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공연예술]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글 입력 2017.01.0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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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이 시를 처음 알았다. 시험을 위해 또 수능을 위해 밑줄을 긋고 단어 뜻을 외우기 바빴던 수험생 시절이 지나고 나니 비로서 시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성인이 된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인연들을 맺고 난 후에 이 시를 다시 읽으니 마음이 아리고 절절하다. 그런 백석의 시가 백석의 가슴 아픈 사랑과 함께 뮤지컬로 돌아와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백석과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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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백석은 천재적인 재능과 훤칠한 외모로 당시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백석은 함흥 영생여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기생 김영한(자야)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백석은 기생 김영한에게 “오늘부터 당신은 나의 미누라야. 죽기 전에 우리 사이에 이별 따위는 없을 거야”라며 속삭였다. 자야라는 애칭은 백석이 이태백의 시 자야오가에서 따왔다. 백석과 자야의 사랑은 계속 되었지만 백석은 부모님의 강요로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해야 했다.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떠나 같이 살자고 제안했지만 자야는 백석의 미래를 위해 거절했다.

이후 자야는 경성(서울)로 떠났고 백석 역시 자야를 따라 경성으로 왔다. 함흥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던 백석은 자야에게 시 한 편을 내미는데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다.
백석과 자야는 경성에서 1년 남짓 동거생활을 했으나 백석은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자야는 백석을 원망했고 우는 자야를 뒤로 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것이 백석과 자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해 그 둘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백석은 북한에서 가정을 꾸렸고 자야는 요정을 차렸다. 자야의 요정은 제 3공화국 시절 국내 3대 요정 중 하나였던 대원각으로 성장했고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다. 이 대원각이 지금의 길상사이다. 1000억이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야는 이렇게 대답했다.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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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뮤지컬은 큰 무대와 화려한 디자인이 아닌 대나무 숲 배경의 작고 소박한 무대를 기반으로 꾸며진다. 또한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 한대만으로 모든 노래를 연주한다. 무대가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작고 소박해서 백석의 사랑을 더 잘 나타내 주었다. 또한 소품을 최소화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간소한 무대와 피아노 선율이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더 돋보이게 했다.

자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뮤지컬은 자야가 처음 백석을 만난 순간부터 늙은 노년까지의 삶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야기의 관점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에서 더 절절하고 애타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어서 평생 그리워하고 그 남자가 남긴 시를 모아 시집을 내었다. 마치 한 남자만을 정인으로 삼고 평생을 사랑했다는 기생 홍랑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평생을 만나지 못할 한 사람만을 사랑하면서 그리워한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는 인스턴트식 사랑이라 부르며 가벼운 사랑을 하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시로 남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사랑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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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이미지)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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