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이 깨져야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연극 ‘스프레이’

글 입력 2016.12.3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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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45번째 문화초대
: 연극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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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스프레이의 상관관계

연극 제목이 왜 스프레일까 한참동안이나 고민했다. 물론 연극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사실 연극을 보고 나온 지금에도 제목이 스프레이라는 점에 명쾌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다다른 것은 스프레이와 일상이 서로 묘하게 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왜 제목이 ‘스프레이’인지 알게 해 주는 짧은 느낌이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연극 속에서나 일상 속에서나 스프레이는 지극히 평범한 물건이다. 어쩌면 지금도 집안 어딘가에 스프레이는 놓여 있다. 있거나 없거나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물건이다. 스프레이는 연극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물체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변해버린다. 아마도 주인공이 남의 택배를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스프레이는 연극에 언급되지 않았을 테고, 사소한 소품으로도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몰래 주워온 택배 상자 속에 들은 스프레이는 주인공에게 충분한 신선을 안겨다 주었고, 신선이다 못해 어떤 아찔한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그저 그런 쳇바퀴만도 못한 일상은 스프레이 하나에 와장창 깨져버렸고, 그런 그에게 스프레이는 일상의 새로운 재미를 불어 넣어주는 소재로 다가온다.

일상과 스프레이는 서로 오묘한 점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지극히 아무렇지 않은 것인데,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안 하면 이것들은 단순히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의식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지 게 되는 것이다. 우리네 일상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매일 끊임없는 변화를 거치는 것처럼 스프레이도 하나의 물건에 불과했지만, 주인공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는다는 것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빛과 소리의 움직임

스프레이가 분사되면 작은 입자들이 멀리 퍼져나가는 것처럼, 연극 ‘스프레이’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간결하지만 전혀 가볍지 않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몸짓과 연출되어지는 빛의 조절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 어떻게 변화로 가득한 생동의 장이 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한 스프레이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한 끗 차이임을 알려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빛과 소리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스프레이의 연출은 우리가 보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경계를 자연스레 허물어 주고 있는 것이다.

 
 
#분사력이 긴 스프레이(?)

연극 ‘스프레이’를 본 날은 스프레이의 첫 공연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부분은 좋았고 어느 부분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좋았던 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공연장의 특성을 잘 반영한 공연 연출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깊이 있는 공연장으로 인해서 스프레이가 뿜어내는 매력이 더욱 다채롭게 와 닿았다. 하지만 스프레이가 말하고자 하는 임팩트를 담아내기에 공연의 러닝타임이 다소 긴 느낌이 있었다.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그들의 표현을 볼 수 있었지만, 내용 전개에 있어서 다소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내가 늘어진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주인공의 삶과, 그 속에서 느끼는 것은 피로와 스트레스뿐이었으니 말이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일상의 변화를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연극을 보던 순간에 든 생각은 지극히 단순했다는 것을 느낀다. 일상,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혹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해서 그렇게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 ‘스프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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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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