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얼룩 틈새로 보이는 강인한 눈빛, 프리다 칼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1.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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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림에는 삶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최저의 깊은 바닥에서부터 혹은 현기증 나는 높은 곳까지 세기를 걸쳐 퍼져나가는 삶의 요소들이다. 그녀만의 세계 혹은 그녀의 가장 깊이 자리한 밑바닥으로부터 오는 모든 것을 그림에 넣었다. ... 나는 프리다처럼 여성의 감성과 고뇌들을 캔버스에 시처럼 표현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프리다는 여성의 창조적인 능력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풀어낸 멕시코 르네상스에서 타의 추종의 불허하는 화가다."

-디에고 리베라



  20세기에 이름을 떨친 작가들 가운데 그녀는 당당히 서 있다. 프리다 칼로를 그녀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또 그녀의 삶은 어떻게 그림에서 묻어나오는가.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그녀의 인생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 여행은 결단코 평온한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녀의 삶 군데군데에는 그녀가 흘린 피와 눈물과 땀이 얼룩져있다. 나는 그 얼룩들을 이전보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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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칼로에 대한 글을 쓰자니 그녀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영혼의 고향, 디에고 리베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다에게 있어 디에고는 그녀의 삶 이상의 존재를 의미했다. 그가 그녀에게 주었던 것은 비단 사랑과 기쁨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과 동시에 고독과 분노라는 감정을, 또한 희망을 주고 나서 절망을 주기를 반복했다. 이렇듯 그는 그녀가 이전에는 결코 혼자서 깨우칠 수 없던 세계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했던 사람이었고, 그가 그녀의 그림, 자아, 그리고 인생에 미친 영향은 마치 해일처럼 어마어마하게 몰아치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그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프리다에게 화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녀가 표현하기를 원했던 그림 속의 본질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또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에게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프리다가 그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프리다 칼로가 그를 사랑하는 데에는 이처럼 많은 이유들 보다 ‘이유 없음’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그 많은 이유들이 없어도 프리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머리 속 전체를 지배했을 것이다. 그 이유 모를 사랑과 바람을 프리다는 자화상을 그릴 때 이마(머리)에 디에고를 그림으로서 표현해냈다. 나는 이처럼 보기 드문 형태의 사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프리다가 어떠한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어쩜 이들의 만남과 사랑은 아직까지도 이렇게 아이러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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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에고를 사랑해. 그 어느 때보다 사랑해. 그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환희'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어. 디에고에게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그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와 함께 갈 테니까... 우리는 같이 묻힐꺼야. 나는 이미 '디에고가 없으면 나도 없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나는 디에고 없이는 살지 않을 것이고, 살 수도 없을거야. 나에게 디에고는 나의 아이이고, 나의 아들, 아빠, 애인, 남편, 나의 전부니까..." 

_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친구에게,
프리다 칼로



  그녀의 그림 속에는 수 많은 의미들이 담겨 그녀 자신만의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내 치마가 저기 걸려있다>에서 그녀는 멕시코에 대한 애정과 멕시코 토착 문화에 대한 상징으로 멕시코 전통의상을 그렸는데, 이 전통의상은 <가슴 아픈 기억>이라는 그림에서도 등장한다. 이처럼 그녀의 의미는 어느 한 그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 삶 속에서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어떠한 것을 향한 태도를 담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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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마가 저기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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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기억>


  프리다 칼로를 생각할 때 대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대표적인 그림, <부러진 척추>를 보면 그녀의 몸은 마치 말라빠지고 메마른 대지와 같은 느낌이 든다. 황폐하고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여기저기 바스라지는 모습이 마치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듯이 연약해 보이기만 하다. 이렇게 자신의 약하디 약한 모습을 비유적이면서 사실적으로 표현한 화가는 그녀밖에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그녀의 약한 모습은 그녀의 대부분의 자화상에서, 특히 <몇 개의 작은 상처들>이라는 그림에서도 쉬이 찾아 볼 수 있다. 아 그림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림을 둘러싼 나무 액자에 묻혀진 것이 진짜 피인 것처럼 생생하고 퍽 잔혹스럽게 느껴진다. 배경이 결코 어둡지 않고 채도가 높은 색들을 주로 사용했음에도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참혹하고 또한 기이하다.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처럼 캔버스에 고통스러운 시를 표현한 여성은 그녀 이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녀는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타인 또한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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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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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작은 상처들>


  지금껏 나는 프리다의 그림 속에서 그녀 스스로는 약하고 초라한, 부서져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녀의 그림들 속 그녀의 눈빛을 보면 그녀는 그럼에도 눈동자에 초점을 잃지 않았고 반짝임을 잃지도 않았으며 강인하고 밝은 빛이 그렁그렁하다. 그녀는 자신이 절대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또 많은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눈빛 속에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프리다의 그림 속 그녀에게서 한 점 미소를 찾아 볼 수는 없어도, 그녀 내면의 결연한 의지와 단단한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너무나 멀리까지 풍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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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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