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리스인 조르바, 당신과는 친구하기 싫습니다 [문화]

글 입력 2017.01.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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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이 잔에 채워지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 이야기는 고민이기도 하고, 연애 이야기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한탄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일갈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답은 이거다라고 하는 그의 말은 상대방을 언짢게 한다. 우리가 답을 몰라서 고뇌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말하고 싶어서,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어서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JTBC 손석희는 지난해 연일 화제였다. 그의 대화법 또한 화두에 올랐다. '그건 아닙니다.'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은 어덯습니까?' 라는 말. 정중한 태도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법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느 내내 조르바는 독자를 불쾌하게 만든다.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가 옳고 화자가 추구하는 바가 옳지 않다는 그의 태도와 말. 밀이 <자유론>에서 '설령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라고 서술하지 않았는가. 그 누구에게도 상대방의 생각을 묵살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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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다. 허나 조르바는 자유의 이름으로 화자를 가르친다. 물론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그의 말은 고개가 끄덕거리게 만드는 말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든다. 그런데 눈살이 찌푸려진다. 조르바의 말이 틀렸다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의 행동과 말투 때문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할 때는 정도가 심해진다. 1910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그의 인생을 고려한다고 해도 말이다. 과거를 소급해서 비난할 수 없듯 그 시절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가치관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지금은 강간법이나 절도범에 그치지 못할 그에게 자유로움을 맛본다는 사실이 그렇게 만든다. 

 조르바는 '너는 절대 줄을 끊지 못한다. 긴 줄이냐 짧은 줄이냐의 차이다.'라고 화자를 비난한다. 욕망을 현실화시켜 '줄을 끊는 칼'로 만들지 못한다면 평생 자유로워지지 못한다고 언급한다. 자유는 칼로 줄을 끊어버리면 얻을 수 있는 가치일까. 줄을 끊고 욕망으로 살아간다면 본능만 남은 짐승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순간의 본능이 사회를 붕괴하게 만들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인 인간이 자유를 추구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 인간의 욕망을 붇들고 있는 줄은 사회를 구성하게 만드는 최후의 보루는 아닐까. 완전하게 줄이 끊어진 상태가 아니라 긴 줄을 메고 다니면서 자유를 즐기는 맥락 속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책을 읽다보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 생각들은 책이 끝나도 독자에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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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표지에는 '조르바를 통해서 진정한 자유의지를 맛보았다.'라고 적혀있다. 이 말을 읽지 않고 책을 읽으면 좋다. 진정한 자유의지를 맛봐야 한다는 선입견이 될 수 있으니까. '!로부터의 자유'인 소극적 자유와 '~로의 자유'인 적극적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르바와 화자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자유를 누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세계문학소설인 그리스인 조르바는 '밤은 불을 키고, 심장은 안식을 구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와 같은 상상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써있다. 심지어 불쾌감을 선물하는 조르바조차 문학사에서 가장 완벽하게 형상화된 인물이라고 평가된다. 그는 남을 통해서 변화하기보다는 남을 변화시키는 일갈하는 사람이다. 책 속의 조르바는 완벽하다. 그러나 내 친구라면 어떨까. 스스로 옳다고 말하는 그는 친구로 영 꺼림직하다 못해서 단 1초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문학계에서는 완벽한 인물이지만 현실에서는 피하고 싶은 친구가 조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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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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