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 낙서의 재해석

글 입력 2016.12.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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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43번째 문화초대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 낙서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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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서가 과연 작품이 될 수 있을까? ' - 내가 이 전시를 보기 전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낙서와 작품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공통점이 없는 두 단어였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면서 예술에는 경계가 없고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것을 여러번 깨달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서도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시간대를 잘 맞춰가서 사람도 별로 없었고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도 아주 잔잔했기 때문에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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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굴벽화에서 그래피티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는 말에 나는 '아!'하고 말았다. 시작부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예술로 바라보듯, 먼 훗날에는 그래피티가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그래피티는 지금도 예술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동양권에서는 그 진정성이 잘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렇게 그래피티에 대한 진지한 글을 읽고 있자니, 정말 세계는 넓고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 와닿았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예술은 진보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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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만나게 될 작가 7인방. 모두 다 그래피티 예술의 선두주자들이며, 세계적으로 큰 명성과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현대미술작가들이다. 그래피티에 무지한 나로서는 모두의 이름을 처음 듣는 것이기에, 조금 생소했지만, 작게 보여지는 그들의 작품을 보고있자니, 무언가 낯이 익고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지? 라는 생각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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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트리트 아트의 선구자 제우스. 머나먼 나라 프랑스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제우스의 작품은, 첫 작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키의 몇배나 되는 저 설치미술도 상당히 인상깊었고, 각 브랜드 로고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그의 작품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작품들 이외에도, 전시장에는 그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있었는데, 그 영상이 다 끝난 후에 그 영상에 나온 작품을 보고 있자니 참 신기했고,  한 작품에 저런 노력이 담기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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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끝난 후에 3층에 올라가면 있는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를 만든 장 본인 JR. 전시장에 있었던 작품은 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한 영상 작품이었는데,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데 뭔가 정신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의자나 스크린을 보면서 작은 부분까지 신경쓴 전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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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스텐실 아티스트 닉 워커. 정말 현대미술 작가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작가.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저 아이러브서울이 쓰여진 작품이었지만, 저것들 이외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매력적인 작품들이 있었다. 기발하고 독특한 그의 작품과 보라색 벽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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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마블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크래쉬 파트. 우리가 아는 여러 캐릭터를 이용하여 그려낸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비록 본인이 창조해낸 캐릭터들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을 통해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참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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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이는 상수도 작품이 정말 인상깊었고, 그래서 더욱 흥미가 생겼던 작가 라틀라스. 상당히 해괴하고 기괴한 문양들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같았다. 뭔가 가수의 앨범 아트에 쓰일 것 같은 느낌같기도 하고, 4차원 세계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붓으로 그려낸 미술작품들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이런 작품들을 만나니 조금 더 신기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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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 답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미국스러운' 난잡하지만 뭔가 그 속에 정렬이 있고 규칙이 있는 느낌이 담긴 작품들을 만들어낸 작가 존원.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수여받을 정도로 상당히 권위있는 작가이긴 하지만, 보는 눈이 없는 나에겐 그저 '정말' 낙서 같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보다보니 뭔가 느낌을 알 것 같고, 우리가 그리는 것과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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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가. 셰퍼드 페어리. 자신을 팝퓰리스트로 소개하며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기를 원한다는 작가의 말이, 현대미술, 그러니까 그래피티의 미래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그래피티 문외한인 나에게도 익숙했던 몇몇 작품들, 그리고 특히나 인상깊었던 위의 작품. 상당히 정치적 신념이 깊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끔, 힘을 실어주는 진정한 작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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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나니, 바깥쪽 벽에는 이렇게 지금까지 다녀간 관람객들의 작은 후기가 붙어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7시 방면의 아기자기한 쪽지 한 장. 바로 우리나라 그래피티 작가들도 생겼으면-하고 염원하는 내용의 쪽지였다. 나 또한 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문화가 없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문화와 풍습이 옳고 그르다라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벽을 허물고 경계를 너머 내가 마주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손을 맞잡을 때, 그 때 비로소 궁극의 예술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단순히 그래피티를 하등 문화의 낙서로 치부하던 나도, 이 전시를 보고 생각이 바뀔정도로 그래피티의 작품성과 영향력은 대단한 것 같다. 다수의 대중에게 빠른 시간에 전파될 수 있는 21세기 미디어 기술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화들이 빨리 받아들여지고, 이런 부류의 작가들이 더욱더 많이 생겨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까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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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까 앞서 언급했던 JR의 전시로. 이 파트 또한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전시회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기간은 2017년 2월 26일까지로 매주 월요일과 1월 28일 설날 당일에 휴관하고, 아직은 종료까지 여유로우니,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중인 위대한 낙서전, 11시에서 18시 사이에 꼭 방문해보길! 



[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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