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은 편지 한 통 어떠세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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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광화문에 있는 큰 서점에 다녀왔어요. 천천히 구경을 하는데 거기에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잔뜩 팔더군요. 카드를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고, 신중하게 카드를 고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듯해 보였어요. 문득 연말이구나 싶더라고요. 조금 있으면 또 새해를 맞이하는 카드가 잔뜩 길거리에 깔리겠지요.
 
손편지라는 게 참 그렇죠. 평소에는 잘 쓰이지 않으면서 이맘때쯤만 되면 카드 형식으로 사람을 잔뜩 설레게 만들어요. 아무래도 카드란 게 주로 특별한 날에 쓰이다보니 카드를 보면 괜히 설레게 되는 것 같아요. 네모반듯한 종이에 아기자기한 그림들, 짤막하지만 공들인 손글씨들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잖아요. 사실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아요. 오히려 카드가 어떤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요즘에는 손글씨를 많이 쓰지 않는데, 평소에 잘 하지 않던 무언가를 나를 위해 해주었다는 점. 그게 손편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손으로 쓴 편지는 누군가의 벽을 허물기에 참 좋은 수단이 되죠. 친한 사람이든 아니든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처럼 마음을 직접적이고도 교양있게 담은 수단이 어디 또 있겠어요?
 
하지만 손편지가 언제든 좋은 선물이 되는 것에 비해 손편지가 일상적으로 쓰이지는 않는 건 좀 아쉬워요. 사실 타닥타닥 몇 번 손가락을 놀리면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이 시대에 손편지라는 건 귀찮고, 힘들고, 번거롭고, 느린 매체인 건 맞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품고 있는 감성과 설렘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저는 중학교 때 친구와 손편지를 매일 교환한 적이 있어요. 그 때 1년 동안 교환한 편지가 70통이 훌쩍 넘을 거에요. 편지 한 통장 적어도 두 장에서 네다섯 장, 1년 동안 거의 300장의 편지를 쓴 셈이죠. 매일이 설렘이었어요. 손이 아파도 즐겁고 유쾌했죠. 누군가와 떨어져 있어도 이어져 있는 기분 아세요? 그때 편지는 저와 친구를 돈독하고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체가 됐어요. 특히 비밀리에 주고받는 편지라면 두말할 것 없지요.
 
스릴있고, 재밌고,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기분! 아마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못할 거에요. 별 일 아닌 소소한 일, 그저 제자리에 앉아 꾹꾹 눌러쓴 편지를 주고받는 일 뿐이었는데도 그래요. 그 친구와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지금은 편지를 주고받지 않지만요. 가끔은 그 때 생각이 나요. 그 때 썼던 편지에는 저의 순수가 그대로 담겨 있거든요. 과거의 저를 만난다는 건 아주 감상적이어서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해요.
 
손글씨는 사람의 또다른 얼굴이란 말이 있죠. 글씨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요. 하지만 그건 꼭 글씨의 모양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자신이 쓴 글씨를 보면 그 당시의 자신이 보여요. 그래서 손편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을 기록하는 특별한 방법이거든요. 게다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요!
 
아무것도 아닌 날 갑작스레 편지를 건넸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못 본 것 같아요. 아니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아무도 못 보았어요.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우며 기분이 좋고,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에 설렘이 깃드는 걸 보는 건 상당히 뿌듯한 일이에요. 그러니 어떠세요? 생각날 때 가끔 손편지 한 통, 아니면 카드 한 장이라도 써 보시는 건?
 
아마 그건 누군가의 하루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줄 거에요. 그리고 아마 당신 역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르죠.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누군가가 문득 떠올라 손편지를 쓰게 되고, 또 저를 문득 떠올린 누군가로부터 손편지를 받게 될 어떤 특별한 하루를요.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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