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과학하는 마음'

글 입력 2017.01.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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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과학하는 마음’은 그러한 면을 정말 잘 드러내 주는 연극이었다. 극은 아프리카에 있는 유인원 연구소를 배경으로 한다. 보노보, 침팬지 등의 영장류를 연구하는 연구소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연구원들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심리학 전공으로 새로 온 조기쁨은 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어 그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유인원을 통한 실험 연구로 알아내고자 한다. 이는 유인원을 자식과도 같이 사랑하는 강인주 선임 연구원과의 갈등의 씨앗이 될 징조를 보인다. 또한 유인원 연구에 온 힘을 쏟아 연구하는 강인주 선임 연구원과 그녀와 같은 팀 양태민 연구원은 유인원 연구소를 테마파크로 조성해 돈을 벌 궁리만을 하는 손일호와 갈등관계를 보인다. 손일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연구소에 들러 이런저런 얘기를 떠들다가 북에서 온 연구원 은혜에게 치근덕댄다. 며칠 째 조용하게 말이 없는 은혜는 사실 아프리카 식물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구광준 연구원과 불륜관계였다 임신을 하게 된 상태이다. 또한 연구소에는 강인주 선임 연구원의 남편이자 센터장인 최명과 외국인 연구원인 링가까지 총 8명이 등장하여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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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사람들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그려낸다. 그것은 어떠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주목할 만한 문제는 유인원의 생태를 연구하며 인공적으로 진화시켜 인류 진화의 발전과정을 밝혀내려는 연구소의 주된 연구에 관한 것이다. 먼 훗날 시간이 흘러 좀 더 진화가 되면 유인원과 큰 다른 점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연구원들은 그렇다면 현재는 인간이 유인원보다 우의에 서있다고 하여 그들을 마음대로 잡아다가 실험을 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일제시기에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잡아다 생체실험을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인데, 유인원에 대한 그들의 연구 역시 종간의 구분이 있지만 같은 생명을 지닌 존재를 마음대로 다루어도 되는 걸까하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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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순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극이었다. 인간 실험과 유인원 실험은 궁극적으로 생명윤리에 관한 측면에서 구분되어질 수 있는 것인지, 영장류들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것과 그들을 연구하기 위해 한 곳에 가두는 것은 넓은 시각에서 어느 한 쪽은 좋고 한 쪽은 나쁘다고 주장할만한 근거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극 중 등장인물들은 그룹을 나누어 대화를 하고 그 대화소리는 의도적으로 겹쳐져 어느 한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그 때 잠시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이 던진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연극은 어느 하나를 명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줄 뿐이다. 마지막 엔딩은 인상 깊다. 각자의 고민으로 힘든 상황을 겪어나가고 있는 세 여자 연구원들이 침팬지마냥 가슴을 세게 두드린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을, 명확하게 기준을 세워 가치판단이 쉽지 않은 일들에 대한 답답함을 몸으로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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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기에 하나에 대해서 다른 의견들이 나온다. 그 속에서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혹은 여러 것들 중 하나를 골라야할 때 과연 어느 것이 바른 선택인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또한 평생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연극은 그러한 상황들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듯하다. 생명 윤리, 가치 판단, 인간 관계의 갈등 등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내 표현한 연극 ‘과학하는 마음’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현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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