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를 써 내려가다. 몽테뉴 수상록 [문학]

500년 전 자기 자신을 글로 그린 몽테뉴
글 입력 2016.12.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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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에는 자연스레 올해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해에 나의 모습은 어떠 했는가? 거울의 비춰지는 모습 뿐 아니라 마음의 모양새는 어떠 했는가 되짚어 본다. 무슨 감정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었으며 어떤 생각이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더욱 지금의 내 모습처럼 만들었는가 생각한다. 또한 나를 둘러쌌던 사건들, 사소하게 행복을 준 일들부터 휘청거리게 만든 슬픔의 기억들까지 꺼내어 본다. 그때의 기억들을 혹여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더라도 시간의 섭리대로 이번 해를 보내듯이 좋지 않았던 기억에 이별을 고하고, 좋았던 일들은 품에 안고 다음해로 넘어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다.

이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은 연말이나 특정한 시점에 분위기가 도화선이 되어 하는 일만은 아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그리고 그 사이를 있는 순간의 연속에서 스스로를 살피고 끈임없이 물으며 보낸다. 이렇듯 자신을 탐구하고 자신이라는 피사체를 안경 삼아 바라보는 세상들 그리고 자신에게 유입되는 모든 존재들을 관찰하고 곱씹는 일에 대해서 쓴 몽테뉴(Montaigne, Michel De)의 수상록(Essais)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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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Montaigne, Michel De) 수상록(Essais)


수상록(Essais) 혹은 에세이(Essay)에 대해서 들어 본적이 있는가? 특히 2016년도에는 한국 도서 시장에서 에세이 장르가 강세를 이루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에세이란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가지 주제를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 양식으로 에세이는 통상 일기, 편지, 감상문, 기행문, 소평론 등 광범위한 산문양식을 포괄하며, 모든 문학형식 가운데 가장 유연하고 융통성있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쉽게 말해 필자의 생각을 간섭없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는 장르이다. 그리고 몽테뉴의 수상록이 에세이의 근원이 되었다. 이렇듯 현대인들에게 자주 읽히는 에세이의 뿌리인 수상록의 주된 주제는 시대적인 문제의식이나 사건이 아닌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몽테뉴가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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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Montaigne, Michel De)


수상록의 저자인 몽테뉴는 페리고르 지방의 몽테뉴 성에서 태어나 고등 법원의 재판관이었다. 그는 인간 중심의 도덕을 제창한 모랄리스트로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피력하고 어떤 영향력을 자신에게 미치는지 밝히려고 에세이라는 문학 형식을 만들었다.

수상록에 담긴 몽테뉴의 의도는 글을 읽은 후에 독자들이 판단한 것이 아닌 필자가 직접 수상록 도입부에 독자에게 쓴 편지에서 확실히 밝힌다. 이 책은 성실한 마음으로 썼지만 그 목적은 단지 다른 이에게 봉사나 자신의 영광이 아닌 사사로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또한 이 글들은 스스로를 묘사하므로 책의 재료는 자기 자신이기에 자기 자신을 통째로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두고 생각과 판단을 무기 삼아 파고들어서 인지 수상록에서는 그때의 사회통념에 관한 이야기나, 문제점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아닌 지극히 사소하며, 개인적인 사고에 대한 조심스러운 소개가 담겨있다. 법원에서 재판관으로서 활동한 권위와 지식인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말이다. 주로 다루었던 주제로는 인간의 조건, 자만심, 독서, 서재 생활, 대화, 의향, 결혼과 사랑, 죽음 등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각자의 다른 모습, 성향들을 품고 있지만 모두 공통 분모로 안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등 고전 문헌에 인용을 해 글을 완성해 나간다.


글을 읽어나가다가 어려운 구절에 부딪히면
나는 손톱을 깨물며 꾸물대지는 않는다.
나는 한두 번 공격해보다가 집어치운다.

거기 구애되다가는 방향을 잃고 시간만 낭비한다.
왜냐하면 내 정신은 충동적이기 때문이다.
처음 부딪혀보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구태여 고집세우다가는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유쾌해해만 한다.

 제 2권 10장<서적에 대하여>



위 글은 수상록의 일부이다. 필자가 많은 고찰을 통하여 성장해왔고, 그렇기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 역시 관통해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므로 인해서 독자에게 글에 대한 벽을 허물도록 하는 포장을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는 글을 쓰는 행위가 타인이 느끼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스스로를 더욱 알아가는 방식으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상록을 읽으면 몽테뉴라는 500년 전의 인물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자신을 규정하는 주변 것들을 스스로 걷어내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고민하여 떠오른 느낌들을 여과없이, 포장없이 내어놓는 사람. 에세이라는 글을 통해서 자신을 더욱 알아가며 돌아보는 인물임이 전해온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 해는 에세이 장르가 많은 독자들이 찾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내는 능력 있는 작가들, 독자들이 보기에 매력 있는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이 에세이가 강세를 띄게 한 이유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추세에서 이탈되거나 혹은 너무나 다른 생각들에 치여 동질감 혹은 소속감이 모조리 소멸되어 밀려오는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을 생각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들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에세이를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새로운 열 두 달을 맞이하게 되면서 일년의 여러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때의 나를 되돌아본다. 우리 역시 각자만의 공간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파훼하기도 하고 다시 쌓아 가기도 한다. 이런 시간들이 축적되고 우리만의 에세이를 써 내려가 보면 늘어난 나이만큼 성장되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만의 에세이를 하나씩 꺼내어 보면 그 때의 내 모습, 생각을 다시 맛보는 소소함도 있을 것이다.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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