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은 모순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모순 덩어리 [문학]

모순, 소설부터, 우리네 인생까지
글 입력 2017.01.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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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모순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모순 덩어리
 
- 모순, 소설부터, 우리네 인생까지 -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하얀 표지와 약간 얇다싶은 책 두께로 인해 나는 이 책을 얕보았다. '금방 읽을 수 있겠네.' 라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 책을 집어들었다. 처음에는 역시 쉽게 술술 책장을 넘겼지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횟수가 쌓일수록 내 옆에는 노트와 펜이 자리 잡게 되었고 무언가를 적는 횟수 역시 많아졌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게 보통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른 장편소설에 비해 얇은 편이지만 생각을 더욱 요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잘 안 쓰는 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줄줄이 수다를 늘어놓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주인공은 안진진. 25살 결혼 적령기-1998년의 시각에서- 여성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란성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하나이면서 둘, 둘이면서 하나인 자매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태어난 4월 1일 같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둘의 삶은 극명하게 갈렸다. 진진의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는 생계에 쪼들리는 고달픈 삶을 살아야했다. 진진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술만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되어 아내 향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몇 년에 한 번씩 집에 찾아올까 말까 하는 처지였다. 진진의 아버지는 가정을 책임지지 않으셨다. 따라서 모든 집안의 일은 어머니의 차지였고 어머니는 안 해 본 장사 없이 온갖 장사를 다 하시다 시장에서 양말장사를 하시며 생계를 꾸려나가셨다. 이에 반해  이모는 소위 결혼 잘했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마 이런 상황 때문에 진진과 진모는 무의식적으로 이모 집에 대한 열등감에 휘말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아침 진진은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그 수단으로 결혼이라는 것을 선택한다. 그녀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나영규와 김장우. 나영규는 치밀하고 완벽한 남자다. 그는 모든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계산하며 확실히 실행해야 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너무 자신의 계획대로만 일을 진행하려고 하고 진진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진진은 불만을 품기도 하지만 그의 전염성이 강한 웃음 때문에 항상 같이 웃게된다. 이에 반해 김장우라는 남자는 야생화 사진작가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준비성이 없다. 주로 진진에게 의견을 구하는 편이고 가난하지만 결국 진진이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가 된다. 둘 사이에서 갈등하던 진진은 김장우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나영규에게 이별을 구하려 하는데.......
 
 아버지가 돌아왔다.
 
중풍과 치매에 걸린 채로 돌아온 아버지는 진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러던 와중 이모는 단조로운 삶에 질려 자살을 하고 만다. 시간이 흐르고 이모네와 진진이네는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가고 진진은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하고 만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느끼는 거지만 이 소설은 제목처럼 모순투성이이다.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이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 그러나 그녀들의 삶은 태어난 10분의 차이로 인해 확연하게 달라져버린다. 10분 먼저 태어난 언니로서 먼저 중매쟁이를 통해 진진이의 아버지를 소개받았던 어머니는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만 했고 이모는 소위 결혼을 잘해서 풍족하게 살았다. 그녀들의 전혀 다른 남편들로 인해 그녀들의 결혼 생활과 그녀들의 자녀들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10분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쌍둥이의 얄궂은 운명이 첫 번째 모순이다.
 
   두 번째 모순은 그런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삶을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이모는 풍족하지만 심심한 결혼생활에 싫증을 냈고 단조로운 기계 같은 삶이 아닌 생기 있는 삶을 원했다. 마치 자신의 언니 진진의 삶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이모의 결혼인생이 백배 천배 나았지만 그녀는 힘겨워했다.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떠나는 기차 같은 이모부,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져야하며 계획에서 벗어나는 돌발적인 사고 등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모부를 이모는 지루해하고 심심해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는 겉치레에만 신경 쓰는 기계 같은 남자였다. 마치 삶의 모든 목적이 사회적인 성공뿐인 사람처럼. 그녀의 아이들 주리, 주혁 역시도 유학 때문에 외국에 나가 살고 그들의 목적을 위해 이모를 등한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단조로운 행복, 이모는 아마 외로움과 정신적 황폐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웃고 울고 하는 -어머니는 항상 힘든 일이 있으실 때마다 더 활기를 띄셨다- 진진이네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진의 어머니는 언제나 풍족한 이모네 집을 부러워하며 결혼 때문에 팔자가 뒤바뀐 것이라며 10분의 차이를 한탄하셨다. 사실 진진이 아버지의 모습이 옛날 우리 아버지의 모습과 흡사해서 진진이네의 모습에 공감이 많이 갔다. 술만 먹으면 돌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자식들에게는 무섭고 아내에게는 정말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힘든 일이다. 그리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가장은 정말로 골칫거리인 것이다. 충분히 이모네 가정을 부러워 할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족의 과거는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가족은 가족이라 그리워하고 함께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모는 이런 점을 부러워 한 것이리라.
 
  마지막 모순은 안 진진의 선택이다. 진진의 두 남자는 각각 진진을 이모의 단조로운 행복한 삶과 자신이 겪었던 어머니의 삶, 불행과 행복이 어우러진 삶으로 이끌어줄 존재들이다. 치밀한 계획의 나영규는 이모부를, 진진이 사랑하는 남자 김장우는 아버지를 닮은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이모의 죽음은 간접적으로 진진에게 김장우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진진은 자신에게 없던 것을 선택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말이다. 이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단조로운 행복을 피해야 정상이지만 굳이 사랑을 버리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모순이라 생각한다.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 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책 중에서 -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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