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스프레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연극 스프레이 개인적 리뷰
글 입력 2017.01.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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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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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연극 관람은 오랜만이었다. 지금은 이미 새해가 밝았지만 스프레이 연극을 관람했던 건 12월의 완전한 끝자락이었다. 처음 연극의 시놉시스와 홍보물을 읽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설명에 가장 눈길이 갔다. 한 해가 지나갈 때 마다 드는 무언가의 허무함을 연극으로 달래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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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작 전 무대 사진 


 주인공은 일상에 잠식해버린 현대인이다. 그의 하루는 전쟁 같은 일터에서 치이다 오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인지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연극 내에서 가장 극적이고 오버스럽게 연출된다. 그는 실수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 실수를 할 때 마다 아버지에게 크게 혼이 났던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는 첫사랑의 실패 후 이성, 더 나아가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실수에 대한 공포는 그를 억압하고 있다. 이는 방어기제를 만들어냈다. 그는 실수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자신의 실수를 부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조차도 합리화하고 정당화시킨다.

 ​극의 핵심인 주인공이 이웃집 택배를 훔치는 행위, 나는 이것을 현대인의 관음증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물욕에서 비롯된, 무엇을 갖기 위한 행위가 아닌, 단지 상자 안의 개인적인 내용물을 '훔쳐보는' 행위라는 것이다. 주인공 또한 훔친 택배상자를 뜯는 순간을 하루 중 가장 쾌락적인 순간이라고 말한다. 택배를 훔치는 행위는 그에게 짜릿한 일상의 일탈이 된다.

​ 이 후 옆집 여자의 죽음은 주인공을 가장 큰 위기에 빠뜨리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그 동안 들지 않았던 자책감과 동정심을 들게 하는 사건이다. 그는 처음으로 죽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죄책감과도 마주하는 것이다. 극은 절정으로 치닫으면서, 일반적인 극 구조처럼 하강하지 않고 바로 그 지점에서 끝난다. 이 때문에 연극이 끝난 후에도 충격에 머물게 했다.


 연극은 무대와 관객이 필수적이면서 동시간적인 특성때문에 영화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눈 앞에서 서사를 직관하는 것은 연극만이 가지는 독보적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프레이는 네모난 벽면들을 이용해 무대를 확대하고 축소하면서 공간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매끄러운 전환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연극에 비해 대사가 없는 편이었는데, 이는 스프레이의 특징이자 내가 생각하는 작은 단점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소외, 단절과 같은 소재를 지닌 연극의 분위기기도 하겠지만, 부족한 대사는 극의 이해를 어렵게 했다. 워낙 극 자체도 심오하기에, 좀 더 해설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느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소 긴 러닝타임 때문에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사실 이야기 구성 자체는 단순한 편이라 좀 더 타이트하게 전개했으면 더 집중되고 긴장감이 있었을 것 같다.

 스프레이가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일상은 아무것이 아니지 않다고 일깨우고 있는 듯하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과 마주하면서, 스프레이가 던진 질문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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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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