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녀, 괴물이 되다. [시각예술]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 개인 오피니언
글 입력 2017.01.14 16: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movie_image.jpg
 

2010년 화제작,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에 대한 개인 리뷰.


  위는 개봉 당시의 대표 포스터인데, 굉장히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주요 등장인물 4명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ㅂ.png

잉.png


 모두 알다시피,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의 리메이크 작이다. 원작이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고 있다면, 2010년 작에서는 노동자 계급과, 현대에 등장한 최상위 층의 지배계급인 재벌이 등장한다. 사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원작보다 별로다'는 평이 일반적인데, 그도 그럴 것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가히 명작으로 손꼽힌다. 본래 명작인 원작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1960년 작 하녀는, 그 당시 60년대의 우리 나라에 서구의 자본주의가 도입되던 시기에 발생된 사회문제를 '가정'이라는 내부로 가져와 가족해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50년도 더 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 폭발력이 압도적이다. '이층 집'으로 대표되는 여러 상징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2010년 작 또한 미쟝센을 상징적으로, 어쩌면 과할 정도로 배치했다. 최근 영화답게 훨씬 더 화려한 세트와 세련미가 돋보인다. 강렬한 베드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극의 주된 내용인 계급 이데올로기와 극을 이끌어나가는 폭발력이 원작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녀 0000844590ms.png


"이제 제 아이들을 직접 키워주실거고
또 제가 먹을 밥을 직접 해주실 분인데..
중요한 분이잖아요."


 지배계급으로 대표되는 인물은 주인남자 '훈'이다. 정확한 직업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상위 중에도 최상위의 계층으로 보여진다. 그는 원작과 같이 부인을 두고 하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에로티시즘이 강하게 나타난다. 훈이 은이(하녀)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대사는 원작에서 차용한 것인데, 이는 하녀라는 영화에서 그만큼 중요한 대사라는 의미도 된다. 낯선 사람이 사적인 공간인 집 안에 들어오는 행위는 굉장히 에로틱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녀 0001367173ms.png

 
극 중에서 은이가 소변을 누는 장면이 두 번이나 나오는데, 보통 극에서 '배설'을 하는 행위는, '해방, 유혹'을 상징하게 된다. 하녀에서도 은이가 처음으로 눈 밭에서 소변을 누고 난 후에 훈과의 첫 정사장면이 등장한다. 두 번째로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는 장면 이후로는 은이가 훈을 더욱 유혹하게 된다.

하녀 0005201930ms.png


"장모님, 질문은 제가 합니다"


하녀 0005288168ms.png


 원작에 비해 가장 아쉬운 점은 계급의 전복이 그다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원작에서는 계급의 전복이 뚜렷하게 들어나 폭발적인 전개를 한다. 가령, 집을 장악해버린 하녀를 생각해보라. 이에 비해 2010년 작에서는 끝끝내 전복되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장모와 사위의 관계 정도. 사실 큰 잘못은 자신이 했음에도 오히려 적반하장인 훈과 아무 말 못하는 장모, 이는 돈과 권력 계급으로 상하 관계가 전복된 모습이다. 살짝 비뚤어진 앵글은 잘못된 사회상을 비꼬고 있는 듯하다.


하녀 0005911766ms.png


​ 영화의 가장 핵심인물인 '하녀'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하녀는 여성이고, 비정규직이고, 노동자 계급이다. 피지배층인 사회적 타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타자는 영화에서 괴물로 표현되곤 한다. 그리고 괴물이 된 타자는 폭발력을 갖는데, 은이 또한 영화 후반으로 갈 수록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원작에서의 하녀는 주인 남편을 뺏고, 집을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모두를 죽음으로 모는 엄청난 존재가 된다. 하지만 2010년 작의 하녀 은이는 목을 매어 분신 자살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결과는 자기 희생일 뿐이다.


하녀 0005894296ms.png


​"니들이야말로 뭐하는 짓들이야 이게"


 극 중에서 병식의 대사는 어쩌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들고, 돈으로 군림하려고 하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하녀 0000145491ms.png
 

 마지막으로 영화의 첫 씬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어떤 여자의 자살로 시작하는 것은,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 여자에 대한 정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자살했을 때 사람들은 어땠는가. 무려 사람이 떨어져 죽었는데, 무관심하게 지나가고, '왜 죽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 가십거리마냥 수근거리고 지나가는 다소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 생각에 이 씬은 하녀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주인공 은이에 대한 앞으로의 복선이자, 이 영화가 앞으로 전개할 내용과 영화의 메세지까지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의 죽음에 무관심한 사람들.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기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것을 잊지 않는지, 기억하고 분노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 
[류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