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국 모든 것은 다 해결된다. 엉망진창일지라도. [시각예술]

영화 Mr. nobody(미스터 노바디)
글 입력 2017.01.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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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그렇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요즘은 더더욱 선택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선택들. 책임감에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할 보장은커녕 노력치 조차 타인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세상이 무서워 골방에 틀어박혀 현실을 외면하려 노력중이였다. 하지만 골방이던 어디든 선택거리는 차고 넘쳤다. 신발은 뭘 신을지, 아침은 뭘 먹을지,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야 좋을지. 좋게 말해 신중한, 나쁘게 말해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에겐 버거운 매일이다. 새삼스럽게 삶에서 ‘선택(selecting)’의 존재를 인지하고 왜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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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 반 도마엘은 해답으로 빅뱅 이래 우주는 소멸상태를 향해 움직인다는 ‘엔트로피 법칙’을 제시한다. 마요네즈와 케챱을 뒤섞어 버리면 다시 분리할 수 없다. 담배연기는 다시 담배로 돌아갈 수 없다. 즉 다양한 인생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모든 선택의 가능성은 0%가 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의 언론인 김어준씨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인생이란 선택과 후회의 연계로 가득 차 있고 그 후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우리는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영화 이야기를 시작 해 보자. mr. nobody, 니모의 삶은 도대체 어떤 것이 진짜일까? 2092년 최후의 자연사를 앞둔 118세의 할아버지는 인생을 더듬으며 어떤 생각을 했던 걸까? 그래서 그의 인생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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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명사
(pl. -ies) 보잘것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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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강요하는 기자에게 니모는 오히려 존재에 대해 역으로 묻는다. 어떻게 존재하고 있다고 그렇게 자부하는지. 결국 우리는 설계자인 기차를 향해 뛰어가던 9살 꼬마 아이 머릿속 상상의 일부분일 것이리라. 더 이상 아이는 생각할,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92년의 세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런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강해지는 게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면 빠른 장면전환과 함께 아이의 첫 선택인 아빠와 엄마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며 작은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각들과 미래를 흘끗 보고 오는 연출이 관람객인 나는 유쾌하고 힐링이라고 느껴졌다. 다양한 선택들 속에서 허우적대며 미래를 걱정하는 게 얼마나 이렇게 영화 같고 비현실적인 고민인지. 어떤 선택을 고민했던, 그 선택을 하는 ‘내’가 있는 현실이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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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92년도의 니모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의문이 들었다. 안나의 계산을 통해 92년 2월 12일 5시 50분에 본인이 죽어야 한다― 자부했지만 정작 그는 행복하다는 말까지 유언으로 남기며 49분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결국 이전까지 기자와 해 왔던 말들의 무게는 사라지고, 이 영화가 기억이 없는 한 노인의 인생 후회 담을 읊조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시간이 되돌아가며 호탕하게 웃어재끼는 할아버지 덕에 이 복잡한 생각들도 던지고 따라 웃게 되었다. 마치 나에게 ‘뭐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나. 이런 비현실적인 영화인데?’ 혹은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다양한 선택들에 대해서도 ‘뭘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냐. 봤지? 결국 어느 걸 선택하던 결말은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 크게 따라 웃었다. 그리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 메뉴도 선택하고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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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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