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연극 스프레이

글 입력 2017.01.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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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_극단초인_포스터.jpg
 



[후기]
연극 '스프레이'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시놉시스>


옆집 고양이 울음소리에
밤새 잠을 설친 709호 남자는
실수로 109호 택배를 집어온다.

남의 택배를 뜯는 순간 짜릿한 쾌감을 느낀 남자는
이후 의도적으로 남의 택배를 집어오기 시작한다.

옆집고양이 울음소리와 새벽에 귀가하는
옆집여자의 소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은 계속된다.


하지만 남자의 항의는 인터폰 너머 옆집여자의
무례한 반응으로 번번히 묵살된다.
지속적으로 택배를 훔치던 어느 날 드디어 남자는
옆집 택배를 발견한다.
복수심이 발동한 남자는
옆집여자의 택배를 훔쳐온다.


하지만 택배상자에 담긴 건 옆집 고양이의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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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빛을 적극 활용하는 오브제연극


공연예술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다양한 장소와 효과를 구현해낸다는 것이겠죠.

연극 '스프레이'에서는 그렇다할만한
화려한 무대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벽들과 하얗고 검은 무대 조명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장, 집, 엘리베이터, 지하철 등
정말 많은 장소들을 상상이 가게끔 표현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가끔은 마임극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사도 많지 않았고 행동으로,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으로
최대를 표현해내니 연극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쩌면 이 둘의 경계는 없을지도 모르고,
보이는 것이 진정으로 보이는 것인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보이지만 인식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인식, 공감되면 살아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은 것이 죽은 것이라는 인식에 대한 의심이다.




# .왜곡된 사람들, 왜곡된 우리들


연극을 보면서 초반에서 중반부까지는
어떻게 요소들을 연극적으로
표현해내는가에 대해 집중해서 봤었다면,
후반부로 갈 수록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축축한' 주인공이 짜릿한 쾌감의 택배상자와
택배기사 사이의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며
주인공의 삶이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다가왔습니다.

사랑도 열정도 소통도 없는 사회라는 삭막한 공간 속에 갇혀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이 점에서 던졌던 질문은
살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살아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탐구하면 탐구할 수록 답을 찾기 어려워지는 이 질문을,
그래서 회피해왔던 이 질문에 대해 다시금 깊게 생각해보며
회색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연민 또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프레이_상세페이지.jpg

 
[김지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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