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설움의 기록_한중록 [문학]

궁중생활 60년의 기록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
글 입력 2016.12.2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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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 한중록은 사도세자가 화를 당한 일을 쓰기 전까지 전반적인 자신의 삶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서부터 살아온 이야기와 궁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한다. 한중록이 사도세자가 겪은 일과 이에 대한 자기 가문을 옹호하는 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처음에 이 글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일을 한 번에 정리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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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러한 글 자체가 놀랍기도 했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 기억해서 설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신기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써오던 글이 아니라 인생의 한 시점에서 지난날을 회고하며 썼을 텐데도 그 구성에 있어 논리적 비약이나 엉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듣는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술이 흥미로웠다. 한 편으로는 그런 놀라운 기억력으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자신의 목적이 분명한 글이었기에 오히려 본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 가감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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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궁 나인들처럼 자신보다 지위가 더 낮고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면, 거의 모든 궁중 사람들과 가족들을 죄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놓았다. 다들 좋은 집안의 사람들이라서 태생이 순한 데다가 교육을 받아서 심성이 곧은 것인지, 글쓴이가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만을 나열하여 자신의 글 속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을 추대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궁중의 위엄을 위해, 혹은 자기 자신의 품위를 위해 거짓을 보태 그저 아름답게 표현하려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나 이 책이 불러올 파장에 대하여 최대한 자신의 화를 피하기 위해 일단 앞부분에서 반석을 잘 닦아놓으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올바르고 착하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정말 만약 실제로 사람들이 묘사된 것과 같이 올발랐다면, ‘궁궐’이라는 하나의 무대 위에서 서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 때 궁궐은 다른 생각과 각자 나름의 속셈을 가지고 서로 좋은 면만 보이며 상대를 대하는 더욱 무섭고 각박한 곳으로 변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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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병적인 증세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궁궐 안에 갇혀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어 진실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조는 노기를 부려 자신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도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한없이 인자했다고 글쓴이는 서술하고 있다. 변덕이 심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치매기가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사도세자 역시 어렸을 적부터의 갖가지 트라우마로 인해 심신이 병약했다고 하는데, 글만 읽으면 성격 자체가 소심했던 데다가 영조에 의해 점차 내적으로 병들어 갔던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이 글을 그 자체로 전부 믿을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글쓴이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글쓴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서술을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그들의 성격을 묘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자세한 묘사와 설명을 통해 사건의 전반을 알게 되는 것만큼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과 그 전모에 대해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읽을수록 더더욱 사건의 전모가 궁금해진다. 이 글 자체도 이전 국사 공부를 통해서는 알지 못하는 내용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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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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