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記
#02
글 입력 2017.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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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다그리다 : 1. 연필, 붓 따위로 어떤 사물의 모양을 그와 닮게 선이나 색으로 나타내다.2. 생각, 현상 따위를 말이나 글, 음악 등으로 나타내다.그림을 그리다. 기억 상으로 유치원 시절부터 그리는 일을 좋아했다.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연필이나,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항상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렸다. 예를 들어 공주님과 왕자님 같은 것들을.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상상하던 것을 그렸고, 그 이후부터 상상하던 것들과 더불어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상하는 것을 그리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그린다는 일은 사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기 시작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주변에서는 그림이 밥벌이 할 수도 없으니 '취미'에서 끝내라고 했지만. 그렇게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이 아니었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린다는 그 근본적인 일을 좋아하고 또한 끊임없는 욕구가 있었다. 더불어 약간의 재능도 꾸준함에 불을 붙여 주었다.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게 차곡차곡 나이가 쌓이는 만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나, 그러니까 일러스트레이터 白(HAYANG)에게 있어 그림은 같이 자라나는 또다른 나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그리다
그림은 그 사람을 닮아간다고 보통 얘기한다. 즉 같은 주변을 그려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디지털 작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손으로 그린 그 감성을 좋아하는 건 본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시당초 계속해서 연필 펜과 종이를 사용했고, 고등학생 때는 서양화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조금 특별한 계기로 정형화 된 입시 수채화 대신 유화, 아크릴화, 펜화 등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더욱 더 손으로 그린 그림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그림을 배울 땐 주로 모작을 하게 되는데, 따라 그리면서도 개인의 특성이 드러난다. 보통 그 특성은 본인이 자각하기 힘들지만 대체로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내 그림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더욱이 혼자 그리고 혼자 보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겐 그런 이야기들이 매우 소중하다. 소통하며 꾸준히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었다. '따뜻하다.', '포근하다.', '일상이 느껴진다.', '감정이 전달된다.' 소통이 중요한 것은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작업의 방향을 잡게 해준다.그 덕분에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자 목표는 '나의 그림을 보며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며,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 로 뭉쳐졌다. 사실 그림의 방향이 확립되어도 계속해서 보고 배워가며 화풍이 바뀌긴 하지만 특성은 그대로 묻어난다. 사실 처음에 주변을 고집스레 그리면서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흔한 주변을 그리는 게 과연 괜찮을까? 꾸준한 소통을 통해 그것이 나만의 특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그리고 기록하며, 보여주는 것이 내 그림의 색(色)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주변을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를, 감성을 전달할 것이다.[白(HAYANG)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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