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스프레이'를 감상하고

글 입력 2017.01.0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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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스프레이'를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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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창조자 혹은 기획자들은 의도를 부여하지만 감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람객 각자의 몫이다. 연극 ‘스프레이’ 역시 기획자가 의도한 감상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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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연극은 고전연극보다는 몸의 연기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때로는 배우를 저렇게까지 혹사시켜야 하나, 힘들겠다 생각하게 되는 극들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연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배우들의 에너지와 감성, 정서 포현은 현대연극 감상의 색다른 묘미인 것 같다. 이번 연극 ‘스프레이’역시, 쉴 새 없이 무대를 누비며 바삐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며 힘들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침대가 되었다. 계단이 되었다, 선반이 되었다 유연하게 변형되는 소품에 올라타고 구르고, 뛰어내리고 매달리는 등 열심히 몸을 쓰는 연기를 해야 했다. 이번 연극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신체 연기는 정신없이 챗바퀴처럼 돌고 도는 사회 속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느껴지게 했다. 벽과 벽들이 배우들에 의해 움지이며, 집과 회사로 가는 길들을 만들어내고, 주인공은 그 길을 따라 걷는 연기를 하며 출퇴근 시간의 스트레스를 표현해낸다. 대단한 세트가 있는 것도, 한 마디 말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오로지 배우의 연기로 인해 표현해내려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감정을 세세한 묘사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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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브랜드 신발가게에서 일하며 직장동료들에게, 손님들에게 치이는 주인공의 근무시간을 표현한 것이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연극자체가 무언극인 것은 아니나, 대사는 아주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나올 뿐 많은 말을 하려하지 않는다.) 각 캐릭터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인물을 연기했다가 소품이 되었다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근무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적으로 재현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손님이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며 직원들에게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는 장면을 여러 벽들을 사용하여 분할화면처럼 연출해내며, 신발들을 진열하고, 던지고 하는 등의 다양한 표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공간 이동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그 속에서 힘겹게 시간을 버티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직 학생인 나도 벌써 회사를 다녀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공감되고,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인 연극의 스토리와 전개, 결말은 이해가 썩 잘 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던 것도 아니지만, 신경을 써서 만든 장면과 장면들은 깊이 각인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현대연극에서, 역시 연극은 서사전달만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되는 작품들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체험해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현대인의 정신없이 바쁜 삶으로 지친 일상과 이웃과의 단절 속에서 나오는 고립감과 외로움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연극 ‘스프레이’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감상할 때 주인공들의 표정과 몸짓 연기, 쉴 새없이 움직이는 벽들이 나타내고 시사하는 바를 생각하며 감상하면 더욱 풍성하게 연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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