공간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 곳' 으로 단순히 집이나 방과 같은 물리적 범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범위까지 내포한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는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집이라는 공간 속에는 또다시 방으로 나뉜 공간이 존재한다. (물론, 원룸이라면 집과 방은 같은 공간으로 치부된다.) 공간 중에서도 특히나 개인이 사용하는 부분은 의미가 남다르다. 여럿이 사용하는 공간, 예를 들어 학교의 교실, 강의실, 도서관 등은 사적인 부분이 보호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개인이 사용하는 공간. '방' 이라는 공간은 사적인 부분이 보호가 된다. 그런 탓에 학업이나 직장이 끝난 후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그 안에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해도 관여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얘기할 건 바로 공간.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 욕실, 욕조 그리고 슬픔

 종 시구절이나, 어디선가 말하길. '너무 슬퍼서 눈물에 익사할 것 같다.' 라고 표현을 종종 한다. 물론 실제로 눈물에 익사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만큼 슬픔에 잠긴다는 뜻이리라. 욕조가 있는 집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종종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슬픔이 몰려오면 따스한 물에 몸을 구겨넣고 잔뜩 울고 싶은 날이 꽤 많았다. 여전히 그런 날이 갑자기 덮쳐올 때가 많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실제 욕조가 아니라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슬프지 않을 때 슬픈 그림을 그릴 수도 있지만 정말 그 감정에 잠겨 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은 감정에 푹 젖어있다. 감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물기가 느껴질 정도로. 욕실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담겨지는 슬픔이라는 감정. 가장 힘들고 슬픔에 잠길 때마다 그려둔 <욕조> 연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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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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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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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조 03>
 

 욕실이라는 공간을 설정하고, 그 후는 자유롭게 슬픔에 대해 그림으로 서사한다. 물질적인 공간과, 심리적인 공간이 얽혀 벽을 세우기도 하고 혹은 그 자체를 크게 넓혀 물 밖에 또 다른 물을 채워둔다. 슬픔이 흘러 넘치고 감당하지 못해 웅크려 우는 안의 주인공. 보통 주인공의 얼굴을 가린다. 특정한 사람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이입할 수 있도록. 굳이 이입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떠올리며 슬픔을 온전히 느껴지게 하는 바람.

 함축하자면, 나에게 있어 여러 공간 중 '욕실'이라는 공간은 '슬픔'을 담아내는 빈 공간이다. 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어쩐지 모든 것이 서글퍼지는. 앞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욕실 다음으로, 또 다른 공간에 어떤 감정을 담아내는지. 낼 수 있는지. 가까이서 누구나 한 번쯤 오갈 공간인 만큼 그림을 보고 오랜 후에도 욕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문득 떠오르기를 바란다.







김세옥_에디터9기.jpg
 

[白(HAYANG)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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