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여행이다, 영화 업(UP) [시각예술]

Cross Your Heart
글 입력 2017.01.0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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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과 엘리의 인생 5분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참 유명한 무비클립인데 정말 언제나 다시 몇 번을 계속 보아도 눈물이 날 것 같고 찡한 마음이 든다. 결혼이란 예로부터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허나 그 의미가 변질된 경우를 많은 접하게 되는 현대에서, 두 사람처럼 정말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부부는 바라보고 있으면 질투나 시기심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뭔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순수한 동경심이 더욱 크게 떠오르는 것 같다. 내가 이 둘을 소울메이트라고 거침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둘은 서로의 마음을 굳이 언어로 전달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행동 등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안다는 듯 편안하게 보였으며 또 마치 단짝친구처럼 무엇이든지 함께 하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드레스를 입고 톱질을 하는데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온 시간이 많았던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아픔을 지나오는 과정에서도 칼이 엘리에게 새로운 삶의 이유와 목표를 세워주고 함께 그것을 이루어 나가려는 장면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여성들은, 특히 나처럼 사랑이야기에 푹 빠져 버릴 수 있는 여성들은, 영화를 보면서 곧잘 ‘칼과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마치 지고지순한 해바라기와 같은 느낌이다. 그녀가 죽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녀의 사진을 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엘리’라던가 ‘괜찮아 엘리, 내가 잡았어’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엘리와 함께 직접 가꾼 그들의 집을 엘리와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그 집에 없지만 여전히 그의 삶의 지표가 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캄캄한 상황에서 빛이 되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죽은지 오래이지만 칼은 여전히 그녀가 살아있고, 그들의 집이 여전히 둘이 함께 지내는 집인 것처럼 여긴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서, 그 모습이 굉장히 애틋하게 느껴졌고 짠하기도 했다. 칼에게 엘 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그저 사실, 팩트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한결같고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그런 사랑은 많은 여성들이 로맨틱하다고 여길법한, 때문에 더욱 바라고 찾게 되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처럼 생각하며 또 알게 된 것은, 바래지 않는 사랑과 한결같은 남자는 바로 그러한 여자가 만든다는 것이다. 엘리는 항상 칼에게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매우 사소한 실수라도 포용할 수 있었으며, 그의 앞에서 감정에 솔직했다. 나는 이런 여자를 사랑스러운 여자라고 말하고 싶고, 서로에게 충실하고 애정이 변하지 않는 것을 좋은 연인이라고 한다면, 좋은 남자는 좋은 여자가, 좋은 여자는 좋은 남자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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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엘리와 칼의 이야기는 10분 남짓밖에 나오지 않아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을 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비중심적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영화는 칼과 러셀이라는 남자아이의 모험 이야기가 중심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실은 칼의 모험에 러셀이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된 것이지만) 모험을 떠나는 이유는 바로 엘리와 칼의 목표, 약속 때문이었고, 칼이 많은 장면에서 엘리를 생각하고 회상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무리 짧았을지라도 절대 칼과 엘리의 지난 삶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칼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기억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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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칼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의 선호와는 별개로 엘리가 떠난 이후 그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 삶의 이유이자 목표를 정했었는데, 그것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더 이상 없어졌을 때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퍽퍽하고 무미건조한 삶이었다. 하지만 러셀과 여행을 하고, 엘 리가 남긴 메시지를 보고 나서 그는 마치 새로운 삶을 다시 찾은 것 같이, 그녀의 메시지대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난 듯이, 집 이외에도 다른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개인의 변화과정을 서서히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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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다시 띄우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버릴 때 정작 칼은 이제 영화 내내 가지고 있던 집에 대한 미련을 드디어 버릴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때가 되어서야 집에 사로잡혀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집이 날아가고 남은 짐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칼이 엘리와 손을 잡고 책을 읽던 그 소파 두 개를 나란히, 가지런히 내려놓은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감동적이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린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둘이서 그 폭포를 내려다보고 싶었던 그들의 소원과 그 마음은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것이 아니라, 고이 내려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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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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