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하는 마음, 다양한 관점 그리고 단조로움

글 입력 2017.01.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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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나 영화, 소설을 읽기 전 필자는 첫 부분 이후에 펼쳐질 사건을 기대한다. 발단 부분에서는 인물들이 등장하고,사건의 실마리가 암시된다. 발단 부분이 지나면 사건이 전개된다. 이런 사건과 분위기가 극에 달할 때, 독자나 관객들은 몰입하기 마련이고, 사건의 클라이막스에서 마침내 정점을 찍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 관객들은 비로소 긴장을 푼다. 필자는 연극에 메세지가 담긴 것도 좋아하나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나 몰입할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연극은 발단에서 그쳤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물들이 등장하여 끊임없이 대화를 하나, 이 연극에는 감정을 몰입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나 장면을 잘 캐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 연극은 아프리카 콩고의 생명과학 연구소를 배경으로 한다. 유인원 연구를 둘러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자폐아 자식을 위해서 유인원 생체 실험에 대하여 문의하는 조기쁨, 연구 센터를 에듀테인먼트 사업과 연계하려는 사람 등이 등장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유인원을 사랑하는 연구소의 사람들 역시도 미래의 사람들에겐, 그리고 생명을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에듀테인먼트 사업 관계자들에게도 생명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는 관점이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일상적인 대화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단지 각자의 입장에서 아는 지식들을 나열한다. 이런 면에서 인물들을 감정을 두드리지 않았다. 또한 끊임없이 인물들이 말하는 지식을 머리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필자가 인문학도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것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대화로 주고받는 대부분은 감정을 건들이는 극적인 것이라기보단, 과학적 지식의 열거이며 그것이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령 맨 처음에 연구소의 한 직원은 에듀테인먼트 관계자에세 유인원에 대한 지식을 가르친다. 연구자는 대화 도중에 인류의 시초에 대하여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했을 때에 그것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것이기에, 인류의 첫 발원지는 아프리카일 것이다라는 식의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이야기한다. 이들은 단지 자신이 알고있는 지식을 열거할 뿐이지 어떤 극적인 클라이막스나 감정적 몰입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인물들의 동선이 산만했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 몰입하는 것에도 몰입하는 것이 어려웠고 대사 하나하나도 지식의 열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작가가 지식을 뽐내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학이라는 소재, 과학적 지식을 열거하는 식의 대화, 몰입되지 않는 사건 전개에 이어서 인물들의 동선 역시도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사건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그림을 준다기보다는 하나하나 떨어져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로서 설정한 에듀테인먼트 관련자의 개그는 요즘 젊은이들의 코드에 맞지 않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아재개그 그 자체였다. 물론 필자는 평론가도 아니고 전문지식을 갖춘 지식인도 아니고 평범한 대중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연극베스트 7>, <서울연극인대상> 등 3관왕을 수상한 '변태'를 인상깊게 보았다. 또한 작년에는 2016년 서울 문화재단 예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 '심청' 역시 인상깊게 보았다. 37회 서울 연극제 공식 선정작이자, 세월호 사건을 다룬 연극 '내 아이에게' 역시 인상깊게 보았다. 하지만 이 연극은 필자의 코드에는 부합하지 않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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