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라랜드, 현실과 환상의 아름다운 융합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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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흘러가듯이, “사랑”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고, 헤어진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흘러가버리는 계절처럼, 그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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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웃사이더], 배우지망생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세바스찬은 각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아는 지원한 오디션에 불합격하고, 세바스찬은 그가 꿈꾸던 재즈곡을 연주한 후 레스토랑에서 해고당한다. 이들은 모두 그들의 꿈으로부터 거절당한 상태이다. 그들 주변의 사람들 역시 그들의 꿈에 무관심하거나 호의적이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꿈으로부터도, 세계로부터도 배제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미아는 파티에서 어디에서도 그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세계와 괴리감을 느끼며 파티장을 떠난다. 그리고 거리로 들리는 음악에 이끌려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세바스찬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Is someone in the crowd the only thing you really see/ watching while the world keep spinning round/ somewhere there’s the place where I find who I’m gonna be/ a somewhere that’s just waiting to be found’ - OST, < someone in the crow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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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공유], 해고되던 날 레스토랑에서 그의 연주를 들어준 유일한 사람인 미아를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간 세바스찬은 한 파티장에서 그녀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발전시켜간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일하는 세트장 내 카페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미아 역시 세바스찬과 재즈바에서 재즈를 감상하며 그가 가진 꿈에 대해 알게 된다. 캐스팅 디렉터, 레스토랑 사장 그리고 세계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들만큼은 서로의 꿈에 대해 귀 기울여준다.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이 생길수도 있다는 믿음, 그것은 그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미아는 2차 오디션에 탈락하지만 세바스찬을 생각하며 미소 짓고, 세바스찬은 그녀를 생각하며 부두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극장에서, 그리고 천문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City of stars/ There’s so much that I can’t see/ who knows/ Is this the star of something wonderful and new?/ Or one more dream that I cannnot make true’ - OST, < city of sta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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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낭만], 서로에 대한 사랑도 일도 모두 잘 되어가는 듯하다. 미아는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재즈바에서 그의 음악을 감상하고, 세바스찬은 침실에서 그녀의 완성된 1인극을 감상한다. 세상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항상 자신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단 한사람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간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갈구하고 욕망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노래하며, 낭만적 사랑에 도취한다. 세바스찬은 사랑과 가정을 위해 그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할 수 있는 밴드 결성에 사인을 한다. 이는 낭만적 사랑의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하는 세바스찬이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그것이 그들의 낭만적 사랑의 순간을 조금도 붙잡아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별에 일조했지만) 세바스찬의 밴드 공연을 보러간 미아는 세바스찬이 지향하던 음악이 아닌 것을 알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It’s love/ Yes, all we’re looking for is love from someone else/…/A voice that says i’ll be here and you’ll be alright/ I don’t care if I know just I wil go/ Cause all that I need is this crazy feeling/ And rat-a-tat of my heart/ I thunk I want it to stay - OST, < city of sta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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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균열], 세바스찬이 밴드활동 시작하고 공연을 다니게 되면서 그들은 자주 볼 수 없게 된다. 미아 역시 1인극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낸다. 사랑만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은 이제 없다. 꿈을 좇느라 사랑하기도 바쁜 시간만이 그들 앞에 놓여있다. 오랜만에 마주앉은 식탁에서 이들은 서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원치 않는 음악을 하면서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세바스찬이 불만스러운 미아, 사랑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탓하는 것이 불만스러운 세바스찬은 서로에 대한 감정의 날을 세운다. 한편 계속되는 바쁜 일정 속에 세바스찬은 미아의 공연에 가지 못하고 미아가 꿈을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면서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난다. 서로의 꿈에 대한 지지로 만들어낸 사랑이었지만, 각자의 꿈을 좇느라 상대방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던 시간 때문에 그들은 결국 이별한다. 그러나 미아의 캐스팅 소식에 세바스찬은 다시 적극적으로 그녀를 설득하고, 그녀는 그의 도움으로 마지막 오디션을 보기로 결심한다. 미아가 캐스팅되면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항상 사랑할 것’이라고 고백하며 흘러가는 대로 그들의 관계를 내버려두자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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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겨울 [사랑과 환상], 마지막 오디션에 합격한 미아는 탑 스타가 된다. 그녀는 세바스찬이 아닌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남편과 우연히 찾은 재즈바에서 세바스찬을 마주한다. 그는 미아가 추천했던 이름으로 재즈바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즈바를 찾았다. 미아가 그녀의 꿈을 이루는 동안 그 역시 그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응원하고 지지하던 꿈을 이루고 원하던 자리에 올랐다. 세바스찬은 그의 재즈바를 찾은 미아를 발견하고는 그녀와 함께 하던 때를 추억하는 곡을 연주한다. 그리고 그 곡이 끝날 때까지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가 밴드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공연에 갔더라면, 함께 프랑스로 가서 재즈바를 차렸더라면, 함께 가정을 이루었더라면’이라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그와 그녀의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그의 곡이 끝날 때까지 그들의 과거와 그들이 그려낼 수 없었던 미래를 꿈꾸고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곡이 끝나자, 그들의 회상도 상상도 모두 끝난다. 과거에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했건, 그 순간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잠시간의 회상과 상상 그리고 한 번의 눈빛교환이다. 연주가 끝나고 이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환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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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마주보고 춤을 추는 포스터는 그 자체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실제로도 영화는 환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아와 세바스찬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그들의 시선과 심리 상태에 따라 세계는 느려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그들 밖에 외재하는 세계와 내재하는 세계는 다른 리듬으로 흘러간다. 주인공들은 외부세계와는 별개로 그들 간 공통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하고 시선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들이 낭만적 사랑을 느끼며 공통의 세계를 구축하기까지 영화는 그들의 내면세계를 병렬적으로 조망한다. 파티장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미아와 무대에서 소외된 세바스찬. 세트장에서 미아의 꿈에 대해 알아가는 세바스찬과 재즈바에서 세바스찬의 꿈에 대해 알아가는 미아. 이윽고 이들은 낭만적 사랑을 느끼며 합일된 세계를 공유하기에 이른다. 천문대에서 날아올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들뜬 기분을 보여주는 동시에 둘이 함께 바라보는 합일된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 병렬적으로 제시되었던 그들이 느끼는 소외감, 서로에 대한 관심은 낭만적 사랑을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아주 현실적이게도, 낭만적 사랑은 그들의 시간이 더 이상 흐름을 같이하지 않을 때, 위기를 맞이한다. 배려와 이해가 더욱 절실한 순간들이 찾아온 것이다. 세바스찬은 미아를 처음 재즈바에 데리고 가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재즈는 충돌하고 타협하고, 그렇기 때문에 매력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들은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들의 낭만적 사랑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이 되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낭만적 사랑 이후 두 사람 앞에 펼쳐지는 삶은 지난한 과정이다. 그러나 함께 길고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어렸고, 꿈을 좇느라 길고 지난하지만 일상적인 ‘낭만적 사랑 이후’를 꿈꿀 수 없었다. 어쩌면 이들은 꿈을 위해 떠나면서 이별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우연히 재회한 세바스찬의 재즈바는 큰 감동을 준다. 그들이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좇던 꿈을 모두 이루고 재회한 공간이며, 그들이 함께 꿈꾸었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지만, 세바스찬의 연주가 계속되는 시간만큼은 추억 속에 머무를 수 있다. 그들은 패기 어렸던 시절을, 그때의 서로의 모습을, 깊이 사랑했던 열정을 추억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을 돌이켜본다. 환상 속에서 그들은 서로 입을 맞추고, 꿈을 좇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주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상을 그린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이제 한 곡의 연주로 설명되고 설명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한 곡의 연주가 끝난 후 서로에게 웃어 보이며 다시 긴 이별을 한다. 추억하고 싶은 과거와 꿈꿀 수 있는 잠시간의 환상은 현실을 잠시 중지시킴과 동시에 다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과 환상의 융합을 아름다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감동을 준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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